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닝 소화력 최고, 견제사·땅볼 유도 등 위기 상황 속 빛나는 경기 운영
한국 야구, 차세대 에이스 재질…송진우 다승 1위 기록 뛰어넘는 게 목표

인터뷰 중인 야구선수 고근형. 사진=최양수 기자
인터뷰 중인 야구선수 고근형. 사진=최양수 기자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국내 야구계에서 마치 격언처럼 떠돌아다니는 말이다. 그만큼 투수는 야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선발투수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끌고 가야 한다. 긴 이닝을 책임지면서 선발투수 역할을 잘 해주는 선수야말로 팀을 승리로 이끌 에이스다.

서울 중앙고등학교 고근형 선수는 향후 한국 야구를 이끌 차세대 에이스 재질이 엿보이는 기대주다. 올해 봉황대기, 창룡기, 주말리그 등을 통해 ‘이닝 이터’(Inning Eater·많은 이닝을 던져주는 투수)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말 그대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며 마운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고근형 선수의 야구 인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한다. 친구의 권유로 부천소사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해 소래중학교를 거치면서 야구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됐고 유소년 야구 시절에는 타자로 최우수 선수상을 받으면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후 고등학교 2학년 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투수로 전향하는 모험을 하게 된다. 물론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투수로서 타자를 상대한 경험이 없어서 적응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동계훈련을 통해 라이브 피칭을 하면서 타자를 상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자를 상대하는 노하우를 알게 되면서 능력을 한껏 펼칠 수 있게 됐다.

특히 그는 투수와 타자 간 고도의 심리전을 즐긴다. 타이밍을 빼앗는 것을 좋아해서 주무기인 커브를 바탕으로 변칙 투구를 한다거나 심리전을 이용해 삼진을 잡으면 짜릿한 환호를 표출한다. 더불어 견제사, 땅볼 유도 능력 등 위기 상황 속에서 경기 운영 능력이 더욱 빛난다. 

고근형 선수는 MBTI(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성격 유형 검사)에서 ‘INFJ’가 나온 바 있다. ‘INFJ’처럼 인내심이 많고 통찰력과 직관력이 뛰어나 심리전에서 차분한 성격이 타자를 압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투구 중인 야구선수 고근형. 사진=고근형 아버지
투구 중인 야구선수 고근형. 사진=고근형 아버지

그는 별명이 던지는 철학자인 일본의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소속 좌완 투수 이마나가 쇼타의 마인드가 멋져서 롤모델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팀이 에러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점수를 안 주고 이닝을 마무리했을 때가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그가 팀원의 실수를 커버해 주고 팀을 이끌면서 에이스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야구선수에게는 부상과 슬럼프는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아버지의 조언으로 극복을 했다. 그에게 아버지는 친근하면서도 항상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때로 실수하게 되면 엄격하게 바른 길로 인도하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다. 프로 진출을 앞두고 첫 급여를 받으면 아버지에게 멋진 정장을 선물하고 싶다는 야무진 꿈도 밝혔다.

내년에 고근형 선수는 프로에 진출하며 더 큰 무대를 향해 첫 발을 내딛을 예정이다. 그는 내년 목표로 6승 1패를 내걸었다. 또 10년 안에 85승을 달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송골매’ 송진우 선수의 다승 부문 1위 210승(선발승 163승) 기록을 뛰어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프로에 진출하면 대투수 양현종과 친해지고 싶다고 밝힌 그는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가장 뺏고 싶은 구종이라고 했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최초 사이영상도 도전해보고 싶다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투수로서 경력은 짧지만 아직 투구 매커니즘이 덜 잡힌 상태에서 142km를 던지는 등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체중 증가와 투구 매커니즘 정립, 근육량 증가를 통해 향후 구속 향상 요인도 많이 있어 대투수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남들의 기대, 자만, 창피를 당하거나 실패를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죽음 앞에서는 사라지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만 남는다”고 밝힌 애플 창업자 스티븐 잡스의 말을 좋아한다는 그는 프로에서의 활약과 함께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을 기대해 본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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