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롯데홈쇼핑 사옥 매입 결정에 반기…법적 소송 가능성
롯데, 찬성표 던진 태광 번복에 의문…“매입 계획 변동 없다”
이호진 전 태광 회장 ‘롯데家 사위’…사돈 회사 간 분쟁 눈길

롯데홈쇼핑 서울 양평동 본사. 사옥 매입 결정을 둘러싸고 최대주주 롯데쇼핑과 2대주주 태광그룹이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 서울 양평동 본사. 사옥 매입 결정을 둘러싸고 최대주주 롯데쇼핑과 2대주주 태광그룹이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롯데홈쇼핑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롯데그룹과 태광그룹 간 골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서울 양평동 본사 건물 및 토지 매입 계획이 단초가 됐다. 롯데홈쇼핑은 롯데 유통부문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53.49%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지만, 태광의 협조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 태광은 44.98%(계열사 지분 총합)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다. 지분이 양분돼 있는 만큼 양사의 이견은 사업 추진 난항을 넘어 기업 간 정면충돌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옥 매입 논란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태광은 강경한 입장이다. 29일 태광산업 측은 롯데홈쇼핑의 사옥 매입 계획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하며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른 후속 대응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이사회 재소집에 나서고, 반대로 기각되면 법률 검토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과정만 다를 뿐 반대 의사를 관철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사적인 감정은 없다. 회사 관계자는 “주요 주주로서의 의사 표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롯데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사안을 태광이 갑작스레 번복하면서 도리어 의문을 낳고 있다는 게 롯데 측 주장이다. 태광에 전면 대응을 삼가면서도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롯데홈쇼핑은 ‘가처분 신청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옥 매입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부동산임차 중도 해지에 따른 임차기간 종료일(31일)이 임박했음에도 조급하지 않았다. 매입 공시 당시 임차기간 종료일은 ‘매수 거래 진행 상황 등에 따라 일부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시일의 차이일 뿐 매입을 계속 추진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양사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롯데홈쇼핑 사옥 매입 논란은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으로 관건은 매입 목적이 될 전망이다. 롯데홈쇼핑은 ‘근무 환경 개선 및 임차 비용 절감에 따른 손익 개선 효과 기대’를 주장한 반면 태광산업은 롯데지주의 현금 확보 및 계열사 지원으로 해석한다. 롯데홈쇼핑이 그동안 사옥으로 임차해온 부동산은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가 각각 64.6%, 35.4% 지분을 갖고 있다. 해당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책정된 금액은 2039억원이다. 지분율에 따라 롯데지주는 1317억원의 매각 수익이 예상된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16%, 영업이익 88% 감소하며 심각한 위기 상황임에도 20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 대신 변동성이 크고 유동성이 작은 고정 자산에 자금이 묶이는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동향을 비롯한 거시경제 지표에 따른 손실 발생 리스크, 영업상 부실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유동성 부족 리스크 등을 고려해 보수적인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롯데홈쇼핑에서 이사회에 제공한 경상이익 개선 효과 등의 자료가 “통상적이지 않은 감정평가를 이용한 것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롯데홈쇼핑이 무리하게 사옥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태광산업의 주장은 롯데그룹의 자금난으로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가 번진 롯데건설을 살리는 데 성공했으나, 지원에 나섰던 주요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을 보이며 진땀을 빼고 있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가 재무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외부 평가와 시선을 감안했다는 게 태광산업의 설명이다.

태광그룹 서울 광화문 사옥. 회사 관계자는 “만약 양사(롯데·태광)의 사이가 정말 나빴다면 사사건건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혼인 관계와 무관하게 기업 대 기업으로 서로 경쟁하는 건강한 사이”라고 말했다. 사진=태광그룹
태광그룹 서울 광화문 사옥. 회사 관계자는 “만약 양사(롯데·태광)의 사이가 정말 나빴다면 사사건건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혼인 관계와 무관하게 기업 대 기업으로 서로 경쟁하는 건강한 사이”라고 말했다. 사진=태광그룹

이에 롯데지주는 ‘근거없는 주장’으로 일축하고 있다. 태광산업에서 의심하는 부동산 매매 목적(그룹 및 계열사 지원)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감정평가 신뢰성 또한 “적법한 규정과 기준으로 처리됐다”고 재차 확인했다. 롯데홈쇼핑은 사옥 매입과 이사회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 내 내부거래로 더욱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의거해 진행됐을 뿐 아니라 사옥 매입을 가결한 이사회 당시 태광 측 이사도 참여해 동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계의 관심은 양사의 특수 관계다. 태광그룹 총수인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은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의 사위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사돈지간이라는 점에서 우호적인 관계가 기대될 만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리가 멀다. 공교롭게도 롯데홈쇼핑의 전신 우리홈쇼핑 인수전에서 등을 돌리게 됐다. 태광은 2006년 7월 지분 45% 이상을 확보하며 유력한 인수자로 꼽혔지만, 한 달 뒤 경방 등으로부터 과반 지분(53.03%)을 확보한 롯데쇼핑에 밀려났다. 당시 태광의 반발은 거셌다. 법적 공방에만 5년여의 시간을 쏟았다. 법원은 롯데쇼핑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양사는 불편한 동거를 해왔다.

때문에 일각에선 롯데와 태광의 충돌을 예견됐던 일로 봤다. 특히 ‘닭 쫓던 개’ 신세로 비유된 태광의 경우 앙심이 깊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덧붙여졌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손사래를 쳤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전 당시 의지가 강했던 만큼 허탈감이 컸다”면서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격앙된 감정은 사그라지고 객관적·합리적인 관계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의 사옥 매각 반대 의견 제시가 도리어 대주주와 주요주주 간의 건강한 관계를 방증하고 있다는 게 태광산업의 설명이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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