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필수재 HBM 수요 급증…2025년까지 연평균 45% 이상 성장
한발 앞선 SK하이닉스 “선두 유지” vs 후발주자 삼성전자 “내년 전환”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 사양인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 사양인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메모리 반도체 특성에서 중요한 부분은 세 가지다. 메모리에서 한 번에 이동 가능한 데이터의 양을 의미하는 ‘대역폭(Bandwidth)’과 CPU·GPU 요청 시 작동되는 ‘반응 속도(Latency)’, 메모리 안에 담을 수 있는 데이터의 ‘용량(Capacity)’이다. 이를 강화한 고부가가치 제품이 바로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다. HBM은 D램 칩 여러 개를 적층한 뒤 TSV(실리콘관통전극) 공법으로 수직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높였다. 주요 수요처는 인공지능(AI) 시장이다. HBM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인 AI 시대의 필수재로 꼽힌다.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HBM의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지만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불황기를 겪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선 실적 개선을 노릴 수 있는 기회이자 업턴 대비의 핵심 과제가 된다. HBM은 일반 D램보다 가격이 6~7배 이상 높다. 이에 따라 시장 선점과 점유율 확대가 업계의 공통된 관심사다. 현재 각축전을 벌이는 기업은 국내 반도체 경쟁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양사 모두 기술 우위를 주장하며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실적 컨퍼런스를 먼저 개최한 SK하이닉스는 “시장 초기부터 축적해온 오랜 경험과 기술 경쟁력을 강점으로 선두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다음날 삼성전자는 계약 체결 전 사항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반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를 통해 “HBM 선두업체로 HBM2를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했고, 후속으로 HBM2E 제품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 HBM3는 고객 오퍼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HBM3 제품인 ‘아이스볼트(Icebolt)’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HBM3 제품인 ‘아이스볼트(Icebolt)’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진=삼성전자

선두 경쟁에서 한발 앞선 기업은 SK하이닉스다.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데 이어 현존 최고 사양인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12단 적층 HBM3 24GB 패키지 개발에 성공, AMD 등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면서 다시 한 번 세계 최초의 기록을 이어갔다. 앞서 HBM은 ▲1세대 HBM ▲2세대 HBM2 ▲3세대 HBM2E를 거쳐 현재 4세대인 HBM3까지 개발된 상태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HBM3을 양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보다 1년가량 늦은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SK하이닉스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은 기업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 순이다.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납품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시장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엔디비아는 AI 구동 필수품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엔디비아의 신제품 출시는 시장 판도를 뒤흔들 요소다. 적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력 강화가 HBM 시장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양사 모두 내년 5세대로 불리는 HBM3E 양산을 준비 중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6년부터 HBM4(6세대) 전환을 예상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로드맵을 시행할 계획이다. 동시에 생산능력도 키워갈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HBM을 내년 투자 우선순위에 두고 물량을 2배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생산능력 확대를 통한 점유율 상승을 노린다. 증설 투자로 2배 이상 캐파 증대가 목표다. 삼성전자는 “올해 10억GB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해 하반기 추가 수주 대비 공급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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