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지금 후쿠시마의 오염수 배출로 인해 전국이 요동치고 있다. 2011년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 내재 된 위험을 인류에게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일본 당국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처리되었지만 여전히 오염된 상태에 있는 물을 태평양으로 방류하면서 그러한 조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잠재적인 결과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결정은 방사성 폐수 처리를 둘러싼 복잡성과 이것이 우리 환경에 미칠 수 있는 광범위한 영향에 대한 면밀하고도 꾸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는 환경·경제·사회적 파급효과의 복잡한 그물을 탐색하기 위한 신중한 분석과 투명성 및 국제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전의 재해는 복잡한 과제를 안겨 주었지만, 오염된 물의 관리는 그중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였다. 수년에 걸쳐 도쿄전력회사(TEPCO)는 여과 및 저장을 위한 정교한 시스템 구축을 포함해 방사성 물의 축적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장되는 물의 양이 계속 증가해 포괄적인 솔루션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처리된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배출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니다. 전 세계의 원자력 시설에서는 역사적으로 엄격한 프로토콜에 따라 처리된 폐수를 배출해 왔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례는 그 규모가 크고 일본 국민, 주변국, 특히 한국과 중국의 불신이 잔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은 자국 전문가의 현지 조사와 일본 측으로부터 방류 관련 데이터를 1시간에 한 번씩 업데이트해 전달받도록 하고 있다. 방류가 국제 기준을 위반해 이뤄지면 제소를 준비하고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를 지속하겠다고도 한다. 중국은 일본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했다.

방류된 물이 국제 안전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는 일본 당국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환경론자들과 과학자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해양 생태계는 복잡하고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방사성 원소가 극미량이라도 유입되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광활한 태평양에서 이러한 요소가 희석되면 즉각적인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라는 과학적 합의가 있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실사가 있었지만, 아직은 장기적인 생태학적 영향에 대해 안심하기 이르다.

이제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은 단지 일본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세계적인 문제이다. 태평양은 서로 연결돼 있고 오염물질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주변 국가와 영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국제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의 정부, 조직 및 전문가는 협력해 잠재적인 초 국경적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대응하기 위한 명확한 지침, 표준 및 프로토콜을 수립해야 한다.

결국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은 윤리적, 환경적, 경제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 후쿠시마 다이이치 발전소에서 처리된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하기로 한 결정은 기술 진보, 환경 관리, 대중 인식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과제로 남겼다. 이는 정부, 업계, 연구자들이 핵폐기물 관리를 위한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찾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도록 촉구하는 역할을 한다. 전 세계가 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정의 결과를 지켜보고 토론하는 가운데, 이제 우리는 지구와 그 주민들의 더욱 안전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위험 물질의 책임 있는 취급을 그 어느 때보다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아울러 이런 중요하고도 위험한 일이 정쟁의 수단이 되는 일은 금해야 할 것이다. 현 야당이 정권을 잡았던 2020년 10월 15일 작성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현황보고(관계부처 합동 TF-해양수산부)' 문건에 의하면 정화처리 성능 확보는 어렵지 않고, 삼중수소는 생체에 축적되기 어려우며, 유의미한 피폭 가능성은 매우 낮고, 삼중수소 해양 방출 후 국내 해역에 도달하더라도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야당이 과거의 입장을 변경한 이유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현 정부가 방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듯 왜곡해 정부 비방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BBC 루퍼트 윙필드-헤이즈 기자는 지난 8월 25일 트위터에 2020년 중국 저장성 친산 원전이 방출한 삼중수소는 약 143테라베크렐(T㏃)이고 광둥성 양장 원전은 2021년 삼중수소를 약 112T㏃을, 같은 해 푸젠성 닝더 원전은 약 102T㏃, 랴오닝성 훙옌허 원전은 약 90T㏃의 막대한 삼중수소를 각각 내보냈다고 했다. 그간 중국의 원전 오염수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수산물을 평온하게 섭취해오다 갑자기 이번 일로 세슘우럭이 밥상에 오를 수 있다느니, 한국이 위험하다느니, 이제 회는 다 먹었다느니 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또한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방출을 강력히 반대했었는데, 이 또한 지금의 태도와는 상당한 온도 차가 있다.

전쟁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편견을 강화할 뿐 문제의 해결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언비어를 생산하거나 추상적인 구호를 외칠 게 아니라 근거를 제시하고 검증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옳다. 핵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으나 또 분명하게 위험한 물질이기도 하다. 그리고 핵의 위험에 맞설 방법은 과학이 찾아낸다. 다행히 아직은 오염수의 방류가 IAEA의 예측과 다르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내년인 2024년 4월엔 총선이 치러지는데 그때쯤이면 이번 방류의 위험성 여부도 어느 정도 가려질 것으로 생각한다. 모쪼록 이번 방류가 무사히 진행되어 인류의 안전을 위한 긍정적인 성과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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