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거듭’ 삼성준감위 논의 결과에 4대 그룹 복귀 속도전 좌우
대한상의와 ‘재계 대표성’ 경쟁구도 심화…역할 분담 불가피할 듯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한국경제인협회’로 단체명을 바꾸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다. 이에 따라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체제는 막을 내린다. 사진=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한국경제인협회’로 단체명을 바꾸고,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한다. 이에 따라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체제는 막을 내린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7년여 만이다. 삼성·SK·현대차·LG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논의 중이다. 전경련과 산하 연구기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흡수·통합에 따른 회원사 자동 승계 관련 내부 찬반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사실상 전경련 복귀를 위한 수순 밟기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현재 4대 그룹의 한경연 회원사는 ▲삼성 5곳(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SK 4곳(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SK네트웍스) ▲현대차 5곳(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 2곳(㈜LG·LG전자)이다. 앞서 4대 그룹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경연의 회원사 지위는 유지해왔다. 

회원사 지위는 한경연 해산 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승계하는 게 원칙이다. 한경협은 전경련이 한경연을 통합해 새롭게 출범하는 경제단체명이다. 따라서 전경련도 회원사 승계 원칙을 한경협 가입 명분으로 제시했다. 단체명 변경으로 쇄신 의지를 알리는 동시에 4대 그룹의 복귀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하지만 4대 그룹의 복귀가 실현되기까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약속 뒤집기 논란 해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와의 역할 분담, 각 그룹 이사회의 대외후원금(회비) 지출 승인을 ‘넘어야 할 산’으로 꼽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되자 탈퇴 선언과 함께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다. 결국 전경련 복귀는 7년 전 발언과 위배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장고를 거듭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6일 임시회의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사옥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전경련 복귀 여부를 결론 짓지 못한 준감위는 오는 18일 2차 회의를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6일 임시회의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사옥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전경련 복귀 여부를 결론 짓지 못한 준감위는 오는 18일 2차 회의를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준감위는 지난 16일 임시회의를 열어 전경련 재가입에 대한 마라톤 회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짓지 못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서 다시 회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준감위는 오는 18일 2차 회의를 개최한다. 

준감위 논의 결과는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삼성이 포문을 열면 다른 그룹들의 복귀 결정도 뒤따를 것이란 게 재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다만 회비 납부를 위한 각 그룹의 이사회 승인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수십억원의 뭉칫돈 지출도 부담이지만 자칫 배임으로 질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4대 그룹은 전경련 탈퇴 적전 해인 2016년 500억원에 달하는 연간 회비의 70% 이상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부활에 따른 대한상의와의 역할 분담도 불가피하다. 두 단체의 주요 회원사와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서로 부딪칠 요소가 없지만, 재계 대표성을 둘러싼 경쟁 관계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과거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도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자 전경련 회장단에서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수장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남다른 책임감과 애정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대한상의와 SK그룹으로선 전경련에 힘을 실어준다거나 복귀 관련 입장을 밝히는 게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현재로선 SK그룹이 전경련에 복귀하되 회장단에서 최 회장이 빠지는 것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한상의 회원사가 대부분 중견·중소기업이지만 재계 순위 2위의 총수가 수장으로 있는 만큼 전경련과의 체급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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