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배터리법·탄소세·플라스틱세·과불화합물 규제 전방위로 확대
현대차·삼성전자·CJ제일제당 등 선제적 대응…“위기를 기회로”

EU가 환경규제라는 무역장벽을 세우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응이 요구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CJ제일제당의 선제적 기술확보가 돋보인다. 사진=연합뉴스
EU가 환경규제라는 무역장벽을 세우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응이 요구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CJ제일제당의 선제적 기술확보가 돋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자동차·배터리·반도체 등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환경규제’라는 무역장벽에 직면했다.

18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신(新)배터리 규정’을 통해 환경 분야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규정에 따르면 EU로 유입되는 모든 배터리 제품을 대상으로 탄소발자국, 내구성, 용도변경, 재활용 이력에 대한 정보가 담긴 라벨과 QR코드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특히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폐기처리까지 전 생애주기에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을 제조업체에서 정확하게 측정해 탄소발자국에 기록해야 하는데 탄소배출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2028년부터 EU 판매가 제한된다.

이 밖에 ▲휴대용 전자제품 배터리의 전자제품 탈부착 의무화 ▲대기업 경우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원료 광물 공급망 내 사회·환경 위험에 대한 실사 의무 부과 ▲새 배터리 생산 시 폐배터리 재활용 원료 사용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이번 신배터리 규정은 노트북과 스마트폰 배터리뿐만 아니라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이 때문에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현대차그룹과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과 세계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에도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EU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아성을 지키려면 지금까지 주력으로 밀어 온 ‘배터리 일체형’ 스마트폰을 ‘배터리 탈부착형’으로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U의 신배터리 규정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EU의 신배터리 규정은 2028년 경에나 적용 가능하며 그 기간 동안 우리 기업들이 충부히 대응할 여유가 있다”며 “이미 기업들이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탄소배출 통계구축을 비롯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경우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이 진행된다. EU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차 판매를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규제해 2035년까지 완전히 금지할 예정이다. 다만 합성연료인 ‘이퓨얼’을 사용하는 자동차는 예외로 적용했다.

미국은 전체 승용자에서 전기차 비율이 2032년까지 67%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미국은 내연기관 차 퇴출을 2032년 이후 시장 자율에 맞기겠다는 방침이다. 중국도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수입도 금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동차 분야에서의 이 같은 환경 무역장벽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선제적 대응으로 우리나라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되고도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분야 2위를 차지했고 유럽에서도 아이오닉5 열풍을 이어가며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이 자동차 분야에서 꺼내든 또 하나의 무역규제 카드인 ‘과불화합물 규제’가 국내 자동차업계의 EU 무역에 있어 진입장벽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불화합물은 포장·방수·세제·살충제 등 산업 전반에 널리 활용되는 4700여 화합물 그룹으로 내열성과 방수성 등 기능이 있지만 쉽게 분해되지 않아 환경오염 물질로 지목되고 있다.

유럽이 최근 규제대상으로 신규 지정된 과불화합물 중 자동차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 포함됐고 이를 대체할 물질을 다시 찾기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한국GM, 르노코리아 등 5개 사는 EU에 과불화합물 예외기간 연장을 공동 요청하기로 했다.

2024년 도입 예정인 ‘플라스틱세’에 대한 대응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플라스틱세는 포장재로 사용됐던 폐플라스틱 중 재활용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무게 단위로 부과금을 납부하는 제도를 말한다.

먼저 EU 회원국은 자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제품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포장용지 등)을 포함한 제품에 대해 부과금을 매기고 연간 배출된 재활용이 불가능한 페플라스틱에 대해 1Kg 당 0.8유로를 EU에 납부해야 한다. 이미 스페인은 올해부터 kg당 0.45유로의 플라스틱세를 도입했으며 이탈리아는 2024년으로 1년 연기했다.

플라스틱 규제는 EU만 하는 게 아니다. 2022년 다보스포럼을 통해 UN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 제정을 결의하고 같은 해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우루과이 푼타 델 에스터에서 협약 체결을 위한 제1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K팝 열풍을 타고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형 가정간편식(HMR) 제품들의 수출 실적에 타격이 올 수도 있다.

이에 대한 CJ제일제당의 선제적 대응이 돋보인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100% 해양 생분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인 ‘PHA(Poly hydroxyl alkanoate)’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리와인드를 비롯해 PLA를 중심으로 하는 생분해 플라스틱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또한 플라스틱 규제 국제협약 제정에 우리은행이 금융 분야에 참여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 밖에 ‘탄소국경조정제도’도 대표적인 무역장벽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용 대상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기준치 이상일 경우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2026년 1월부터 단기적으로 도입해 2034년까지 모든 제품에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EU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EU 내 이산화탄소 가격에 맞춰 배출 증명서를 구매해야 한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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