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시장 의혹 즉각 대응…‘이권 카르텔’ ‘내부 통제’ 칼질에 긍정 평가
금리정책 개입에 정치적 언행까지…‘정치금융원장’ ‘금융검찰’ 부정적 평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사정 칼날이 매섭다. 이번달만 해도 굵직한 사건들이 금융감독원 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 원장이 이끄는 요즘의 금감원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이권 카르텔은 물론이고 고질적인 내부 통제 문제 등 금융권 내 각종 치부를 들추는 성역 없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와 동시에 특정 사례를 정조준하는 금융정치가라는 비난이 뒤따른다.

29일 금감원은 롯데카드 직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하고 직원 2명과 협력업체 대표를 검찰에 고발한 사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롯데카드가 지난달 4일 자사 직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 내용을 보고하자 이틀 뒤인 6일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이 검사한 결과에 따르면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 2명은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롯데카드가 부실한 제휴 계약으로 105억원을 이 협력업체에 지급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해당 직원들은 105억원 가운데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및 가족회사를 통해 빼돌린 뒤 부동산 개발 투자, 자동차·상품권 구매 등에 썼고 39억원은 협력업체 대표에게 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금감원 조사에서 롯데카드 내부 통제 시스템이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카드 제휴 서비스는 카드사 영업 부서가 직접 운영하지만 롯데카드는 문제의 직원들이 제휴 서비스를 외부 업체에 일괄해 위탁하도록 했고,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 있어서도 입찰 담당 부서를 두고도 문제의 마케팅팀이 입찰을 직접 진행했다. 또 입찰 설명회를 생략하고 입찰 조건 및 평가자도 임의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내부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협력업체와 계약 내용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사후에 인지했음에도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액이 커졌다"고 지적한 후 내부 통제 체계 전반을 점검해 개선하도록 지도했다.

롯데카드 본사. 사진=연합뉴스
롯데카드 본사. 사진=연합뉴스

비단 롯데카드 뿐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이번달만 해도 KB국민은행 압수수색 및 미공개정보이용 혐의, 라임·옵티머스 펀드사태 재조사, 카카오의 SM 시세조종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 및 조사 등 종횡무진 행보를 보였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 활용으로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 역시 내부 통제 문제와 맞닿아 있다. 앞서 금감원은 KB국민은행 증권대행부서 소속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증권선물위원장 긴급조치로 검찰에 통보하고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24일에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대한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태스크포스(TF) 검사 결과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에 대한 특혜성 환매 및 수천억원 규모의 횡령 등을 추가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 당시 시세조종 혐의가 있었는지와 관련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금감원의 이같은 행보는 거침이 없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원장의 매서운 사정 칼날에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수식어도 따라붙었다. 이 원장 체제 하에서 적발 사례가 유독 많아졌고, 시장 의혹에 즉각 대응하는 모습 등은 이전 금감원과 확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금감원은 카카오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된지 한달만에 검찰과 공동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야기한 SG증권발 사태 때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조사 사실을 즉각 밝혔다. 이 원장 이전 조사 착수부터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 쉬쉬하던 금감원 모습과는 180도 다른 행보다.

특히 '윤석열 사단' 막내 특수통 검사로 알려진 이 원장과 검찰의 긴밀한 협업 관계가 형성되면서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 또한 괄목할 만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3일까지 금감원이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으로 검찰에 통보한 사건 수는 총 16건에 이른다. 2022년 역시 20건 중 18건이 이 금감원장 취임 후 선정된 건수로, 2021년 9건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크다. 

금감원 재조사 발표 후 농성 중인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금감원 재조사 발표 후 농성 중인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 원장의 이같은 사정 칼날을 두고 다른 평가도 나온다. 상생금융을 이끌며 대출금리 개입으로 한국은행의 기조를 흐트러뜨린 일부터 최근의 라임 재조사 개입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이 원장에게는 '정치금융원장' '금융검찰' 등 부정적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 원장은 취임 후 금융권에 상생금융을 강조했다. 취임 2주만인 지난해 6월 "은행의 지나친 이익추구"를 언급하며 압박한 데 이어 은행을 일일이 방문하며 상생 패키지를 유도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대출 금리 인하로, 이는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히고자 기준금리를 인상한 효과를 깎아먹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성과급 잔치, 이자장사 등으로 은행을 압박하는 가운데 금융의 건전성 및 수익성을 염두에 둔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금융 전문성이 실종된' 혹은 '금융 알맹이는 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이 원장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불씨를 당긴 또 하나 사례는 금감원의 라임 펀드 재조사 결과다. 금감원은 발표 당시 환매 중단 사태 직전 특혜성 환매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다선 국회의원 등 세간의 관심이 쏠릴만한 단서들을 내놨다. 곧 다선 의원이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란 사실이 드러났는데 김 의원은 "금감원의 악의적 정치공작"이라며 특례를 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에 직접 만나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 원장이 사과를 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지만 금감원 측은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사실은 없다"고 사실무근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논란은 쉬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이 원장이 '다선 국회의원' '특혜성 환매' 등 문구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금감원이 김 의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탓에 야당까지 가세해 "금융정치원"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적 셈법을 떠나 이 원장이 취임 당시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을 이끌고 있지만 '금융'은 없고 '감독'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취임 당시 "조사·검사보다는 경제가 전시 상황인 만큼 리스크 관리부터 잘할 것"이라며 검사 출신이라는 선입견에 선을 그었다. 특히 "금감원은 불을 끄는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금감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후 이 원장은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불안 등 사안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검사 및 조사를 비롯해 가계부채 급증 상황에서도 은행 부실 우려 및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기보다 상생을 강조하는 등 금감원의 본질적 역할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원장은 이전 금감원장들에 비해 대중 인지도가 높다. 적극적인 행보 덕이다. 각종 금융 사건 사고에 지지부진했던 예전 금감원과 달리 즉각 반응하고 대응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검찰식 사정 기능과 더불어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금융사 건전성을 살피고 소비자 보호에 힘쓰는 등 고른 모습을 보여야 비로소 금감원장으로서의 역할이 완성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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