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가격 인상에 가격 싼 발포주 시장 경쟁 치열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점유율 80%에 오비맥주 도전장

맥주 시장에서 카스와 테라 대결이 메이저 리그 경기라면 점유율 7%의 발포주 전쟁은 마이너리그인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맥주 시장에서 카스와 테라 대결이 메이저 리그 경기라면 점유율 7%의 발포주 전쟁은 마이너리그인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정호 기자] ‘가성비 맥주’ ’맥주맛 나는 술’이라고 불리는 발포주를 두고 소리 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여름 성수기를 맞은 맥주 시장에서 발포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카스와 테라 대결이 메이저 리그 경기라면 점유율 7%의 발포주 전쟁은 마이너리그인 셈이다.

발포주는 편의점에서 2700~3500원에 판매되는 맥주 대비 약 40% 저렴하다. 국내 맥주는 리터 당 855.2원의 세금이 붙는다. 발포주는 맥아 함량이 10% 미만으로 주류법상 맥주로 포함되지 않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체 라거 시장에서 발포주 비중은 2017년 2%에서 2020년 6%로 성장했다. 2021년부터는 7% 대에 머물며 성장률이 사실상 멈췄다. 발포주 성장이 정체된 주된 이유는 수입맥주 확산 영향으로 보인다.

수입맥주는 단품으로는 발포주보다 비싸지만 편의점에서 4~5개씩 묶음할인을 받으면 2000~2500원 수준으로 차이가 적다. 이마트 등에서는 지난해 12월 수입맥주를 8캔 묶어 판매하는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수입맥주의 가격 인상 러쉬로 발포주 시장이 활성화될 조짐이 보인다. 7월 하이네켄, 아사히, 버드와이저 등의 가격이 4000원에서 4500원 수준으로 인상됐다. 묶음 가격도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 대로 높아졌다. 수입맥주의 가격 인상 이유로는 물류비와 원가 상승이 거론된다.

발포주의 가격 경쟁력은 한층 더 높아진 셈이다. 주류 할인 행사에 비용 부담이 증가했고, 발포주도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지난해 발포주 시장 규모는 36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80% 증가했다. 올해 전망치는 4000억원 대로 추정되고 있다.

오비맥주는 최근 ‘오엠쥐 쏘굿(OMZ 쏘굿)’ 한정 판매를 시작했다. 330㎖ 캔 6개들이 제품을 6000원에 판매한다. 개당 1000원꼴인 셈이다. 오비맥주의 초저가 발포주를 두고 수입맥주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라거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영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오비맥주가 수입하는 버드와이저, 호가든, 코로나 등 수입·유통 제품 출고가가 평균 9.1% 인상됐다.

특히 수입맥주 시장에서는 일본 맥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불매 운동으로 저점을 찍었던 일본 맥주는 최근  ‘슈퍼드라이 생맥주캔’ 오픈런 등 다시 한번 호황을 맞이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일본 맥주 수입량은 5553톤으로 전년 대비 264% 높아졌다. 전체 매출 수입량 가운데 27.1%를 차지하는 수치다.

라거 시장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5월 카스프레시는 가정시장 점유율 42.4%로 1위를 차지했다. 카스는 2019년 41.3%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39.5%, 2021년 38.6%로 점유율이 낮아졌다. 올해는 엔데믹의 영향으로 라거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며 4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하이트진로가 맹추격하고 있다. 테라는 첫 출시된 2019년 8.2%에서 2020년 16.8%로 치솟았다. 올해도 점유율이 18.6% 소폭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켈리를 출시하며 맥주 시장 경쟁에 박차를 가했다. 켈리는 99일만에 판매량 1억병을 기록하며 누적 판매량 100만 상자를 기록했다.

이는 발포주 시장 경쟁력 확대의 배경으로 보인다. 다만 오비맥주 관계자는 “수입맥주 가격 인상은 하이네켄 기조에 맞춘 움직임이다”며 “발포주 라인 확대는 가성비 맥주 시장의 수요 증가에 맞춰 이뤄졌다”고 말했다.

발포주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17년 출시한 필라이트는 지난해 16억캔을 팔아치우며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12월 말에는 통풍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퓨린’을 낮춘 신제품을 내놓으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서 필라이트가 발포주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충분히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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