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담당 판사는 지난 8월 10일 정의원의 글 내용이 "악의적이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며 벌금 500만원을 구형한 검사보다 더 강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담당 판사가 고교와 대학 때 썼던 노 전 대통령 탄핵과 이를 주도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언론에 소개되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선고를 두고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동훈 장관이 과거 노무현재단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고 허위사실을 주장해 기소된 사건의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점과 비교하더라도 이번 징역 6개월의 선고는 현저히 형평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 판결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필자가 판단할 수는 없다. 그것은 사법부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가 대학 시절에 읽었던 어느 책의 서문엔 악어의 재판에 대한 글이 나온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마을에 재판 거리가 있으면 호수 양쪽에 기둥을 세워놓고 거기에 양 당사자를 묶는다고 한다. 그리고 호수 한가운데 악어를 풀어 놓고 그 악어가 잡아먹는 쪽을 죄인이라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 책의 필자는 이 재판은 끔찍하고 야만적인 것 같지만 50%의 정확도를 갖고 있는데 요즘 재판의 정확도가 50%를 넘는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지난 헌법재판소가 내린 검수완박에 관한 결정을 두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사전에 판사의 성향을 두고 예측한 대로 그 결과가 나왔다'며 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사실 전관예우란 용어 자체가 판결의 정당성을 해치는 용어이기도 하다. 이 판결을 두고도 법조계에서는 "'정진석 판결'은 판사의 정치성향이 판결에 반영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 준다"는 지적을 하였다.

판사는 모든 법률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으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그러나 사법적 공정성의 개념은 근본적이지만 이데올로기적 편향의 가능성 때문에 종종 비난에 직면한다. 개인적인 믿음과 객관적인 해석 사이의 미묘한 균형은 법조계가 사법 제도의 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이데올로기적 편견이 사법적 의사 결정에 스며들어 낙태, 민권, 총기 규제와 같은 문제에 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편향은 반드시 악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이라는 렌즈를 통해 정보를 해석하려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다.

법에 대한 사법적 해석은 여러 스펙트럼에 영향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일부 판사는 법령과 헌법의 문자 그대로의 언어에만 초점을 맞추는 보다 엄격한 원문주의적 접근 방식을 채택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법 이면의 더 넓은 의도와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 보다 유연하고 목적이 있는 해석을 선호한다. 그런데 접근 방식의 이러한 차이는 종종 판사의 다양한 이념적 성향을 반영하여 서로 다른 판결로 이어질 수 있다.

과도한 이데올로기적 영향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법률 시스템은 종종 사법부 내에서 견제와 균형을 보장하는 메커니즘을 갖춘다. 항소 법원은 판결을 검토하고 판사의 판단을 뒤집을 기회를 제공한다. 사법 절차의 투명성은 이데올로기적 편향과 싸우는 중요한 요소이다. 판사가 자신의 결정 뒤에 있는 추론을 명확하게 표현하면 적용되는 법적 원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윤리 강령 및 감독 기관과 같은 사법 책임 메커니즘도 편견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 사례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판사들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편향 문제는 인간의 주관성과 법의 객관적 해석에 대한 요구 사이에 내재한 긴장에 뿌리를 둔 복잡한 문제이다. 편견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지만 강력한 견제와 균형, 투명한 의사 결정 및 책임 시스템을 통해 사법 공정성을 강화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은 사법 제도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사회가 계속 진화함에 따라 사법부는 정의의 저울이 균형을 유지하고 신념과 관계없이 모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

편견이 개입한 재판은 불행히도 악어의 재판보다 공정하기 어렵다. 공정성은 사법부의 핵심이다. 판사는 결정을 내릴 때 개인적인 신념, 의견 및 정치적 성향을 제쳐두어야 한다. 대신 그들은 법과 일치하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법적 판례, 법령 및 헌법 원칙에 의존해야 한다. 중립에 대한 이러한 약속은 법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고 헌법에 따른 국민의 법적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요[뉴스워치= 뉴스워치 ]소이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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