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8억~10억원대 높은 퇴직금 화제…하반기에도 희망퇴직 실시
점포 축소 및 신입 행원 등 이유…급이 다른 퇴직금 규모에 비판 여론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 반기보고서상 4대 은행의 보수총액 상위 5명은 모두 퇴직자들로 8억~11억원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 반기보고서상 4대 은행의 보수총액 상위 5명은 모두 퇴직자들로 8억~11억원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국내 은행권 퇴직자들이 '금(金)퇴자'라는 말을 듣고 있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퇴직지급액이 8억~10억원 규모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은행들은 다양한 이유로 매년초 좋은 희망퇴직 조건을 걸어왔다. 다만 일반 직장인 평균 퇴직금을 월등히 뛰어넘는 규모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고, 또다른 복지제도라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 반기보고서에는 5억원 이상을 수령해 공시 대상인 임직원 중 희망퇴직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4대 은행의 보수총액 상위 5명은 모두 퇴직한 직원들이 차지했을 정도다. 

행장 등 임원이 아닌 퇴직자가 최고 연봉을 수령했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4대 시중은행의 퇴직금 최대 지급액은 8억원 이상이었고, 이중 11억원을 받은 이도 있었다.

은행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에서는 조사역 직위의 5명이 퇴직소득으로 7억9100만~8억4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이 퇴직금을 포함해 받은 보수총액은 8억7300만~9억1200만원 규모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점장과 커뮤니티장 등 5명이 회사를 떠났는데 퇴직금이 7억5100만~8억2700만원 선이다. 이들이 퇴직금을 포함해 받은 금액은 총 8억7400만~9억4300만원 수준이다.

하나은행 경우 최고 퇴직금을 받아 눈길을 끈다. 관리자 직위의 퇴직자 5명이 퇴직금으로 10억5000만~11억300만원을 받으면서 보수총액이 11억2400만~11억8700만원에 달했다. 하나은행은 15년 이상 근무했거나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3년치 연봉을 지급하는 '준정년 특별퇴직'으로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준정년 특별퇴직금은 1968~1970년생 관리자급과 책임자, 행원급에게 최대 36개월치 평균임금(출생 연월에 따라 차등 적용)을 제공했는데 1971년생 이후 직원에게는 연령에 따라 최대 24개월치 평균임금을 제공했다. 이에 근속연수에 따른 기본퇴직금과 희망퇴직에 따른 특별퇴직금을 더해 받는 대상자가 12억원에 육박하는 퇴직금을 받게 됐다.

우리은행도 부장대우 5명이 나란히 보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퇴직소득 8억5900만~9억2300만원을 받았는데, 자녀학자금 등 명목으로 3300만~6400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에 따라 퇴직자 5명은 퇴직금을 포함한 보수총액으로 9억1300만~9억69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희망퇴직 대상자의 연령 및 근속 연수, 직위 등 제한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희망퇴직 대상자의 연령 및 근속 연수, 직위 등 제한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희망퇴직 실시는 통상 연초에 이뤄졌지만 이제는 하반기에 한차례 더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라 고액 퇴직금을 받는 이들은 더 많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희망퇴직 시기를 상반기와 하반기로 분산해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하나은행이 7월말 하반기 특별퇴직을 시행했고 신한은행도 18일부터 부지점장급 이하 직원 중 근속년수 15년 이상, 만 40세 이상인 1983년 이전 출생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연차와 직급에 따라 9~36개월치 월급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재취업 지원 등의 혜택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 문턱은 더 낮아졌다. 올해 생일이 지났다면 만 40세, 지나지 않은 경우 만 39세 직원까지 스스로 퇴직할 수 있고, 신한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지점장 제외 희망퇴직이 이뤄진다.

이같은 조건은 달라진 퇴직문화를 실감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회사를 떠났다면 이제는 퇴직 자원자가 생길 정도라는 것이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오프라인 점포 축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순차적으로 은행원 수를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컸다. 이에 더해 청년 실업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은행권이 나서서 대규모 채용을 하는 등 신규 채용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좋은 조건을 걸고 희망퇴직을 권유해왔다.  

