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회장 후보 내부 4명·익명의 외부 2명 압축 
노조 “낙하산 인사 거부”…관치금융 영향 업계 우려도

KB금융 회추위가 8일 회의를 통해 확정한 차기회장 1차 후보군(숏리스트)을 발표했다. 회추위는 2차 압축을 위한 본격적인 검증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사진=KB금융그룹
KB금융 회추위가 8일 회의를 통해 확정한 차기회장 1차 후보군(숏리스트)을 발표했다. 회추위는 2차 압축을 위한 본격적인 검증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사진=KB금융그룹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KB금융그룹 차기회장 후보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허인·양종희·이동철 KB금융 부회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KB금융 총괄부문장) 내부인사 4명과 외부인사 2명 등 차기회장 후보를 6명으로 압축해 발표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 및 평판 조회 등을 거쳐 최종 후보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외부인사 2명의 변수 가능성과 노조 우려가 공존한다.

KB금융 회추위는 8일 회의를 열고 차기회장 1차 후보군(숏리스트)을 확정해 발표했다. 3명의 부회장과 KB증권 사장이 내부 인사로 이름을 올렸고, 2명의 외부 후보는 본인 요청에 따라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하면서 공개되지 않았다. 4연임 도전이 거론되던 윤종규 회장은 지난 6일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후보에서 제외됐다.

이들 후보에 대해 회추위는 20명의 회장 후보(롱리스트)에 대한 평가자료를 참고해 업무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등을 평가한 뒤 논의와 투표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공개된 4명의 내부 인사들 면면을 살펴보면 '누가 돼도 무리없다'는 KB금융의 자신감이 이해될 만하다. 그만큼 오랜 기간 리더십을 검증받아온 인사들이다.

숏리스트 포함 전부터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으로 점쳐졌던 3명의 1961년생 부회장은 각자 남다른 리더십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사진 왼쪽부터) 허인·이동철·양종희 KB금융 부회장과 박정림 총괄부문장. 사진=KB금융
(사진 왼쪽부터) 허인·이동철·양종희 KB금융 부회장과 박정림 총괄부문장. 사진=KB금융

허인 부회장은 '첫 3연임 국민은행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한국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17년 국민은행장에 올라 4년간 은행을 이끌면서 신한은행에 빼앗겼던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인물이기도 하다. 원칙주의자로서 윤리경영을 강조해왔던 만큼 최근 불거진 금융 리스크 화두를 안정화하기에 적합한 인물로 꼽힌다.

허 부회장은 2020년 차기 회장 선임 당시에도 숏리스트에 포함돼 일찌감치 차기 회장 후보군에 안착하는 등 내부에서 인정받는 인사다. 서울대 법학과 80학번으로 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의 직속 후배이기도 하다.

양종희 부회장은 윤 회장이 부활시킨 부회장직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서 윤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만큼 그룹 가치관 및 비전 등에 대한 이해가 높다. 특히 양 부회장은 KB금융지주 재무총괄 부사장을 맡는 등 재무통 능력을 발휘했으며,  KB금융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 시절 LIG손해보험(현 KB손보)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경험과 더불어 KB손보의 안정화까지 일궈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내부에서는 재무통으로 불린다.

이동철 부회장은 은행부터 카드사, 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를 두루 거친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다. 여러 계열사를 거친 만큼 전략이 남다른 전략통이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KB생명보험 부사장과 KB국민카드 사장을 거치며 디지털 혁신과 해외 사업 등에서 성과를 냈다. KB금융지주에서 전략총괄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 등 M&A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맡았다.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자산관리(WM)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다크호스 후보로 꼽힌다. 국내 증권사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로 KB금융 총괄부문장을 맡고 있다. 박 대표는 공채 출신은 아니다. 체이스맨해튼은행(현재 JP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경력 단절 후 정몽준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했고,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등을 거쳐 2004년 KB국민은행으로 합류했다. 이후 10년만인 2014년 KB국민은행의 역대 두번째 여성 부행장에 올랐다. 

