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산하 IARC·JECFA, 아스파탐의 ‘발암유발 가능물질’ 지정 예고...식약처, 입장 불명
식품업계, 아스파탐 퇴출에 업계 공동노력 시작...제약업계, 아스파탐 포비아 피해 우려
아스파탐, 설탕 200배 단맛 최저 칼로리 인공감미료...먹는 약 쓴맛 제거·설탕 대체품 각광

식품의약품안전처가 WHO 산하 IARC와 JECFA의 아스파탐에 대한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2B군)’ 지정 예고에 입장을 확정하지 않으면서 제약업계의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WHO 산하 IARC와 JECFA의 아스파탐에 대한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2B군)’ 지정 예고에 입장을 확정하지 않으면서 제약업계의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아스파탐 사태에 대한 늦장 대처가 제약업계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WHO(세계보건기구) 산하 IARC(국제암연구기관)와 JECFA(식품첨가물 전문가회의)가 아스파탐에 대해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2B군)’ 지정을 예고하면서 식품업계와 제약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아스파탐은 칼로리가 거의 없으면서도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로 빵·과자·음료 등 식품의 설탕 대체물과 의약품의 쓴맛 중화를 위한 첨가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아스파탐의 2B군 지정 예고 소식에 해당 제품과 의약품에 대한 ‘포비아’ 조짐이 일고 있다. 아스파탐이 포함된 막걸리, 이름에 ‘제로’가 들어간 콜라·사이다 등에 대한 매출 감소와 아스파탐을 첨가물로 넣은 의약품을 제조한 제약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스파탐 사태에 대한 식품업계와 제약업계의 대응이 엇갈렸다.

먼저 CU는 더본코리아와 손잡고 ‘無아스파탐 막걸리’를 출시했고 서울장수와 지평주조, 국순당 등 막걸리 업계는 아스파탐 대체물질 개발을 위한 공동 협력에 나섰다. 또한 오리온, 크라운, 빙그레, 롯데웰푸드 등도 식품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아스파탐 대체물질 개발 및 이슈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제약업계는 아스파탐 사태에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아스파탐을 넣지 않거나 다른 물질로 자유롭게 대체해서 출시하면 그뿐이지만 제약은 아스파탐을 빼거나 다른 물질로 대체할 때 반드시 식약처의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결국 식약처가 아스파탐에 대해 발암과 상관없다는 입장을 정리·공표하거나 이 물질에 대한 퇴출 결정 및 대체제 제시 등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강백원 식약처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JECFA라고 완벽할 수는 없다. 어떤 근거로 발암물질로 지정했는지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위해성 평가를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약처의 공식 입장은 IARC와 JECFA의 입장과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일 뿐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는 식약처의 미온적 대처로 인해 식품업계와 달리 ‘아스파탐 포비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실 아스파탐은 제약보다 식품업계에서 더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아스파탐 사태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제약사”라며 “식약처가 빠르게 대처하거나 아스파탐 첨가물의 삭제와 대체에 대해 빠른 조치 혹은 제약사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조치도 고려해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은 식품과 달리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서 아스파탐 미량 섭취로 인해 얻을 위험 등을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제약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평소에 꾸준히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아스파탐과 같은 이슈(발암유발물질 논란)에서 식품이 의약품보다 덜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스파탐은 백색의 밀가루 분말과 같은 형태로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가 거의 없다는 특징을 가진 인공감미료다.

이 때문에 식품업계는 무설탕 음료(제로콜라, 제로사이다 등)나 막걸리에 첨가해 맛을 끌어올리는데 사용하고 제약업계도 삼아제약(세토민정), 동광제약(코노바에스정), 일성신약(일성아세트아미노펜정) 등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에 아스파탐을 첨가해 쓴맛을 중화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식약처의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149개 제약사가 일반의약품 216종, 전문의약품 474종, 한약 혹은 생약 제품 12종 등 총 702개 의약품에 아스파탐을 첨가해 판매하고 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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