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간 기능에 근접한 ‘세미콘 휴머노이드’ 비전 10월 공개
SK, 서비스서 보안으로 영역 확대…‘순찰로봇’ 개발·사업화 집중
LG, 배송 혁신될 ‘라스트마일’ 개발 및 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국내 로봇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굴지의 기업들이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기술 개발 및 사업 육성에 투자하면서 시장 파이를 넓히고 있다. 주축은 삼성, SK, LG다. 3사 모두 로봇 사업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판단해 시장 성장세에 발맞춘 고도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로써 3사는 삼성SDI, SK온, LG에너지솔루션을 각각 계열사로 두고 사업을 확대해온 배터리에 이어 로봇으로 다시 맞붙는 모습이다. 다만 주력으로 개발 중인 로봇의 성격이 달라 우위를 가리긴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에 집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현황과 비전은 오는 10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하는 ‘삼성 시스템LSI 테크 데이 2023’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삼성은 2017년부터 테크 데이를 열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선보였다. 올해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일환으로 소개될 ‘세미콘 휴머노이드(Semicon Humanoid)’가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가까운 기능을 얼마만큼 구현해 내느냐가 관심이다. 1년 전 테크 데이에서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사물이 사람과 같이 학습과 판단을 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간의 두뇌, 심장, 신경망, 시각 등의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며 개발 속도전을 강조한 바 있다. 

재난 구조 로봇 DRC-휴보. 로봇 제작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2대 주주가 삼성전자다.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재난 구조 로봇 DRC-휴보. 로봇 제작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2대 주주가 삼성전자다.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삼성이 로봇 사업을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21년부터다. 로봇을 포함한 신사업 분야에 3년 동안 총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뒤 국내 협동로봇·휴머노이드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14.99%를 취득하고 콜옵션(매수청구권) 계약을 체결해 인수 가능성을 열어뒀다.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팀은 신설 10개월 만에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로봇사업팀에서 준비하는 첫 상용 로봇은 보행 보조기구 ‘EX1’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로봇 특화 인재 양성도 시작했다. 

SK의 로봇 사업은 서비스에서 보안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그룹 내 보안·경비 기업인 SK쉴더스가 SK텔레콤, 뉴빌리티와 함께 ‘자율주행 AI 순찰로봇’ 공동개발 및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순찰로봇은 지정된 구역을 계속 움직이며 모니터링하고, 특이사항을 감지하면 관제센터에 알려 보안요원을 출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뉴빌리티가 로봇 제조 및 원격관제 솔루션을 담당하고, SK텔레콤의 AI 영상인식·전송기술과 SK쉴더스의 보안솔루션·영업인프라를 활용한다. 연내 출시를 목표로 시범 테스트 결과에 따른 서비스 보완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SK텔레콤은 ‘AI바리스타로봇’을 출시했다. 두산로보틱스의 로봇 제조 기술에 SK텔레콤의 빅테크(AI·빅데이터·보안) 기술을 결합한 무인 커피로봇 서비스다. 앞으로 5년 내 국내 커피로봇 시장에서 선두로 올라선다는 게 SK텔레콤의 각오다. 이동통신사의 사업 다각화를 통한 탈통신 행보는 예정된 수순으로 평가된다. 통신시장 성장이 정체된데다 로봇은 무선 네트워크가 필수적인 만큼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다. LG유플러스도 국내 서빙로봇 시장 1위 기업인 브이디컴퍼니와 첫 협업 제품으로 ‘U+서빙로봇 푸두봇’을 내놨다.

LG 클로이 캐리봇이 파스토의 스마트 물류 센터인 용인2센터에서 작업자와 협업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 클로이 캐리봇이 파스토의 스마트 물류 센터인 용인2센터에서 작업자와 협업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의 로봇 사업은 LG전자가 끌고 LG유플러스가 미는 모습이다. 시장 진출의 신호탄으로 알려진 ‘클로이(CLOi)’가 LG전자에서 만든 로봇 브랜드다. LG 클로이 로봇은 2017년 인천국제공항에서 안내를 돕는 ‘가이드봇’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음식을 나르는 ‘서브봇’(2종)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봇’ ▲음식을 조리하는 ‘셰프봇’ ▲방역 작업을 하는 ‘UV-C봇’ ▲물건 적재와 운반을 하는 ‘캐리봇’까지 총 7종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해왔다. 앞으로는 물류용 로봇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상품 운송의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마일 개발이 핵심이다.

라스트마일은 향후 물류업계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인력 확보면에서 물류용 로봇 도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도 서빙에서 물류 분야까지 로봇 사업을 확대한다. 자율주행 솔루션 전문 기업 유진로봇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유진로봇이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고카트’에 자사 5G 통신망 및 플랫폼을 접목시킨다는 게 LG유플러스의 계획이다. 고카트는 최대 500kg 중량의 물품까지 운반할 수 있다. 사업 역량이 쌓이면 배송·안내로 저변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LG의 올해 목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LG전자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금껏 서비스·배송로봇 중심의 국내 대형 거래선과 협업으로 로봇 사업 성장을 추진했다면 3분기부터는 해외 시장 진입을 적극 준비해 추가 거래선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조직개편도 끝냈다. BS사업본부 로봇사업담당 아래 해외영업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발 빠른 행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로봇은 배터리, 전장과 함께 구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사업이다. 로보스타(536억원) 인수를 비롯해 로보티즈(90억원), 아크릴(20억원), 보사노바로보틱스(39억원), 로보스타(881억원) 등 국내외 로봇 전문 기업에 투자하며 일찌감치 시장 선점에 나섰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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