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복귀 ‘숙원’ 해결…관건은 국민 신뢰 회복
류진 회장 “글로벌 도약 앞장”…기업보국 소명 강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정관 변경안, 회장 선임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한국경제인협회로 재출범하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새 수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정관 변경안, 회장 선임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한국경제인협회로 재출범하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새 수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전경련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수장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맡았다. 이로써 재출범을 공식화하며 과거 ‘재계 맏형’ 역할을 했던 위상 회복에 시동을 걸었다. 22일 전경련 임시총회 의결로 공식 취임한 류진 회장은 “신뢰 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관심을 모았던 4대 그룹의 복귀도 성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회원사로 한경협에 합류하는 형식을 띠었지만 사실상 전경련 복귀로 해석된다. 한경연은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이다. 4대 그룹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을 탈퇴하면서도 한경연의 회원사 지위는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한경연과 흡수 통합을 통한 회원사 자동 승계를 4대 그룹의 복귀 발판으로 삼았다. 정관 개정안에 통합 기관의 회원사 지위 승계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이날 4대 그룹은 전경련 복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삼갔으나, 한경연 회원사 자격이 한경협으로 자동 승계되는 데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단, 삼성 계열사 5곳 가운데 삼성증권은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정경유착 재발 우려가 이사회 내부 의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선 삼성이 계열사들의 일괄 복귀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증권을 제외한 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는 복귀를 결정했다. 이외 SK그룹 4곳(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SK네트웍스), 현대차그룹 5곳(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그룹 2곳(㈜LG·LG전자)도 복귀로 가닥을 잡았다. 전경련 측은 “삼성증권 외 4대 그룹 계열사에서 회원사 자동 승계를 거부한 곳은 없다”고 밝혔다. 4대 그룹의 복귀는 탈퇴 7년 만이다.

류진 전경련 신임 회장과 김병준 전 회장 직무대행. 김 전 대행은 향후 한국경제인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사진=전경련
류진 전경련 신임 회장과 김병준 전 회장 직무대행. 김 전 대행은 향후 한국경제인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사진=전경련

문제는 앞으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할 수 있느냐에 대한 확신이 없다. 이는 한경협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류 회장도 “우리의 최상 최대 과제는 국민의 신뢰 회복”이라며 “부끄러운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과감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쇄신에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겠다는 게 류 회장의 각오다.

전경련은 정경유착 재발 방지 방안으로 ‘윤리경영위원회’ 신설을 제시했다. 일종의 내부통제시스템이다. 회원사에 대한 외압으로 비춰질 수 있는 특정 사안이 발견되면 위원회가 적정성을 심의하게 된다.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할 방침이다. 위원 선정을 포함한 시행세칙은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류 회장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분을 위원장과 위원으로 모시겠다”면서 “단순한 준법감시의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경련은 기관명 변경 및 윤리경영위원회 신설과 함께 ▲정책제안 기능을 강화한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 ▲신산업분야 기업인과 젊은 세대 유입을 통한 회장단 확대 ▲의사결정과정에 회원사 의견 반영 및 정보공유 기능 강화(각종 위원회 활성화)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식사와 같은 국민소통 기능 강화 등을 혁신안으로 발표했다.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는 미국 헤리티지 재단을 표방한다. 정책 연구 및 대안 제시를 한경협의 역할로 방점을 찍은 셈이다. 여기에 윤리경영 실천과 투명한 기업문화 형성을 약속했다. 이날 전경련은 사무국과 회원사가 지켜야 할 ‘윤리헌장’을 채택했다. 특히 목적사업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사업과 ESG 등 지속가능성장 사업을 추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피력했다. 

최종 목표는 한국 경제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른바 ‘미국통’으로 유명한 류 회장은 “글로벌 무대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게 기업보국의 소명을 다하는 길”이라며 “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데 앞으로 출범할 한경협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7 대열에 당당히 올라선 대한민국이 우리의 목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경련은 당분간 한경협 대신 기존 명칭을 유지한다. 주무 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 정관 개정을 승인해야 한경협 명칭 사용이 가능해서다. 이날 6개월의 임기를 마친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은 향후 한경협 상임고문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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