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우건설·DL·포스코이앤씨 등 원전 건설 사업 역량 집중
제약 적고 위험 줄인 SMR 주목…미국 기업 MOU, 한국형 개발

최근 소형모듈원전(SMR)이 기후변화시대 주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도 UAE바라카원전 개발 경험 등을 토대로 SMR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최근 소형모듈원전(SMR)이 기후변화시대 주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도 UAE바라카원전 개발 경험 등을 토대로 SMR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SMR(소형원자력발전소) 사업이 경기 불황에 빠진 건설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전건설 분야는 고부가가치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탈탄소에너지원으로 ESG 경영 기여도 측면에서 건설업계의 유력한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발주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SM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MR은 기존 원자로에 비해 발전 출력과 크기를 대폭 줄인 원자로를 말한다. 생산되는 전력 양은 줄지만 냉각수를 끌어올 수 있는 바닷가 인근에 지어야 한다는 입지적 제약을 없애고 냉각제 배관 파손 등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여 개의 SMR 건설이 모색되고 있으며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건설업계의 SMR 진출은 크게 미국의 원자력발전 전문기업과 MOU를 맺고 동반진출하는 방법과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한국형 SMR 개발에 참여해 해외로 진출하는 방안으로 나뉜다.

두 방식 모두 시공은 국내 건설업체가 책임지는 형태다. 다만 SMR의 개발과 설계를 한국형으로 하느냐 미국형으로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은 설계도와 시공권만 주어지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며 “이는 기존 대형 원전이든 SMR이든 마찬가지이다”고 밝혔다.

미국 원자력 기업과의 협약을 통한 SMR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대표적인 곳은 현대건설과 DL이앤씨다.

현대건설은 2021년 11월 미국 원자력 기업 홀텍인터내셔널과 ‘SMR 개발 및 사업 동반진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SMR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난해 9월부터 홀텍과 함께 SMR-160 표준모델 상세설계에 착수했다.

현대건설과 홀텍은 2029년부터 SMR-160 표준모델 건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홀텍은 미국 남부 최대 전력공급사 엔터지와 SMR-160 전략적 배치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어 미국 남부지역 진출은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홀택과 함께 폴란드, 루미니아 등 15개국에 공동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원자력 설계 분야와 SMR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고 있는 홀텍이 현대건설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국내 원자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입증한 현대건설의 기술력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1978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총 18기의 국내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2010년 UAE 바라카원전 1~4호기를 포함해 12기 건설을 시작했다.

DL이앤씨도 SMR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에 2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SMR을 개발중인 원전 전문업체다. 삼성물산은 미국 누스케일과, SK에코플랜트는 미국 테라파워와 손잡고 SMR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의 한국형 SMR 개발에 참여해 SMR 설계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표적인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소형모듈원전, 원자력 수소생산 및 원전해체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비경수로형 SMR 개발 ▲경수로형 SMR 시공 기술 ▲연구용 원자로 관련 기술협력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 ▲원전해체 기술개발 등 핵심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는 한편 해당 분야의 기술 및 정보 교류, 해외 시장 진출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시공능력뿐만 아니라 설계·조달·감리 등 전 분야의 기술력 확보에 도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과 협력해 한국형 SMR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KEPCO 컨소시엄(주간사 한국전력)이 수주한 ‘SMART 표준설계인가 획득사업’ 참여, 포스코그룹 등과 함께 SMART POWER 설립 등을 통해 한국형 SMR인 SMART100을 만들어내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SMART100은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인도네시아,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등 여러 나라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한국형 SMR을 앞세워 SMR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현재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SMART100의 상위 버전인 i-SMR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i-SMR은 발전용량 170MWe 규모의 모듈형 원자로로 4개의 모듈 배치를 통해 출력 증감의 유연성을 증대시켰으며, 30일 이상 수냉 및 공기냉각이 가능해 냉각능력을 최대화시키고 원자로 건물 공간을 최적화 시킨 것이 특징이다. 또한 사고시 운전원 개입을 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부지를 최소화해 사고 발생 시 주민 대피가 불필요할 정도로 안전성 역시 대폭 강화시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앞으로도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주관으로 하는 SMART Team Korea 협의체를 통해 i-SMR 기술개발사업 참여 및 투자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선임연구원은 “SMR은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이고 수소 생산, 산업용 스팀 및 열 활용, 집단에너지, 담수화 등의 산업에 활용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산업으로 이 분야 세계 최고 시공능력을 가진 우리나라 건설기업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그러나 2028년 이후부터 상용화된다는 점에서 아직 인고의 시간은 남아있다”고 밝혔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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