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드라마 '악귀'가 끝이 났다. 사람들은 호평 일색이고, 요즘 보기 드문 높은 시청률과 화제를 몰고 왔다. 걸핏하면 미신으로 매도하던 무속과 민속학, 호러를 결합한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명품연기를 펼친 김태리를 비롯해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호평 일색인데, 특히 김태리는 악귀에 씌웠을 때와 기존의 구산영이라는 캐릭터를 아주 뛰어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악귀는 탐욕스러운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고 결국 그들은 자신의 탐욕으로 비참한 종말을 맞았다. 악귀는 스스로 인간이 되고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구산영이 삶에 대한 의지를 찾음으로써 무력하게 사라지게 되었다. 요즘 탐욕스러운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 종종 보도되고 있다. 여기에는 권력욕도 있고 과시욕도 있으며 명예욕, 재물욕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탐욕스러운 자들로 인한 죽음과 희생이 보도되고 있다. 악귀는 현실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필자는 다문화사회의 도래로 인해 우리나라에 사는 아시아 지역의 악귀들은 어떤 것이 있을지를 조사해 보았다. 아시아 전역의 다양한 민속 및 신화에서 발견되는 악귀는 사람의 관심을 끈다. 종종 악의적인 초자연적 존재로 묘사되는 이 악마는 전통적인 이야기, 종교적 신념 및 문화적 관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본의 오니는 일본 민속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악귀다. 그들은 종종 뿔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크고 무서운 생물로 묘사되며 피부는 빨강, 파랑 또는 녹색이 될 수 있다. 오니는 혼돈, 악, 악인의 형벌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순전히 악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때로 그들은 사기꾼이나 복잡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로 묘사되기도 한다. 키츠네(Kitsune)는 인간 형태로 변신할 수 있는 지능적인 여우 정령이다. 일부는 자비롭고 인간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또 일부는 속이고 조작하기 위해 변신 능력을 사용한다. 누에(Nue)는 일본 설화에 나오는 키메라 같은 생물인데 머리는 원숭이, 몸통은 너구리, 다리는 호랑이, 꼬리는 뱀이다. 누에는 종종 질병이나 불운과 관련된 악의적이고 해로운 악마로 간주한다. 요카이(Yokai)는 일본 민속학에서 다양한 초자연적 생물을 포괄하는 용어로 그중 일부 요괴는 악귀와 같은 특성과 의도를 지닌다. 가키는 '배고픈 유령'으로 영원한 굶주림과 불만의 존재로 운명지어진 탐욕스럽거나 이기적인 개인의 영혼이라고 믿어진다.

중국의 야오과이는 중국 신화에서 초자연적인 생물과 악마의 광범위한 범주를 지칭하는데, 이 생물은 동물이나 인간형 존재와 같은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일부 yaoguai는 악의적이고 해를 입히지만 다른 yaoguai는 자비롭기도 하다. 살아 있는 사람의 생명력을 먹고 사는 되살아난 시체인 'Jiangshi' 또는 '호핑 뱀파이어'도 있다. 야마는 Yanluo라고도 알려졌는데, 중국 신화에서 저승의 통치자이다. 그는 고인의 영혼을 심판하고 내세에서의 운명을 결정한다.

베트남의 아구이(ác quỉ)는 한자가 한국이랑 같은 악귀다. 날이 다가오면 베트남 가정에서는 꺼이 네우(Cay neu)를 준비하는데, 이는 악귀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설치하는 풍습이다. 꺼이 네우의 뜻은 '악귀의 침입을 막고, 한 해의 복을 비는 뜻으로 집 앞에 장대를 설치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나무 끝에 방울을 걸어 놓으면 바람이 불 때 소리가 나서 악귀가 무서워 들어오지 못한다고 한다.

태국엔 타이 피(Thai Phi)가 있다. 태국 신화에서 '피'는 영혼이나 초자연적인 존재를 의미한다. 일부 파이는 악마로 간주하며 특정 장소, 물체 또는 사람에 거주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식인 유령'으로도 알려진 피 팝은 태국 민속에서 무시무시한 유령 또는 악마인데, 폭력적인 죽음을 맞이한 임산부의 영혼이라고 한다. 피 팝은 내장이 늘어진 떠다니는 머리로 묘사되며 피를 먹고 산다. Phi Krahang은 출산 중 사망한 여성의 유령이다.

캄보디아, 태국, 인도네시아와 같은 다양한 아시아 국가에서 Asura는 강력한 악마 존재 또는 반신으로 간주한다. 그들은 종종 우주의 힘을 놓고 데바(신)와 영원한 갈등을 벌이는 사납고 분노한 존재로 묘사된다.

이밖에도 더욱 많고 다양한 악귀와 초자연적 존재가 아시아 문화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한, 악귀에 대한 묘사와 믿음은 특정 국가나 지역 내에서도 다양할 수 있다. 일부는 숭배되고 다른 일부는 두려움을 주며 수 세기에 걸쳐 많은 신화와 의식이 발전했는데, 이 악귀에 대한 믿음과 해석은 아시아 문화유산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의 종반쯤 되어 악귀의 이름을 두고 시청자의 견해가 둘로 나뉘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는 악귀의 이름을 '향이'라 들었고 또 일부는 '상희'라고 들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뉴스에도 두 종류의 이름이 모두 등장해 시청자들을 더욱 헷갈리게 하였는데 결국 기자들이 SBS 방송사에 문의하여 '향이'라는 이름이 맞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얼마 전 대통령이 미국방문 도중 한 발언을 두고 한 방송사가 '바이든'이라 들었다며 이를 자막 처리하였고, 당사자는 '날리믄'이라 발음하였다고 하여 국민이 둘로 나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방송사가 자신이 잘못 들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사전에 문의해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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