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수주 호황으로 3~4년 치 일감 미리 확보, 선박 건조 인력 부족 사태 촉발
한화오션發 파격 임금 인상이 신호탄…HD현대重·삼성重 인력 유출 방어 총력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대형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 건조 중이다. 주황색 골리앗 크레인은 아파트 36층 높이인 109m로 한 번에 최대 들 수 있는 중량이 1290t(톤)에 달한다. 사진=HD현대중공업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대형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 건조 중이다. 주황색 골리앗 크레인은 아파트 36층 높이인 109m로 한 번에 최대 들 수 있는 중량이 1290t(톤)에 달한다. 사진=HD현대중공업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사(社)’가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K-조선’의 선박 수주 호황으로 향후 3~4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한 조선업계가 만성적인 근로자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인력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업 종사자 수는 9만2394명으로 2014년 20만명 수준에서 절반 이상 줄었다.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한 일감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2027년까지 4만300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일찌감치 일감을 확보해 놓았지만 선박을 건조할 인력이 부족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자 각 조선업체들은 인력 쟁탈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신호탄을 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은 재계 7위인 한화그룹이 적자에 허덕이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 지난 5월 새롭게 재출범하면서 대규모 채용을 실시하는 등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말까지 상시 진행 형식으로 ‘규모 제한 없이’ 채용을 실시한다. 미래 인재 선 확보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입사 규모를 제한하지 않고 인력을 채용한다. 한화그룹 편입 전 특히 인력 이탈이 많았던 생산과 설계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을 채용해 생산·설계 역량을 조기에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의 경남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의 경남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특히 파격적으로 임금을 올린 것이 조선업계 전체의 평균 임금 상승을 견인했다. 한화오션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전년 대비 큰 폭 올라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과 비슷해지면서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주요 조선업체들의 ‘뺏고 뺏기는’ 치열한 인력 쟁탈전이 시작됐다.

한화오션은 경영 정상화를 내걸고 기존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사무·관리직의 임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등 직원 처우를 개선했다. 실제 한화오션은 사무직 직원의 연봉을 최대 1000만원이나 올렸다. 이와 함께 현장 직원 노동조합과도 기본급 11만1223원 인상(호급 상승분 2만3223원 포함), 격려금 300만원 지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올해 임금협상을 지난달에 마무리했다.

이 같은 직원 처우 개선으로 인해 한화오션의 직원수는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한화오션 직원수는 868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명 늘었다.

한화오션이 다른 조선업체의 인력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면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우수 인력을 지키기 위한 방어 전략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조선 주력사인 HD현대중공업 등 조선 계열사들도 인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는 1월과 3월 대졸 신입 공채를 두 차례 진행하며 일찌감치 인재 확보에 나섰다. 지난 3월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HD현대글로벌서비스, HD현대일렉트릭 등 6개 계열사 56개 직군에서 신입 사원을 뽑았다.

대학생 인재 선점에도 적극적이다.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지난 6월 대학생 채용 연계형 인턴 100여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이들은 9월부터 16주 근무 후 평가 결과에 따라 직원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더불어 지난 7월에는 하반기 생산기술직 경력사원을 채용하며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HD현대는 그룹 차원에서 지난 5월 처음으로 ‘나만 아는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를 소개합니다’라는 직원 추천 채용제를 도입했다. 그룹사 직원이 전 직장 동료나 지인 중 사무·설계·연구직에서 2년 이상 경력자를 추천해 추천받은 이가 HD현대에 경력직으로 입사하면 추천인에게 인센티브 1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인력 쟁탈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상반기 현대중공업 직원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8명 증가했다.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가장 큰 3도크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가장 큰 3도크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도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이어 하반기에도 대규모 채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1200여명 채용을 계획했지만 선박 건조 속도를 높이기 위해 1800명 수준까지 채용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해 말 8775명에서 올해 상반기 직원수가 전년 동기 대비 366명 늘었다.

또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중공업은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으로 월 기본급의 50%를 지급했다. 삼성은 매년 상·하반기에 사업부별 목표 달성 여부를 고려해 TAI를 책정한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이후 8년만인 지난해 상반기에 50%의 TAI를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하반기 25%에 이어 3개 반기 연속 TAI를 풀었다. 기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줘 이탈을 막고 있는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고통 분담 차원에서 업계 평균에 못 미치던 처우로 인력 이탈이 많았는데 임금 인상으로 다른 조선업체와 급여 차가 줄어들면서 이탈의 명분이 사라졌다”며 “반대로 적극적인 인력 확보로 다른 조선업체와 제로섬(zero-sum)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인재 영입과 인력 쟁탈전은 뺏고 뺏기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우리 조선업계에는 부정적인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며 “국내 조선업계는 인력 쟁탈전이라는 소모적인 경쟁보다는 보다 근원적인 부분에서 답을 마련해야 한다. 인력 양성, 취업 연계, 외국인 근로자 확보 등 업계 전체의 해결 방안 마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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