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2020년부터 부분 모듈화…삼성물산·포스코이앤씨, 고층아파트 모듈화
“건설 원가 상승과 ESG 요구 확대 대응 위해서 건축 모듈화는 선택 아닌 필수”

포스코이앤씨가 모듈러 공법으로 건설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광양생활관. 사진=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가 모듈러 공법으로 건설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광양생활관. 사진=포스코이앤씨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모듈러 아파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모듈러 아파트란 건설현장에서는 토목과 골조 뼈대만 만들고 화장실, 거실, 부엌뿐만 아니라 기둥, 보, 슬라브까지 공장에서 직접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지어진 아파트를 말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모듈화 주택 시장은 지난해 기준 310억원 수준으로 국내 주택시장 규모의 0.7%에 불과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모듈러 건설 공법과 시장은 대체로 저층건물 위주로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고층 아파트 건설에 적용하기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고층 건물의 모듈러 공법 개발이 꾸준히 진행돼 왔고 건설현장의 환경오염 문제와 원자재 가격 인상, PF 금리상승 등 건설 원가 상승으로 인해 모듈러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모듈러 공법을 아파트에 도입한 곳은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2020년 ‘하프-PC공법’을 개발해 아파트 최상층 옥상과 화장실·욕실 등 배수 기능이 필요한 부문에 PC모듈러 공법을 부분 도입했다.

‘하프-PC공법’은 설치할 구조물의 핵심 기능과 형태를 공장에서 제작하되 철근과 외벽 등을 절반만 제작해서 무게를 낮춘 후 이를 현장에 장착한 후 나머지 콘크리트와 철근을 투입해 완성하는 방식으로 콘크리트를 직접 타설하는 기존 공법과 ‘풀-PC공법’을 융합한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를 통해 ‘푸르지오’ 아파트의 누수방지 기능을 한껏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모듈러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이 모듈러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DL이앤씨도 같은 해 아파트 경비실을 모듈러 공법으로 제작해 기존 두 달 이상 소요되는 공사를 30분으로 줄이는 성과를 냈다. 이후 DL이앤씨는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거쳐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모듈러 구조, 외장, 마감 관련 특허 등을 출원했다.

현재 DL이앤씨는 LH의 ‘타운형 모듈러 단독주택’ 사업을 수주받아 전남 구례, 부여 동남에 총 176가구의 모듈러 주택을 건설 중이다.

이 사업은 경량철골조(모듈러 타입) 단독주택 지상 1층과 다락방을 포함한 26개동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1실 1Unit(유니트)의 단조로운 설계 및 상품(원룸, 기숙사, 소형주택 등)이 아닌 다수 유닛이 결합해 전체 공간을 구현한 사업이다.

시공 과정에 최신 3D 스캐너 계측 기술과 무용접 강재 커넥터(볼팅 결합 연결부로 용접 없이 볼팅 만으로 빠른 생산성 구현), 무용접 UHPC 커넥터(초고강도 콘크리트로 내화성능 확보, 현장설치 대응성 향상) 등 주요 기술이 적용됐다.

DL이앤씨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력과 품질을 더욱 향상시켜 모듈러 주택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향후 중·저층형 모듈러 공동주택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DL이앤씨가 전라남도 구례에서 ‘타운형 모듈러 단독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가 전라남도 구례에서 ‘타운형 모듈러 단독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도 계열사의 모듈러 역량을 결집해 모듈러 주택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의 우수한 시공능력 및 다양한 사업수행 노하우를 바탕으로 포스코의 우수한 강재와 포스코A&C의 모듈러 설계·제작 기술을 결집해 완성도 높은 모듈러 건축물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포스코이앤씨는 기존 저층 모듈러가 아닌 20층 내외의 중·고층 모듈러 건축 실증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내 건축시장의 주력으로 자리잡은 고층 아파트·오피스빌딩을 모듈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올해 말까지 용접로봇 등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제작생산성을 개선하고 효율을 향상 시킬 예정이며, 나아가 모듈러 자체 제작공장을 확보해 사업 확대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의 모듈러 건축 역사는 2003년 신기초등학교 부속동과 평창올림픽 지원을 위해 건설한 미디어 레지던스(기자단 숙소)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백령도 공공실버주택, 그린빌딩 인천 교육연구시설도 모듈러 공법으로 지어졌으며 최근에는 12층 규모의 광양제철소 직원 기숙사 기가타운도 모듈러 건축공법으로 건립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달 23일 ‘넥스트라멘’ 구조와 인필시스템 도입을 통해 래미안의 모듈화를 선언했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본부장(부사장)은 “넥스트라멘 구조를 통해 확보한 공간에 ‘인필(In-Fill)시스템’을 적용해 공간의 자유로운 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며 “이를 통해 정형화된 집에 삶을 맞추는 것이 아닌 고객의 삶에 따라 집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이 설명한 ‘인필시스템’은 세대 바닥과 천정에 모듈화를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후 공장에서 화장실, 자립식 가구, 욕실, 방과 거실을 구분하는 벽, 배수관 등을 공장에서 제작한 후 이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는 넥스트라멘 구조를 통해 세대 내 기둥과 보를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ESG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건설 원가도 증가되는 상황에서 모듈화는 필수다”라며 “특히 재래식 공법에 비해 최대 60%까지 공기가 단축될 수 있고 분양권자에게 맞춤형태로 집을 지어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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