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부 장관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
양평 지역 숙원사업…군수·주민들 백지화 철회 요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김도형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독자적 결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양평지역 주민들이 떠안게 됐다. 

원희룡 장관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업을 백지화하겠다"며 "이 노선이 정말 필요하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고 밝혔다.

파장은 컸다. 특히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인근 땅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일파만파"라며 "종점 변경보다 더 큰 문제는 의혹이 커지니까 (원희룡) 장관이 갑자기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라 꼬집었다. 

그러면서 '놀부심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놀부 심보도 아니고 참 기가 막힌다. 내가 못 먹으니까 부숴리겠다는 그런 것이냐"며 "치기마저 느껴지는 장관의 백지화 선언이 바로 백지화돼야 한다. 면피하겠다고 애먼 양평군민 볼모로 잡는 거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수년간 논의하고 수조원을 투입할 국책사업을 장관이 즉흥적으로 백지화해선 안된다면서 "(그런다고) 오염된 진실이 사라지겠나. 고속도로 종점 노선이 왜 바뀌었는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주무장관이라는 사람이 의혹 제기에 기분 나빠서 못하겠다는 식으로 사업을 없었던 일로 만들겠다니 정말 황당무계하다"면서 "'다음 정부 가서 하라'는 말은 더 무책임하다. 국민에게 협박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 단장을 맡고 있는 강득구 의원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원희룡 장관이 어떤 경로로 재검토를 하게 됐는지 과정에 대해 본인이 설명해야 된다"며 "감사원이 당연히 감사를 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백지화 결정 경로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원 장관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종 백지화 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렸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물론이다"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상의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처음 두 안 중에 (논란이 된) 나중에 나온 안(강상면 종점)만 원점화시키려고 생각했는데,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건수를 물었다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의혹을 덮으려 타협한다'고 얘기했다"며 "이건 타협의 뜻이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 김 여사를 물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제가 공약을 만든 정책본부장이기도 하고, 대통령을 흠집내기 위해 여사님을 계속 물고 들어가는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 프레임"이라며 "이 점에 대해서 장관은 정치적 책임까지도 지는 것이고, 책임을 묻는다면 인사권의 책임까지도 각오하고 고뇌 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원 장관은 또 자신을 비판한 이 대표를 겨냥한 듯 "당이 나서서 '가짜뉴스' 선동을 했기 때문에 저랑 일대일 토론을 하든지 해서 선동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소해야 한다"며 "모든 해명과 깔끔한 해소, 책임지는 사과가 있다면 저희가 그때도 고집을 부릴 필요는 없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 장관의 '양평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발언으로 인해 지난 2008년부터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양평고속도로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은 6번 국도의 극심한 교통 정체 해소를 위해 필요성이 대두됐고, 지난 2017년에서야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됐다. 2년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고, 앞으로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최종 노선 확정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원 장관 발언으로 양평군 지역사회는 혼란의 도가니 상태다. 양평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사업중단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국토교통부는 사업의 전면 중단을 철회하고, 양평군민들은 사업 재개를 위해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 대한 사정도 모르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가짜 논란 때문에 사업이 백지화됐다"면서 "군수로서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양평 경실련 측은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을 장관 한 사람이 한순간에 뒤엎을 수 있는 일인가 의심스럽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차원에서도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평 지역 주민들 역시 양평군 홈페이지를 통해 분통을 터뜨리며 사업 백지화를 철회해 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편, 국토부는 원 장관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관의 발언은 현 상태에서 양평고속도로 추진이 중단되는 것이지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도형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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