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양측 ‘정년 연장’ 등 핵심 안건 논의 지지부진
지난해 ‘국내 전기차 공장 신설’ 합의로 교섭 타결
올해 임단협 ‘협상 카드’ 꺼낼 상황 안 돼 장기화 우려

이동석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이동석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이하 노조)가 4일부터 모든 특근을 거부하면서 이동석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속개하며 일부 조항에 합의했지만, 정년 연장 같은 핵심 안건 논의는 진전을 보이지 않아서다.

◆ 노조, 4일부터 모든 특근 거부…정년 연장 등 핵심 안건 논의 ‘답보’

4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부터 모든 주말 특근을 거부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출범한 중앙쟁의대책회의 지침 결과다. 노조는 파업 깃발을 올릴 채비도 마쳤다. 지난달 25일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과반(88.93%·재적 대비)이 찬성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30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이미 파업권을 획득했다. 노조가 사측과 교섭 결렬로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현대차에서 5년 만에 임단협 관련 파업이 발생한다.

현대차 노사의 교섭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협상 테이블에서 일부 진전을 보였다. 교섭 재개 첫날 노사는 ▲정년퇴직 휴가 분기 내 1회 분할 사용 ▲장학제도 관련 장애인 자녀 1인당 연간 720만원(기존 600만원)·월 60만원(기존 50만원) ▲진료비 연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 등 14개 조항에 합의했다.

다만 노조와 사측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핵심 안건 논의는 답보 상태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 등을 요구했지만, 이와 관련해 양측 입장은 팽팽한 상황이다.

안현호 노조 지부장은 지난 1일 교섭에서 “정년 연장을 포함한 핵심 안건에 대해 1회독, 2회독 때처럼 원칙적인 주장만 되풀이하면 안 된다”며 “지부가 어떤 결단을 할지는 이후 사측 태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교섭 때 임금, 성과급과 핵심 안건에 대해 일괄 제시하라”며 “사측 태도를 보고 이후 노조의 방향성을 설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동석 대표는 “안건들이 가벼워져야 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교섭 상황을 봐 가며 국면 전환 임금성 제시가 필요한지 깊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지난달 23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발생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지난달 23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발생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 이동석 대표, 5년 만의 파업 막을 협상 카드 있을까

눈여겨볼 대목은 노조가 요구하는 ‘정년 연장’이다. 노조가 현대차에 정년을 늘려달라고 요구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만 60세에서 만 61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요구를 한 바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 요구에 ‘수용 불가 원칙’ 입장을 고수했다.

업계에는 지난해 교섭이 파업으로 치닫지 않은 이유로 ‘국내 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꼽는다. 합의서에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국내에 현대차 최초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고 신공장으로 차종 이관과 국내 공장 생산물량 재편성을 통해 기존 노후 공장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는 등 국내 투자 내용이 담겼다. 노조가 지금껏 주장해 온 국내 전기차 공장 신설 요구안이 협상 카드로 활용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경우 노조가 국내 전기차 공장 신설과 같은 다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정년 연장을 지렛대 역할로 삼았다고 다들 평가했다”며 “정년 연장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보니 그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다가 사측의 다른 조건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분위기는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노조가 요구하는 정년 연장 범위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데 이어, 사측 입장도 새롭게 꺼낼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노사 협상이 지난해와 달리 장기화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정년 연장이 아닌 다른 조건을 제시해야 노사 모두 출구 전략의 명분을 가질 수 있다”며 “다만 사측 입장에선 노조가 정년 연장 카드를 던져버릴 만한 명분으로 줄 만한 게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노조 입장에서도 조합원을 설득하기 위한 사측의 제안이 없다 보니 상황은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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