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빈살만 통화, 원유 감산 합의…유가 10개월 만에 최고 경신
유가 상승세 당분간 이어질 듯…정유업계, 올해 실적 호조 전망

정유소 전경. 사진=픽사베이
정유소 전경. 사진=픽사베이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자발적 감산을 연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가 급등했다. 정유업계는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원유 감산 연장으로 인해 연말까지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올해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 함께 원유감산을 최소 한 분기 이상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푸트니크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6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하고 원유 감산을 비롯한 양국 간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전날 각각 하루 100만 배럴, 하루 3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12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는 9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보였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85달러(0.98%) 상승한 배럴당 87.5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 가격은 지난달 24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0.56달러(0.62%) 오른 90.60달러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91.1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로고. 사진=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로고. 사진=연합뉴스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월가 일부에서는 이번 유가 상승세가 더 지속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원유 감산 연장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리비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비 소요가 큰 관계로 재정적 충족이 필요한 시점이고,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의 관계 냉각 속에서 러시아의 움직임을 파악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러시아로서는 미국과 서방권의 경제제재를 벗어나기 위해 제3의 경제 동맹의 필요성이 부각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발걸음을 맞춰 행동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7월부터 자발적 감산 기한을 매달 연장하고 있다. 이번 자발적 감산 연장 조처에 따라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하루 약 900만 배럴 수준일 전망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 상승 관련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정유업계에서는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다. 이미 고유가로 초호황을 누렸던 정유업계는 기름값 상승으로 인한 재고 이익 증가와 함께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름값 인상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기름값 인상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의 상승폭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증시에서는 SK이노베이션, S-OIL(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주가 상승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7일 휘발유 리터당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6원 오른 1751원을, 경유 가격은 13원 오른 1643원을 기록했다.

현재 원유가는 9주 동안 상승을 했으며 원유 감산 연장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기름값 상승세 역시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정유업계의 올해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휘발유, 경유 등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컨센서스(Consensus·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깜짝 실적)를 경험한 만큼 이번 원유 감산 연장 조치로 올해 실적에서 호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그들만의 실적 잔치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바 있고 정부에서도 횡재세로 정유업계를 압박한 만큼 고유가 흐름을 관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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