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는 미래 거목, AI는 게임체인저”…북미 출장서 도전 정신 강조
인니 출국 앞두고 배터리 사업 강화 기대…가전 현지 사업 점검 가능성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센터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 시 항암 기능을 강화시킨 세포 선별 과정에 대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센터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 시 항암 기능을 강화시킨 세포 선별 과정에 대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폴란드, 8월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9월 인도네시아(印尼·인니)로 향한다.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방문한 폴란드 출장과 달리 양국 경제단체에서 공동주최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 참석자로 인니를 찾는 만큼 보다 넓은 보폭을 보일 것이란 기대가 실린다. 지난달 북미 출장에서 보여준 미래 준비 행보의 연장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LG 측에서도 구 회장의 북미 출장을 그룹의 신성장동력 점검 및 미래 전략의 글로벌 확대로 해석했다. 구 회장이 방문한 미국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는 각각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메카’ ‘인공지능(AI) 연구 특화 도시’로 불린다. 해당 지역에서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보스턴 법인)’를, LG전자는 ‘AI Lab’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두 곳을 차례로 찾은 구 회장은 사업 추진 담당자들과 만나 머리를 맞댔다.

바이오와 AI는 구 회장이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신사업 분야다. 클린테크와 함께 이른바 ‘ABC’ 사업으로 통칭된다. 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마곡 LG AI연구원, 오송 LG화학 생명과학 공장, 마곡 LG화학 R&D 연구소,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ABC 사업 육성을 위한 조직 체계 구축, 인재 확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지난 1월 미국의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를 인수하고 기존 사무실을 생명과학 보스턴 법인과 통합했다. 구 회장은 방문 당시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본부장, 이동수 보스턴 법인장, 마이클 베일리(Michael Bailey) 아베오 CEO 등과 만나 항암 신약과 세포치료제 등의 혁신 신약 개발 전략을 살폈다. 아울러 아베오 인수 이후의 사업경쟁력 강화 현황도 논의했다.

바이오 사업에 대한 구 회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구 회장은 “지금 LG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도 30년이 넘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뒷받침되고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끊임없는 실행을 이어간 도전의 역사”라며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2030년까지 글로벌 톱 티어(Tier) 제약사로 발돋움해 나갈 계획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 연구소에서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CEO에게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 연구소에서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CEO에게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LG전자가 토론토에 세운 AI Lab은 LG그룹 최초의 글로벌 AI 연구 거점이다. 현재 AI Lab은 토론토대학과 산학 협력 과제를 수행하며, LG전자 내 AI 분야의 선행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AI Lab의 선진 연구 결과들을 스마트홈 및 스마트카 솔루션, 온라인 채널 등에 접목해 고객경험을 혁신해 나가고 있다. 

구 회장은 LG AI연구원 배경훈 원장과 이홍락 CSAI(Chief Scientist of AI), 김병훈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등과 만나 사업 현장의 AI 추진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미래 연구개발(R&D) 방향 및 계열사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계열사별로 AI 분야를 연구해 온 LG는 2017년 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2020년 그룹 차원의 LG AI 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기술과 역량 확보에 집중해왔다. 

구 회장은 AI를 미래 게임 체인저로 불렀다.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고, 이에 대한 준비 여부가 사업 구도에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구 회장은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들이 계열사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 사업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빠르게 적용해 가며 이를 통한 레슨런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가자”며 “AI를 통한 혁신도 단순한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 차원을 넘어 고객의 관점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치열하게 고민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북미 출장에서 전에 없이 경영 주문을 전달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대외 행보를 공개했다. 그만큼 구 회장이 미래 먹거리 육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인니에선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관한 메시지가 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내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차그룹과 인니 현지에 베터리셀 합작공장을 짓고 있어서다. 배터리는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 확대에 따른 전장시장 성장과 함께 유망 사업으로 각광받는 분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업계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인니 합작공장은 카라왕 지역 33만㎡의 부지에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세워진다. 전기차 배터리 15만대분 이상에 달하는 양이다. 내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한 뒤 향후 생산능력을 30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투자 확대는 배터리 사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LG CNS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신(新)수도 스마트시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고, LG전자는 아시아권 거점 생산기지로서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구 회장의 인니 출장이 빠듯하게 진행될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