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 돌입한 지 일주일이 흘렀으나 여야가 보이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서로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데 열을 올리더니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쓰레기’라는 말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국민의힘 소속 태영호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하는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이런 것이 바로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발언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태 의원을 향해 “쓰레기” “부역자” “빨갱이”라고 외쳤다. ‘쓰레기’는 북한 당국과 선전매체가 탈북자들을 비난할 때 주로 쓰는 비하적인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사회엔 다수의 탈북자가 함께 살고 있다. 정전협정 이래로 탈북자 수는 2017년 12월 말 이미 3만1339명에 이르고 있다. 탈북자의 법적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북한이탈주민이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2005년부터 탈북자라는 용어를 대신해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순우리말인 '새터민'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탈북자의 시작은 월남민이다. 월남민은 한반도 분단과 전쟁 상황에 의해 한반도 민족공동체의 북한지역에서 다른 체제를 가진 한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한국 시민으로서 지위를 획득한 사람을 말한다. 분단 이후의 월남민으로부터 최근의 북한이탈주민까지 모두 이에 포함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해방 직후부터 6․25전쟁 시기까지의 월남민을 의미한다. 월남민은 단순한 인구 이동을 넘어서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의 결과임을 말한다. 또한, 월남민은 분단과 전쟁이 남긴 후유증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월남민에 의해 남북의 문화적 교류가 광범위하게 일어나며, 북한 출신의 인사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귀순 월남민들은 주로 북한체제를 반대했거나 불법을 저지른 반체제 정치인이나 군인 등으로 이뤄졌다. 휴전선을 뚫고 내려온 군인이 많았는데, 1987년 1월 선박을 이용한 해상 탈출로 유명해진 김만철 가족은 새로운 탈출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의 탈북자는 북한의 최악의 경제위기, 식량난에 의해 다수가 탈출하였다는 점, 이전 시기 귀순자의 대다수가 남성이었던데 반해 2002년을 전환점으로 하여 여성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점, 영·유아를 포함한 가족 단위가 많다는 점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먼저 탈북한 가족을 따라 내려온 연쇄 이동의 예도 많이 존재한다.

탈북자를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해 국가는 1997년 1월 13일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또한, 탈북자는 같은 민족이지만 우리나라가 반세기 동안 분단되면서 남한과 북한은 서로 다른 체제와 환경에서 살아왔고, 사용하는 언어마저 많이 달라져 남한 사람들과는 다른 문화를 갖고 있으므로 이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다문화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다문화사회는 소수자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핵심 가치로 한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2010년 개정되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북한이탈주민 예비학교 설립, 취업 지원 강화방안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우리 헌법 제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지역도 국내법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에 해당하며 그 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역시 헌법상의 영토조항을 근거로 북한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고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 유지하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탈북자의 사회정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 안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이 북한 당국자들에게서나 듣는 모욕적인 표현을 탈북 외교관 출신의 여당 국회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들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에 정치권과 탈북자 사회에서는 "이른바 진보·좌파 세력이 북한 당국이 쓰는 모멸적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쓰며 탈북자를 비하하는 현실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는 말이 나왔다. 북한 요덕수용소 수감자 출신 탈북자로 북한 인권 단체 '노체인'을 이끄는 정광일 대표는 "야권 인사들이 탈북자들에게 북한이 쓰는 '변절자'니 '쓰레기' 같은 말을 그대로 쓰는 것을 보면 북한 용어를 학습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도 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은 북한 정권과의 대화에 신경을 쏟았을 뿐, 탄압받고 가난에 허덕이는 북한 민중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했던 지난 정권에서는 탈북한 어부들을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깨뜨리면서까지 북한에 도로 넘겨주어 이들의 생명을 잃게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과 같은 어이없는 표현을 소속 의원이 사용하였고 이에 대해 당은 사과는커녕 무관심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쉽고 또 아쉽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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