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부 장관 “이권 카르텔 LH만의 문제 아냐…모든 전관 이권 카르텔 철저히 끊어야”

‘순살 아파트’ 문제가 LH뿐만 아니라 국토부 산화 공기업들의 전관예우 근절로 번지면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순살 아파트’ 문제가 LH뿐만 아니라 국토부 산화 공기업들의 전관예우 근절로 번지면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내 한 아파트 시공현장 붕괴사고로 촉발된 ‘순살 아파트’ 문제가 LH의 이권 카르텔 문제로 확대되면서 건설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순살 아파트’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LH의 전관예우 문제 해소를 위해 LH 고위 임원들이 재취업 혹은 창업한 일명 ‘전관업체’와의 모든 도급계약 혜지와 계약 일정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LH의 전관들이 활약해 온 설계, 감리 분야 상위권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원희룡 장관, 국토부 공기업에 이권 카르텔 전쟁 선언

이와 관련해 엔지니어링업체 A사 관계자는 “전관 카르텔을 없애야 한다는데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수주 활동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엔지니어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엔지니어링업체는 총 7704개사에 이른다. 이 중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도하엔지니어링 등 대기업은 209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7495개는 중소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사는 LH 출신 임원 B씨가 근무하는 중형 엔지니어링업체다. A사 관계자에 따르면 엔지니어링업계는 LH 등의 용역 수주 실적에 따라 한 해 매출이 결정될 정도다. 그런 만큼 올해 하반기 실적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공기업 전현직 임직원 간 이권 카르텔 근절을 위한 전관 업체 계약 퇴출이 LH에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유튜브 채널 ‘원희룡 TV’에서 “전관을 고리로 한 이권 카르텔은 공공의 역할을 사익으로 오염시키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우리의 젊은이들이 미래로 나아가는 기회의 다리를 끊어버려 이들을 좌절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이권 카르텔 문제는 LH에서 먼저 터졌을 뿐이지 LH만의 문제가 아니다. LH 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항공 등 국토부와 관련된 모든 전관 이권 카르텔을 철저히 끊어 미래로 가는 다리를 다시 잇겠다”고 밝혔다.

이는 ‘엘피아’(LH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LH 전관들을 지칭) 퇴출이 마무리되면 도로공사, 철도시설관리공단, SRT 등으로 전관 카르텔로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10대 건설사 등 대형사들은 예전부터 LH 사업 참여를 기피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후폭풍에서 한발 비켜나 있지만, 이권 카르텔 감사·수사가 도로공사와 국가철도공단 등으로 확대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의 국토부 산하 기관에 대한 이권 카르텔 근절 선언은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건설 카르텔 혁파를 차질없이 이행하라”는 지시를 받은 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원 장관과 이한준 LH 사장을 지목해 이같은 지시를 직접 내렸다.

다만 수자원공사는 환경부 소속이어서 일명 ‘수피아’(수자원공사 퇴직자들의 이권 카르텔) 여부를 살펴보지는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엔지니어링업계 판도 변화에 건축사 지위 위태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먼저 건축사 중심으로 형성된 감리업계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시공 감리 업무는 전통적으로 건축사들의 영역이었다. 현행 건축사법 제2조에는 설계와 시공 감리 업무를 건축사의 업무 영역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순살 아파트’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시공 감리 역할의 부실 때문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건축사들의 감리 역할 부실을 지적하고 건축구조기술사회의 감리 업무 확대를 주장하면서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 간 갈등이 커졌다. 건설업계에서는 국토부가 건축구조기술사 쪽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18일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안전 점검에 대한 매뉴얼을 확정했다. 이 중 벽식구조와 무량판 구조가 혼용된 경우 등에 대한 매뉴얼 확립을 건축사회가 아닌 건축구조기술사회에 의뢰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앞으로 감리 업무에 건축구조기술사의 역할을 크게 확대하려는 국토부의 의중이 드러난 것으로 양자 간 갈등은 사실상 종결됐다고 보고 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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