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감산’으로 적자 방어, ‘신제품 개발’로 업황 반등 대비
8세대 V낸드 기반 SSD, 세계 최고층 321단 낸드 앞다퉈 공개

삼성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FMS 2023’에서 PCIe 5.0 데이터센터용 SSD ‘PM9D3a’를 포함한 차세대 스토리지 솔루션을 발표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FMS 2023’에서 PCIe 5.0 데이터센터용 SSD ‘PM9D3a’를 포함한 차세대 스토리지 솔루션을 발표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불황을 극복할 장기 플랜에 돌입한다. 핵심은 ‘낸드 살리기’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요 회복 속도가 더뎌 업턴 전환의 관건이 되고 있다. 즉 낸드가 살아야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추가 감산, 신제품 개발을 앞세운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적자를 방어하면서 다가올 업황 반등을 대비하는 것이다.

추가 감산은 지난달 진행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 재고가 5월에 정점을 찍고 빠르게 감소 중이다. 하반기에도 재고 정상화를 위해 감산을 지속할 예정인데 낸드 생산 추가 조정이 클 것이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낸드가 D램에 비해 재고 수준이 높고 수익성도 낮은 만큼 5~10% 추가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종합하면, 재고 털기와 공급량 조절을 통해 영업적자 폭을 감소하는 게 감산의 목표다.

실제 낸드의 흑자전환 시점은 업계에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고객사인 모바일 업체가 재고 비축에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서버 업체들도 AI(인공지능) 관련 투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거래 절벽 수준이라 수요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 이에 따라 가격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에 낸드의 평균판매가격(ASP)이 3~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릿고개를 넘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불확실한 전망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투자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3강(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체제인 D램과 달리 다수 사업자가 경쟁을 펼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34.3%) ▲일본 키옥시아(19.5%) ▲미국 웨스턴디지털(15.9%) ▲SK하이닉스(15.1%) ▲미국 마이크론(10.9%) ▲중국 YMTC(3.2%) 등 6개 기업이 점유율을 차지했다.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신제품 개발이 수익성 제고와 함께 업황 반등에 대비할 묘수가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FMS 2023’에서 공개한 321단 4D 낸드 개발 샘플.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FMS 2023’에서 공개한 321단 4D 낸드 개발 샘플.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은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재현됐다. FMS는 매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낸드 업계 세계 최대 규모의 컨퍼런스다. 올해는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양사는 각각 8세대 V낸드 기반의 SSD와 세계 최고층 321단 4D 낸드를 공개하며 진화된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PCIe 5.0 데이터센터용 SSD ‘PM9D3a’를 처음 소개했다. 이전 세대 제품(PM9A3) 대비 연속 읽기 성능과 임의 쓰기 성능을 2배 이상 개선했다. 전력 효율은 약 60% 향상됐다. 아울러 고온 다습한 환경평가 기준(JESD22-A101D) 700시간 보증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안정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회사 측은 “PM9D3a에 한층 강화된 보안 솔루션(SPDM)을 적용해 장치의 인증과 펌웨어 변조 탐지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PM9D3a 7.68TB(테라바이트), 15.36TB 제품을 2.5인치 규격으로 연내 양산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중 3.84TB 이하의 제품부터 최대 30.72TB 제품까지 다양한 폼팩터와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300단 이상 낸드의 출시 계획을 공표했다.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을 목표로 낸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321단 1Tb TLC 낸드는 이전 세대 제품(238단 512Gb) 대비 생산성이 59%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PCIe 5세대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기업용 SSD(Enterprise SSD·eSSD)와 UFS 4.0도 이번 행사에서 소개했다. 현재 다음 세대인 PCIe 6세대와 UFS 5.0 개발에 착수한 사실도 알렸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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