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인터넷 커뮤니티에 다수의 소위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올라오기 시작해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을 벌여 14명에게 중상을 입힌 최모씨(22)처럼 불특정 다수를 노린 ‘외톨이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퍼졌고 전국에서 무려 50명 넘는 작성자가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묻지 마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도 빗발쳤다.

세상이 왜 이리 되어가고 있는지 참으로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사회 내 은둔해 있다 계기만 생기면 갑자기 테러를 일으키는 ‘외톨이 테러’가 일상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외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총기 난사 사건 같은 테러 범죄가 우리 옆에 바싹 다가온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수많은 도전에 시달리며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도 가장 잊히지 않고 당혹스러운 문제 중 하나가 묻지 마 폭력의 발생이다. 불안한 현실은 이러한 무의미한 폭력 행위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하여 지역 사회를 산산조각내고 개인은 끊임없는 두려움 속에 살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전염병에 정면으로 대처하고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더 안전하고 자비로운 사회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무차별적인 폭력 행위의 동기는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사회는 정신 건강, 사회적 고립, 폭력적인 매체의 영향 문제로 치부한다. 물론 일부 사례는 정신 건강 문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정신 질환으로 고생하는 개인을 낙인찍는 것은 위험하다.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대다수 사람은 비폭력적이다.

S. Freud는 공격성이란 인간의 본능-생의 본능, 죽음의 본능-중 죽음의 본능이 표출된 것으로, 이것이 내향화하면 자살이 되지만 외향화하면 파괴나 살인행위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요즘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로 국민의 짜증은 높아가고 있다. 양평고속도로 사건에서 외지인의 땅 소유사례가 불거지면서 빈부격차에 대한 실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어려운데 일부 인사들의 거액의 재산과 자산투기가 서민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박탈감에 시달리던 사람들의 울분이 어떻게든 표출될 소지가 크다. 공격 행동은 좌절 상황에서 심한 분노를 느낄 때 가장 많이 일어난다.

E. Aronson은 공격 행동은 순수이성에 호소해보아야 많이 감소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즉 공격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득해 보아야 별로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공격 행동 후 가해자 자신에게 어떤 부정적인 결과가 올지를 이해시키는 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지난 2일 서울 강남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크게 다치게 한 운전자가 체포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석방됐다. 피해 여성은 양쪽 다리가 골절되고 머리와 복부를 다치는 등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20대 남성 운전자는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는데도 석방이 되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석방 이유에 대해 "변호사가 신원보증을 하고 책임지겠다고 해 석방했다"고 한다. 법 집행 기관은 무작위 살인을 방지하고 대응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공정하고 효과적인 법 집행 관행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즈음 TV, 영화, 비디오 등의 폭력물이나 선정적인 자극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폭력물과 폭력 문화에 대한 동경은 정서 유발 수준을 높이고 폭력에 무감각하게 만들어 직·간접적으로 공격 행동을 촉진할 수가 있다. 폭력을 미화하는 데 있어 언론의 역할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비디오 게임, 영화, 심지어 특정 온라인 플랫폼의 폭력적인 콘텐츠는 개인을 자신의 행동 결과에 둔감하게 만들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필수적이지만 콘텐츠 제작자는 자신의 작업이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폭력 문화에 이바지하는 사회적 요인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빈곤, 불평등, 사회적 소외는 폭력이 만연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우월감을 찬양하고 평범은 무시하게 만드는 교육, 그리고 취업 기회는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 묻지 마 폭력은 우리의 즉각적인 관심과 행동을 요구하는 매우 골치 아픈 문제이다. 더욱 엄격한 흉기의 규제, 책임 있는 미디어, 사회적 지원 시스템, 무엇보다 보통사람에게도 유용한 기회를 주는 사회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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