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복귀 후 2세 경영 승계 속도전 돌입 예상
박찬구 금호석화 명예회장, 5월 용퇴 결정…“복귀 여부 정해진 것 없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잃어버린 10년’ 되찾기에 집중…그룹 재도약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각 사 및 연합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각 사 및 연합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한목소리를 냈다. 14일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 단행으로 경영 활동 제약에서 벗어난 데 대한 소감이자 각오다. 이번 사면의 방점이 ‘경제 살리기’인 만큼 정부와 국민 기대에 보답하는 데 힘쓰겠다는 게 이들의 다짐이다. 

이날 부영그룹은 “그룹의 역량을 다해 고객을 섬기는 기업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금호석유화학그룹과 태광그룹은 각각 “본업에 더욱 집중하겠다”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위해 사회와 나누고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재계의 관심은 앞으로다. 각 그룹에서 ‘최선’과 ‘집중’ ‘노력’을 약속한 만큼 총수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해 사업을 진두지휘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이중근 창업주와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가 유력하다. 반면 박찬구 명예회장은 지난 5월 용퇴를 결정하고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복귀 절차를 밟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근 창업주는 경영 복귀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 대상에서 배제된 뒤 2세 경영 승계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지난 1년간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부영의 소유지분현황을 살펴보면, 이중근 창업주의 지분율은 93.79%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다. 사실상 1인 지배 체제다. 후계자로 불리는 장남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의 지분율은 2.18%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중근 창업주의 향후 행보는 세대 교체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경영 복귀 이후 명예로운 은퇴가 가능해졌다는 점, 팔순을 넘긴 고령자라는 점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찬구 명예회장은 현역에서 물러난지 이미 3개월이 지났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장남 박준경 사장이 3세 경영인으로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박 사장은 2021년 영업본부장(부사장) 승진 1년여 만인 지난해 말 사장으로 고속 승진한 뒤 기획조정본부를 포함한 그룹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있다. 박찬구 명예회장이 집행유예 기간에 경영 복귀를 시도하다 좌절한 전례가 극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박찬구 명예회장은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로 취임했지만 법무부의 취업 승인 불허로 난관에 부딪혔다.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불복 소송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2심 승소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결국 박찬구 명예회장은 소를 취하했다. 이로써 2025년 말까지 취업 제한이 확정됐다.

재계에선 법무부와의 소송이 박찬구 명예회장의 용퇴 결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면으로 취업 제한이 예정보다 일찍 풀리면서 경영 복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그룹 측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1년 10월 가석방 없이 만기 출소했지만 취업제한 규정으로 발이 묶여있었다. 그룹 안팎에선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10년 넘게 이어진 오너 공백을 메우고 미래 비전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호진 전 회장은 취임 7년여 만인 2011년 구속기소돼 사법절차로 10년을 은둔했다. 태광그룹이 지난해 말 10년 동안 총 12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도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시계가 본격적으로 작동되면 정체된 그룹의 재도약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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