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한강의 기적.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 해주는 나라로 성장한 유일한 사례. 전국 어디를 가도 인터넷이 빠르게 터지는 IT 강국 대한민국. 이 역사적인 업적에 우리는 1%의 기여라도 했는가? 하지만 우리가 현대에 누리는 것은 얼마인가?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데 가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지 않는가. 우리가 보릿고개를 모르고 자린고비를 모르고 자란 데에는 부모 세대, 선배 세대들의 피땀 어린 노력들이 녹아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우리가 아무리 겪지 않은 시절에 대한 일들이라고, 그저 이 누리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또 부모가 되고 아이를 키울 때, 어릴 때는 그저 밥 한 끼 먹는 것이었지만 부모가 되어 한 끼 밥상 차리는 데에는 얼마나 큰 수고로움이 드는지 우리도 알지 않는가. 부모 세대와 선배 세대의 수고로움 덕분으로 우리는 지금 이렇게 누린다. 그리고 우리도 부모가 되고 선배가 되고 노인이 된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정동영의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유시민의 “50대 접어들게 되면 사람이 멍청해진다” 김용민의 “노인시위 못하게 시청역 엘리베이터 없애자”에 이은 역사적인 망언이 또 나왔다. “왜 미래 짧은 분들이 1인 1표 행사하냐” 라고 했고, 이어서 양이원영은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했다. 수 십년이나 젊은 내가 이 어르신들의 가정교육을 의심할 정도로 경악스러운 발언이다. 도대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살길래, 집안에서는 어르신 공경에 대해 배우지는 않았는지, 본인은 안 늙는지, 늙었다고 투표 안하실건지 묻고 싶다. 기본적인 상식과 태도를 넘어서, 왜 세대별 갈라치기를 하는지 정치적으로도 굉장히 지양해야할 정무적 태도인 것이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오해라며 억울해한다. 중학생 아이가 이렇게 이야기한 것 일 뿐이라는 항변이다. 이 분은 죽었다 깨어나도 본인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를 것이다. 첫째는, 그 아이의 생각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는 부분이다. 만약 내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엄마 그런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젊은 사람과 똑같이 1표를 행사해?”라고 묻는다면, 어르신들에게 미래가 짧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 자체를 나무랐을 것이다. 어르신들에게 미래가 짧다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미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선배 세대와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빨리 죽을 사람들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어떻게 그런 인식을 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할망정, 참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판단할 수가 있을까. 둘째는, 사적인 대화에서 그런 의견이 오갔더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이크에 대고 그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공과 사를 전혀 구분할 줄 모르는 사회성 결여다. 끝으로 세 번째는, 정치경험이 없이 정치 중앙무대에 선 것이다. 여의도 문법은 일상 문법과 천지 차이다. 그것은 몇 일만에 책으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지금이라도 혁신위원장을 사퇴하는 편이 낫다.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

영화 ‘은교’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너의 젊음이 노력에 대한 상이 아니듯이, 나의 늙음 또한 나의 잘못에 대한 벌이 아니다.” 노인이 되어버린 전설적 작가 이적요는 젊은 신생작가 서지우의 도발에 이렇게 일갈한다. 이 대사를 들은 순간 나 역시 가슴이 먹먹해지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젊음을 누리고 즐긴다. 젊은 게 좋지만 좋은 줄 모르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나 역시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늙음 또한 잘못한 것이 아니다. 나의 잘못으로 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이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일갈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세대 간에 서로 이해하고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깨우쳐야 한다. 각각의 다른 세대들은 사실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내가 어렸었고, 내가 늙어가고 있고. 세대별로 딱 잘라 서로 반목할 일이 아니라, 선배가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고 지금의 우리가 있기에 자식 세대도 있다. 노인을 폄하한다고 청년이 좋아하고 표를 줄 것 같은가. 민주당은 한 참 잘못된 프레임 속에 여전히 갇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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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필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리더스클럽 대표

장례지도사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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