이런 은행의 필요성에 제 2의 인생을 하루라도 빨리 준비하자는 젊은 직원들의 요구가 더해지면서 희망퇴직 대상이 폭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근속 연수가 짧더라도 좋은 조건에서 퇴직할 수 있을 때 빨리 나가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은행 실적이 좋은 시기인데다 특별퇴직금, 자녀교육지원금 등이 더해지는 때 조기퇴직하는 게 좋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은행 희망퇴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높은 퇴직금은 희망퇴직 실시 때마다 화제선상에 오르고 있다. 다만 기업의 목적과 그럴만한 자금적 여유가 있다손 치더라도 일반 직장인들의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퇴직금 규모에 '그들만의 잔치' '딴세상 이야기' 등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의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2022년 1인당 평균 총퇴직금은 5억4000만원에 이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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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시중은행 반기보고서 공개 후 은행 퇴직자들이 받는 퇴직금 규모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저세상 클라스다" "내 퇴직금 계산해봤다. 30년 근속해도…" "내가 뼈빠지게 일해서 저 돈의 절반이나 받을 수 있나 싶다" "중소기업 평생 다녀도 저 금액 받을 수 있기는 할까?" 등 반응이 나오고 있다. 

평균치이기는 하나 일반 직장인이 받는 평균 퇴직금이 1인당 1501만원 수준으로 집계된 바 있어 그 격차가 더 크게 느껴진다.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퇴직소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귀속 기준 퇴직소득자 330만4574명의 퇴직급여는 총 49조6048억원이었다.

이에 따르면 1인당 평균 퇴직금은 1501만원이다. 2017년 귀속 기준 평균 퇴직금이 1308만원, 2019년 1인당 평균 퇴직금이 1449만원이었으니 2년마다 오르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직이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기에 넉넉한 금액은 아니다. 특히 전체 퇴직자 가운데 74%(244만5385명)는 퇴직급여액이 1000만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시에도 "퇴직소득 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정책적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기업 퇴직금과 비교해도 은행은 유독 높다는 지적이 더해진다. 은행의 경우 희망퇴직이란 점 때문에 특별퇴직금 등 부가적 금액을 더한다는 상황적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금액상 규모가 남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온라인상에는 실사례를 예로 들어 퇴직금을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통상 퇴직 직전 3개월치 급여의 평균에 근속 연수를 곱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퇴직금을 산정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평균 급여 5100만원(월급 425만원)을 받는 A회사 직원의 경우 50년을 근무해야 2억100만여원을 받을 수 있다. 또다른 예로 B기업에서 30년간 근무한 50대 직원이 최근 30일 평균임금을 800만원 받고 있다고 가정해도 퇴직금은 2억4000만원 수준이라는 등 다양한 사례들이 언급되고 있다. 

예시처럼 장기 근속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지만 불가능을 전제로 하더라도 퇴직금이 5억~10억원대가 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여론은 주목하고 있다. 심지어 임원 퇴직금 공개 사례 중 대한항공 전무가 퇴직금으로 6억6120만원을 받은 전례, 진에어 부사장이 퇴직금으로 5억8100만원을 받은 사실 등을 들며 은행 퇴직금이 유독 높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 퇴직금 조건이 워낙 좋다 보니 은행 수익구조를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여론은 "가루같은 예금이자와 높은 대출이자로 쌓은 돈으로 명퇴 잔치 중" "내 이자가 저렇게 쓰이는 거였나" "이익은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정도면 퇴직금 아니고 또다른 복지제도" "이자장사 이어 돈잔치" 등 비판을 내놓고 있다. 

타 업계도 희망퇴직시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연례행사처럼 희망퇴직제를 진행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더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비판에 따라 은행권이 다양한 상생금융과 사회공헌 활동 등을 신설하고 있지만 고액 희망퇴직금으로 이같은 노력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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