박 대표는 '포스트 윤종규'로 여겨졌던 양종희·허인·이동철 부회장 3인방 경쟁구도에 균열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그간 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 여성이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변수도 존재한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2명의 외부인사 후보들이다. 외부 후보자의 익명성 보장은 본인 요청에 따른 것인데 KB금융 차기 회장 인선 절차가 바뀐 영향도 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숏리스트를 선정한 뒤 곧바로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지만 이번에는 숏리스트 단계를 6명→3명 압축으로 나눴고, 숏리스트 선정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의 검증 기간도 기존 19일에서 30일로 확대했다. 인선절차를 세분화하고 장기화하면서 그 기간 동안 외부 후보자들이 받을 압박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KB금융 관계자는 "(외부 후보는) 본인 요청에 따라 익명을 보장하는 것으로 절차가 1, 2차로 나뉘다 보니 1차에서부터 명단이 공개됐을 때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면서 "각자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들로서 명성이나 개인사에 대한 영향, 성향 등도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차기회장 인선절차가 투명성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바뀐 것인 만큼 후보 6명의 면면을 모두 공개했어야 옳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내에서는 KB금융이 절차적 개선을 강조했던 점, 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 오르는 데 따르는 책임감과 공정성 등을 고려해 외부 후보들의 선발 배경 및 면면을 고려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그룹 간담회에서 만난 윤종규 KB금융 회장(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그룹 간담회에서 만난 윤종규 KB금융 회장(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아쉬움과 함께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회추위가 숏리스트 후보들을 발표한 8일 KB금융그룹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냈다.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성명서에서 노조는 "KB금융에 더욱 큰 해악을 끼칠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혹시나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면 당장 제외해야 한다"며 "우리의 상식적이고 정당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특히 "KB 내부 출신이라 할지라도 역량이 부족한 인물이 회장 자리에 오를 경우 과거 줄서기와 같은 잘못된 문화가 되살아나 조직 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조합원의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회추위 관계자가 "내·외부 후보자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금융그룹 회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험이 충분한 후보자들"이라 했고, KB금융은 개선한 프로그램이 '낙하산 인사가 조직을 망가뜨리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노조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베일에 싸인 두 명의 외부 후보가 전직 관료 출신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관치 논란'으로 얼룩졌던 과거가 재연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KB금융의 초대 황영기·2대 어윤대·3대 임영록 회장은 각각 이헌재사단, 고려대 인맥, 모피아를 등에 업고 나선 인물로 평가받는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자료를 통해 2013년 이후 4년간 임원급 이상 낙하산 인사가 가장 많은 금융기관이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한만큼 낙하산 인사가 전격 발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선출된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이 금융위원장 출신이고, NH농협금융그룹 이석준 회장 역시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과 제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관료출신이라는 점도 이같은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새 얼굴로 바뀌고 있다. 금융지주 현직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난 건 지난해 12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올해 1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그리고 윤종규 회장까지 네 번째다.

특히 앞선 세 사람의 경우 금융당국 사퇴 압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단적으로 손 전 회장 퇴진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 회장 징계 확정 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믿는다"는 압박성 발언을 했다. KB금융 이전 세 금융지주 회장 교체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전임 회장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에 더해 리딩금융의 위용을 이끌며 성공적 리더십을 발휘해왔던 윤 회장까지 퇴임하면서 이 역시 금융당국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앞서 이 금감원장은 다양한 자리에서 KB금융을 향해 지배구조 및 경영승계와 관련해 업계의 모범이 되는 선례가 돼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포기는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어려운 대내외 환경 및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하는 시점에서 관록있는 회장들이 물러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회장들의 연임포기가 관치금융에 의한 것이라면 더더욱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한편, KB금융은 6명의 후보를 추림에 따라 앞으로 30일 동안 치열한 검증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KB금융 회추위가 이번에 결의한 '회장 자격 요건'은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그룹 비전과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 경영을 위한 노력 등 5개 항목과 하위 25개 세부 기준으로 구성됐다. 후보군은 자격 요건에 따라 종합적인 평가를 거치게 된다.

회추위는 6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1차 인터뷰와 심사를 거쳐 이달 29일 숏리스트(2차)를 3명으로 압축하고, 9월 8일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 인터뷰를 통한 심층 평가를 실시한다. 이후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최종 후보자는 이사회의 추천을 거쳐 11월 20일 주주총회에서 향후 3년간 KB금융그룹을 이끌 신임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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