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내 친구 미연이는 학교 선생님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안부전화를 했더니 학교를 잠시 쉬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과 워낙 가까이 지내고,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준비해서 그만큼 그 일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어쩐 일인가 싶었다. 학생한테 폭력을 당했다고 했다. 특히나 지금 임신 중인데, 학생이 던진 책상에 배를 맞았다고 했다. 섬뜩했다. 살면서 우리가 그런 일을 한 번이라도 당할 일이 있을까. 어쩌다 내 친구가 그 험한 꼴을 당했을까 싶은 마음뿐이었다. 더구나 임신한 상태에서. 교실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미연이는 학생들이 보고 있건 말건 눈물이 하도 나서 울어버렸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나도 눈물이 났다. 며칠 전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실에서 그 아리따운 생을 마감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현재로선 학교 교실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 외에는 속사정을 알 수가 없다. 학생과의 문제일지, 학부모 갑질의 문제일지 불확실한 정보를 생산하는 것 또한 아픔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 그저 그분이 교실에서 생을 마감한 이유와 그 이야기를 유추해 볼 뿐이다.

서초 초등교사 사망 사건으로 말미암아 교실에서 폭력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의 사례가 속속 번지고 있다. 배움이 이뤄지는 교실. 지식 뿐 아니라 인성과 사회성의 배움터가 되는 학교의 교실에서 학생과 학생간의 폭력과 살해사건,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에게까지 얽히는 폭력과 사망사건이 연일 보도된다. ‘학폭’이라는 말이 일상 다반사가 되어 버렸다. 더 이상 교내 폭력 사건은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학폭은 형사사건이다. 학교전담경찰관을 더욱 늘리고 인력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사법권이 없는 학교와 교사에게 학폭 사건을 담당하게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학교전담경찰(SPO) 배치를 늘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에 필요한 조치를 전담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 등 영미권 국가는 학폭 사건을 모두 경찰에서 담당한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 1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9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개최해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학교폭력 사안에 대응할 수 있도록 17개 시도교육청에 ‘(가칭)학교폭력예방·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해 학교 현장의 사안 처리, 가·피해 학생 간 관계회복, 법률서비스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학교전담경찰관(SPO) 등으로 구성된 ‘사안처리 컨설팅 지원단’을 운영해 학교 전담기구의 사안처리 과정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퇴직교원, 퇴직경찰, 전문상담교원 등으로 피해회복·관계개선 지원단을 구성해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학교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단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각 학교별 적어도 1명의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학폭 피해 사실을 SPO에게 알린 비율은 불과 1.4%에 그쳤다. 교내 상담실 교사에게 신고한 비율(4.0%)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치다. SPO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의존할 만한 상황이 못되는 것이다.

SPO는 지난 2011년 대구에서 동급생들의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한 중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만들어진 제도로 올해로 도입 10년째다. 학교전담경찰관은 피해학생 보호 및 가해학생 선도, 청소년정책자문단 운영 등 학교폭력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문제는 학교전담경찰관의 인력 부족 문제가 10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시·도 경찰서 SPO는 정원 1122명 중 현원은 102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고, 그 마저도 서울을 제외한 대전, 대구, 경남 등 지역의 SPO 배치율은 현저히 낮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SPO 1명당 9~11개교 학생들을 담당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 이후 물리적 폭력을 포함한 사이버상 협박이나 명예훼손 등 사안도 크게 늘고 있는데 전담인력이 부족해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1000여명인 SPO 인원을 향후 5년간 6000여명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SPO 1인당 담당 학교 개수를 2개교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하지만 SPO는 최근 인력이 줄었다. 올해 경찰청의 SPO 운영 계획에는 인력 증원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공무원 정원 동결 기조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 하다.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

한 학교당 1명의 학교전담경찰관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학교 안에 늘 있으면서 내 눈에 자주 보이지 않으면 그 존재를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작 학생들이 그 존재를 모르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실제로 SPO 제도가 도입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학생들 10명 중 4명은 SPO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학교전담경찰관(SPO) 제도 운영 평가에 관한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SPO 제도 인식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632명 중 37.2%인 235명(중복응답)은 SPO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292명(46.2%)은 '자주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자주 볼 수 없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는 경찰관은 경찰관이 아니다. 더구나 ‘전담’도 아니지 않는가. 재학 중이거나 재학했던 학교의 담당 SPO를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모른다'는 응답이 535명(84.7%) 인데, 이것은 이 제도가 아무 의미 없이 헛돈만 쓰고 있다는 증거다. 학폭은 더 이상 교내 문제가 아니며, 엄연한 형사사건으로 바라봐야 한다. 도움을 구하는 곳에 경찰이 있어야 한다는 아주 상식적인 논리로, 인력과 예산집행을 이끌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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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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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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