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투자 24조에서 35조로 확대…퍼스트 무버로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
향후 10년 간 100조 투자 선언 배경에는 폭풍성장 이어가는 실적에 대한 자신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패권 확보와 전기차 허브로서의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 구현을 위해 10년 간 109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패권 확보와 전기차 허브로서의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 구현을 위해 10년 간 109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사진=현대자동차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패권 확보를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일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공장의 전동화 전환, 차량 소프트웨어, 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자율주행, 배터리 등 전방위적인 투자를 집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는 전기차 산업 초기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빅3로 위상을 굳히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전기차 패권확보 위해 R&D 집중

현대자동차그룹의 투자 중 가장 비중이 높은 분야는 단연 전기차와 전동화 부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현대 모터 웨이’ 전략 발표를 통해 향후 10년 간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총 109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전기차·전동화 부문 투자규모는 35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4월 밝힌 전기차 분야 24조원 투자계획보다 규모가 더 커졌다. 연평균 전동화 투자규모도 지난해 기준 2조1560억원에서 3조5800억원으로 66% 확대했다.

정의선 회장은 퍼스트 무버로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면서 향후 글로벌 빅 3로 시장 패권을 가져오겠다는 구상을 피력했다.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허브국가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4월 11일 기아의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축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세계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도 원팀으로 뛰겠다”고 약속했다.

“재계와 협력 통해 수소 투자도 놓지 않을 것”

그렇다고 현대차가 ‘전기차’와 ‘전동화’에만 올인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 자동차에는 전기차 외에 수소차도 포함돼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6일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수소사회 대전환을 지지하고 그룹 차원에서 204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수소 분야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와 함께 액화수소충전소 운영계획도 밝혔다. 또한 2025년 수소차 넥쏘 후속 모델 출시와 울산·당진의 현대차 및 현대제철 생산공장 중심으로 수소 물류트럭 전환, 해외사업장 신공장 건설 시 수소물류체계 구축 계획도 공개했다.

수소차 투자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SK·LG·코오롱·효성그룹 등 회원사들과 함께 진행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패권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전기차·전동화 투자와는 다른 모양새다.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전기차·R&D에 진심

정의선 회장의 R&D 투자는 최근 ‘전기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수석부회장으로 취임해 경영권을 책임지기 시작한 2018년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3사의 R&D 투자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섰고 매년 갱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제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사의 R&D 투자규모는 2018년 5조2563억원, 2019년 5조7730억원, 2020년 5조7947억원, 2021년 6조1413억원, 2022년 6조8763억원으로 상승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 이미지 탈피, 영업이익 기준 재계 1위 달성, 글로벌 완성차 판매 시장 빅3 진입 등 성과의 배경에 이같은 전폭적인 R&D 투자가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과감한 투자 배경, 실적에 대한 자신감

정의선 회장이 R&D 투자금액을 매년 갱신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향후 10년 간 100조원 투자를 선언할 수 있는 배경에는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연속 영업이익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폭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분기 기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전통의 강호들을 제치고 글로벌 톱3 자리를 차지했으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최대 라이벌인 미국의 테슬라보다 더 높은 수익률(영업이익율)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이같은 실적에 힘입어 보유 현금도 충분히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4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 현대자동차 재무상태표를 분석한 결과 유동자산은 2020년 말 51조903억원에서  53조3128억원, 58조3519억원, 64조173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보유현금도 59조4595억원에서 64조2368억원, 74조2365억원, 76조5814억원으로 더 쌓였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현대차 유동자산은 101조2580억원에 달한다. 유동자산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뜻한다. 현대차 유동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96조389억원이었는데, 반년 사이 5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2분기 중 보유 현금 규모(잠정)가 20조7780억원으로 1조5914억원(7.1%) 줄었는데 이는 전동화 투자 집행에 따른 것이다. 올해 현대차는 R&D에 4조2000억원, 시설에 5조6000억원 투자를 확정했고 나머지 7000억원은 예비투자비로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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