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국민동의청원 동의 5만명 얻어 환노위 회부
노동계 “법정 정년·연금 수급개시연령 불일치…소득 공백 해결해야”
경영계 “정년 60세 이후 고령자 고용 질↓…기업 여건 맞춰 진행”

한국노총 건물 입구에 정년 연장 법제화를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사진=김동수 기자
한국노총 건물 입구에 정년 연장 법제화를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사진=김동수 기자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최근 노동계를 중심으로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년 연장 법제화를 골자로 한 한국노총의 국민동의청원이 국회 입법 첫 관문에 들어섰다. 청원 요건 달성으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만큼,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18일 국회와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한 정년연장을 위한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개정에 관한 청원은 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해당 청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와 관련 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회청원심사규칙에 따르면 공개된 청원서는 30일 이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 상임위로 회부된다.

해당 청원은 양대노총 중 한 곳인 한국노총이 중점적으로 요구한 노동 정책이다. 고령자고용법 19조에 명시된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컨대 법정 정년을 2025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늘리는 방식이다.

한국노총이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63세에서 65세로 늦춰지면서 발생하는 소득 공백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연금개시연령과 법정 정년이 맞지 않는 유일한 국가라고 설명한다. 또 국민연금이 소득대체율이 낮기 때문에 연금 소득만으로는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법정 정년을 늘려 노후 빈곤 문제뿐 아니라 고령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게 이번 청원의 취지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청원 요건 성립과 관련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라며 “노후 빈곤 예방과 고령자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국회는 정년 연장 입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처럼 노조 차원의 행동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산하 금속노조의 기업별 지부를 중심으로 정년 연장을 요구했거나 관철 중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사측에 정년 연장을 요구한 바 있으며, 기아차지부 역시 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 정년을 늘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경영계의 시각은 180도 다르다. 국내 노동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법정 정년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3년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고령자 고용의 양적·질적 개선은 엇박자를 보였다는 게 한 가지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최근 발표한 ‘정년 60세 법제화 10년, 노동시장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2013년보다 각각 4.8%포인트(P), 4.3%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 증가폭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일자리 질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고령 취업자 중 상용직 비중은 35.1%로 15~54세 핵심근로연령층의 상용직 비중인 65.6%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고령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은 27.7%인 반면, 핵심근로연령층의 경우 17.4%에 불과했다. 여기에 2013년 대비 지난해 조기퇴직자 증가율은 76.2%로 정년퇴직자 증가율인 46.3%보다 크게 나타났다.

경총은 연공형 임금체계가 보편적인 국내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임금 같은 직접 노동비용뿐 아니라 사회보험료, 퇴직금 등 간접 노동비용 부담까지 크게 늘렸다고 말한다. 아울러 정년 연장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 부문에 집중돼 국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본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경직성 같은 과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경영계는 정년 연장이 아니라 재고용 방식으로 고령자를 계속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총이 지난 7월 발표한 ‘고령자 계속고용정책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7.9%가 ‘재고용’ 방식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정년 연장’은 25.0%, ‘정년 폐지’는 7.1%로 나타났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자들을 계속 고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은 수용할 수 없다”며 “여건이 되는 기업은 이미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 정년 연장을 자율적으로 운영 중이다. 정년 연장은 법제화가 아닌 개별 기업이 처한 여건에 맞춰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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