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공매도 5.73% 올해 최고 수준…타깃 된 이차전지주 주가 ‘와르르’
불법 공매도 적발 건수 증가 추세…“제도개선으로 부작용 최소화해야”

이차전지주를 타깃으로 한 공매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9월 평균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5.73%로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
이차전지주를 타깃으로 한 공매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9월 평균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5.73%로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비중이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이차전지주들을 타깃으로 한 공매도가 기승을 부렸다. 이에 공매도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더욱 확실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와 더불어 공매도 순기능을 언급하며 전면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9월 평균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5.73%로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공매도 거래대금을 총 거래대금으로 나눈 값이다. 이에 지난 12~14일 공매도 비중이 연달아 6%대를 기록하며 올해 연평균 공매도 비중은 4.96%를 웃돌았다. 

이같은 공매도 비중 증가 원인으로는 고유가, 달러 강세 등이 꼽히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 급등세에 지수가 반등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공매도가 이어진 것으로 보이며, 달러 강세 등에 따른 외국인 매매 동향도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계속해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식과 채권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유가가 단기간 내 꺾이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을 또 한 차례 괴롭힐 가능성에 대해 경계해야 할 것"이라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외국인의 매매 동향도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시장 방향성이 돈의 유출입에 의해 결정될 수 있어 이제부터는 증시 수급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늘어난 공매도 향한 곳은 ‘이차전지’

상반기 주춤했다 급증한 공매도의 먹잇감이 된 건 다름 아닌 이차전지주들이다. 이차전지 관련주로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에코프로 주가가 80만원대까지 하락했고 포스코홀딩스, 엘앤에프 등도 공매도 잔고가 급증하고 있어 주가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공매도 잔고 상위권은 모두 이차전지 관련주들이다. 지난 12일 기준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는 1조4470억원으로 코스피 및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최대치였다. 뒤를 이어 포스코홀딩스 9659억원, 에코프로비엠 9407억원, 포스코퓨처엠 7927억원, 엘앤에프 5590억원 순이었다.

특히 에코프로는 일평균 공매도 거래액이 6월 339억원 규모에서 7·8월 각각 454억원, 575억원으로 증가하다가 9월 들어 800억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 비중도 8월말 2.50%였던 것이 9월 들어 5%대로 크게 늘었다. 

이에 이차전지주를 향한 2차 공매도 전쟁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승자는 개인투자자들이었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순매수로 공매도 압박에 대응했고, 에코프로 등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개인투자자들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단기 급등으로 인한 피로감이 높은 상황이라 이차전지주에 대한 차익 실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고금리 및 경기 부진 상황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이차전지주 경우 중국 및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감소, 테슬라발 가격경쟁에 따른 배터리 마진 압박 등 요인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증권가에서도 하반기 이차전지주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태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배터리 셀 메이커 주가는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를 반영해 하락했고, 소재 업체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와 산업 부진에 따른 성장성 우려로 상승분을 반납했다"면서 "9월은 이차전지 업황 부진을 확인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와 같은 수급 쏠림에 따른 주가 급등이 재현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망했고,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수주 모멘텀이 여전하나 대부분 4분기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적 발표 전까지는 수주 공백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8월 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불법 공매도 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공매도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8월 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불법 공매도 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공매도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 공매도 증가세에 불법도 횡행 

이차전지로 공매도가 쏟아지면서 공매도 거래액은 큰 증가폭을 보였다. 올해 국내증시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은 13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공매도 거래액이 역대 최대치인 144조원이었는데 올해는 아직 4분기가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는 지난해 전체 코스닥 공매도 거래액 33조원을 훌쩍 넘어 48조원에 육박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시장 모멘텀이 부재했고 테마주 성향의 개별 종목 장세가 많았던 게 공매도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재부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조사단을 꾸리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엄정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법 공매도 적발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에만 불법 공매도에 100억원이 넘는 과태료 및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이는 지난해 23억5000만원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8일 케플러 슈브뢰가 불법 무차입 공매도로 보유하지 않은 SK하이닉스 보통주 4만1919주를 매도했다고 보고 과징금 10억6300만원을 부과했다. 도이체방크·맥쿼리은행·노바스코티아아시아은행 등 10개사도 공매도 순보유 잔고 지연 보고와 공시 의무 위반 등으로 총 2억5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현행법상 공매도는 주식을 빌린 후 파는 차입공매도만 인정한다. 빌린 주식을 결제일까지 계좌에 입고하겠다는 약속을 기반으로 빌리지 않은 주식으로도 매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차입 공매도나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 행위 등이 횡행하고 있다.

이에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간 개인투자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가장 큰 이유는 공매도 상환기관 및 담보 비율 등에 대한 차별적용에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대 90일까지만 주식을 빌릴 수 있고 담보 비율도 120%다. 이에 반해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들은 공매도 대차 기한이 없고 담보비율도 105%라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개인투자자 공매도 담보비율 140%, 상환기간 60일이던 이전에 비하면 완화된 것이기는 하지만 외국인 및 기관과 비교하면 여전히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공매도 상환기간만 놓고 봐도 개인투자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 놀이터'라는 비난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매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관련 규정을 위반했거나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을 때 이를 적발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처벌 역시 강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매도의 부작용을 줄이고, 불법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불법 공매도 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한국의 공매도는 약탈적 공매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투연은 "공매도는 대다수 국가의 주식시장에서 시행 중인 순기능도 존재하는 오래된 투자기법이지만 국내의 경우 역기능이 압도적"이라면서 제도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외국인·기관·개인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통일하고 담보비율을 130%로 동일하게 하는 방안 등이 즉각적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매도 전면 재개에 힘을 싣는 이들은 공매도 순기능을 강조한다. 특히 지난 4월 라덕연 게이트 당시 대성홀딩스·세방·삼천리·서울가스·다올투자증권 등 5개 종목, 6월 동일산업·대한방직·만호제강·방림·동일금속 등 올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사례들이 나오면서 공매도가 제 기능을 했으면 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라덕연 게이트 당시 공매도가 가능했던 다우데이타·하림지주 등은 다른 종목보다 하한가 횟수가 적었고 주가 회복도 빨랐다. 

없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실제 주식을 매수해 갚는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팔고,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챙긴다. 공매도의 이같은 방식이 부정적인 정보들을 선별해 고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인지하게 만들고, 적정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논리다. 

그런가 하면 공매도가 전면금지됐던 코로나19 당시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장 거래도 위축됐다는 연구 결과가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나오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 금지 전후 각각 120일의 거래 비중 상위 20%와 하위 80% 종목을 비교했을 때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가격효율성은 측정 지표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저하됐고, 변동성과 극단수익률의 발생 빈도는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재개는 당분간 없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자본시장 분야 주요 정책성과 및 하반기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장기적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가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은 시기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계속해서 공매도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원태 금융감원 부원장보도 지난 7일 개최된 '외국계 증권사 준법감시인 간담회'에서 "공매도 재개 여부를 논의함에 앞서 우선 시장에서 불법 공매도가 근절돼야 하고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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