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7675개 의약품 약가 인하 조치…중소 제약사 “매출 타격 심각” 소송 불사

복지부가 지난 5일 7675개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상한액을 일제히 인하하면서 중소 제약사의 반발이 극심하다. 사진=연합뉴스
복지부가 지난 5일 7675개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상한액을 일제히 인하하면서 중소 제약사의 반발이 극심하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복제약에 대한 건강보험급여가 대폭 인하되면서 제약업계의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7675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의료수가 상한 금액 인하를 전격 발표했다. 이는 건강보험급여 대상으로 등재된 1만6723개 의약품 중 45.9%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2018년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 후속조치에 따른 1차 재평가 결과라고 밝혔다.  앞으로 2차 재평가에서 인하 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인한 영향을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복지부의 2차 발표에 따라 피해가 어느정도까지 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모든 복제약 가격을 무조건 내리는 것은 아니다. 복제약에 대한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이하 생동성) 시험을 수행하고 등록된 원료의 약품을 사용했다면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복제약에 대한 약가 유지 조건으로 자체 생동성 시험을 제시하면서 대형 제약사와 중소 제약사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일부 매출 하락은 있지만 자체 신약 비중이 높기 때문에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며 “정부가 요구하는 복제약에 대한 자체 생동성 시험을 이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부 제약사들은 오히려 자체 생동성 시험과 등록된 원료의 약품 사용이라는 정부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다른 의약품에 비해 경쟁 우위에 있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중소 제약업계는 사정이 달랐다. 엔비케이제약, 에스에스팜, 영일제약, 동성제약 등 중소 제약사들은 이번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 조치로 매출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중소 제약업계 관계자는 “취급 의약품 중 제네릭 의약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큰 폭의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며 “특히 이번 발표가 1차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2차와 3차 발표 이후에는 어느정도까지 타격을 받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복지부는 복제의약품이라도 자체 생동성 시험을 진행하면 된다고 하지만 생동성 시험은 한번에 수억원의 비용이 들고 생동성 결과를 낼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며 “중소업계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과제”라고 밝혔다.

중소 제약업계는 소송까지 불사하며 반발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중소업체 중 메디카코리아와 한국애보트, 에스에스팜, 엔비케이제약, 영일제약 등 5개 제약사는 22개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현재 이들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는 소송 완료 전까지 잠정 집행정지됐다.

한편 국민들은 복제약의 약가 인하 조치와 관련해 의료비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중구에 거주하는 김영란(44세)씨는 “병원비가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었다”며 “약값을 인하했으면 그만큼 의료비도 줄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정영진(47세)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약품을 약국에서 사먹을 수 없다. 병원 진료비가 오르고 의사들이 복제약 처방을 안하면 그만”이라며 “결국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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