용인 클러스터 현장 방문…공사 현황 점검 및 구성원 격려
화웨이發 후폭풍, 해외 자회사 축소…업황 침체 속 적신호
분위기 반등 노린 전략적 행보 “도전과 혁신의 역사 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을 찾아 사업 협황을 점검했다. 사진=SK하이닉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을 찾아 사업 협황을 점검했다. 사진=SK하이닉스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5만6145㎡(약 125만 평) 부지에 조성되는 반도체 집적 특화단지다. 플레이어는 SK하이닉스다. 약 122조원을 투입해 팹(공장) 4개동을 신설한다. 이곳에 입주하는 50여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역시 SK하이닉스의 협력사들이다. 사실상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다. 오는 2027년 상반기 첫 번째 팹 가동을 목표로 지난 6월부터 부지 조성 작업을 본격화했다. 바로 이 현장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찾았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 공사 현장에서 사업 현황을 보고받았다. 주문한 것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효율성 ▲기후 변화에 대한 고민 ▲혁신과 상생의 롤모델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역사상 가장 계획적이고 전략적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을 강조한 뒤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하는 것 이상의 도전이 필요하다. 앞으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어떤 것을 미리 생각하고 반영하느냐가 과제이다”고 말했다. 일례가 기후 변화 대응책이다. 

최 회장은 ‘클라이밋 포지티브(Climate Positive) 생산기지’ 구축을 제시했다. 미래형 에너지 솔루션과 저전력 고성능 반도체를 기반으로 기후와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대학과 소부장 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인프라 확충, 혁신 거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주장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정부와 함께 단지 내 ‘미니팹’ 공동 구축을 추진 중이다. 미니팹은 소부장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과 제품이 반도체 양산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모든 실증 작업을 지원하는 인프라로 건설될 예정이다.

최 회장의 현장 점검과 미래 비전 제시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애정과 현재 진행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중대성을 나타낸다. SK하이닉스는 그룹 내부의 반대에도 인수를 관철시킨 최 회장의 승부수이자 최대 공적으로 꼽힌다. 2012년 인수 당시 연간 2000억원이 넘는 적자로 우려를 샀던 부실기업이 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불리기까지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업황 악화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1년 기준 누적 매출은 그룹 전체 매출의 약 28%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때문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업황 회복기에서 SK하이닉스의 재도약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일각에선 최 회장의 전략적 행보로 해석한다. 총수가 미래 사업장을 방문해 힘을 실어준 것은 그룹의 핵심 먹거리 육성 이외 보릿고개를 넘어서기 위한 지원사격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최근 시그널은 반갑다고 할 수 없다. 해외 자회사 키파운드리는 대만 반도체 판매법인의 청산 절차를 밟는 중이고, 솔리다임의 국내 지사는 아예 문을 닫았다. 업황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화웨이발(發) 후폭풍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중국 화웨이가 공개한 최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서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과 낸드플래시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져 미중 기술 갈등의 최전선에 놓이게 됐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제재 조치가 도입된 이후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고 즉각 해명한 뒤 해당 사건의 경위 파악에 나선 상태다. 회사로선 안팎의 어려움을 타개할 반등의 기회가 필요하다. 결국 최 회장의 등판이 SK하이닉스에 탈출구를 열어 준 것과 같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최 회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에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즐거운 일이 새로운 도전이 되게 해달라”며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방명록에는 “도전과 혁신의 새로운 정신과 역사를 써 나가는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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