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단어 하나 하나가 참 버겁다.

‘젊은’ 이라는 건, 에너지 넘치고 한창 일 할 나이인데 정치권에서는 늘 ‘초짜’ ‘애송이’ 취급이다.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이 초짜라면 일 가르쳐주는 선배가 있고, 노력하면 승진도 하는데 정치판에서는 행사 때나 불러 전시용으로 쓰거나 인원 동원이나 시키고 땡! ‘너는 거기까지, 내 자리는 넘 볼 생각도 마라’ 주의다.

‘여자’의 특성이란, 정말 꼼꼼하게 일 잘하고 세심하게 주위를 챙길 줄 안다는 것. 집에 엄마가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간다는 것은 알고 엄마가 세상 ‘최고’ 지만, 여자가 정치한다는 것은 밉게 본다. 정치가 무엇인가? 밤 정치 하면서 술 먹고 형님 아우 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면 인정. 하지만 정치라는 것이 예산 살림 꼼꼼히 따지고 부지런히 일을 찾아 다니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아는 것이라면. 사실 여자는 정치와 행정에 최적화 상태다.

스물 일곱의 손수조도, 서른 일곱의 손수조도, 젊은 여성 정치인 카테고리 안에 있었는데. 느껴지는 바는 한참 다르다. 스물 일곱의 손수조는 ‘여적여’ 프레임에 갇혔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나를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선이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따갑고 곱지 않게 느껴졌으며, 남자 보다 오히려 여자들이 나를 더 경계하고 밉게 보는 듯했다. 나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으면서도, 여자에게 다가가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서른 일곱의 손수조는 여자에게 동병상련을 느낀다. 결혼과 출산을 겪었다는 것은 무시 못할 변곡점이다. 남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지 못하는 우리만의 아픔을 공유하는, 동지다. 그리고 사랑보다 더 무서운 감정이라고 하는 ‘측은지심’이 생겼다. 무작정 정이 가고 아련해지는 이 감정은 사랑보다도 더 오래 변치 않을 것이다. 같이 일하는 정치권 내에서도 젊은 여성 정치인들, 이제는 꽤 후배들도 있는데 무작정 내가 선배가 되어주고 싶다. 머리 안 굴리고 마음 주는 선배. 그리고 멋진 여성 선배 정치인들도 있다. 나는 또 무작정 찾아가기도 한다. 가서 속마음을 얘기하고 그런다.

젊은 여성 정치인이라는 것이 참 버거운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캔디처럼 잘 견뎌 내보려 한다. 어디 버거운 것이 정치권 뿐이겠는가. 여전히 젊은 여성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들이 있는 사회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그 길을 포기해버릴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조금 쉬었다 가고, 조금 숨었다 나오더라도 가고자 하는 길은 가야 한다. 장사를 하든 가수를 하든 의사를 하든 각자의 길을 따박따박. 그리고 나는 국회에 들어가 정치하기 위해 또 따박따박 내 길을 가는 것이다. 나아가 누구 하나는 이 또래에 이 성별에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국회에 들어가는 것이 마땅히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

현장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며 숨 막히는 순간이 종종 있고, 앞으로 더 많을 예정이지만 말랑말랑하게 돌아온 내 심장을 지켜 달라고 기도한다. 십 여년 전 너무 이 꽉 깨물고 정치권에서 버티며 공격에 반격을 이어가며 딱딱하게 굳어져버린 마음. 슬픈 영화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던 섬뜩했던 경험. 하지만 사랑하는 내 아기들이 그리고 장례라는 감사하는 일을 통해 회복된 뜨거운 심장이다. 정치를 하고 또 끝내는 순간까지 지켜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어떤 공격도 그것이 공격이 아닌 애정하는 발버둥이라 여기면 된다. 실제로 그렇더라. 그리고 버거우면 잠시 쉬어 가도 되고 회복되고 다시 해도 된다. 세상 안 무너지더라. 역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즐기는 놈 있다는 옛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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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필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리더스클럽 대표

장례지도사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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