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지난주 민족주의의 부활과 다문화주의와의 관련성에 대해 글을 썼는데, 어느 독자가 ‘민족주의는 우리나라의 다문화 현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을 주셨다. 이에 대해 간단히 적고자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사회가 정체성, 이주 및 문화적 동화와 같은 복잡한 문제와 씨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민족주의가 부활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데 동화주의는 새로운 이주자는 지배 문화에 전적으로 순응해야 한다는 믿음을 말하는데, 민족주의의 강조는 동화주의라는 이념에 위협이 될 소지가 있다. 새로운 사회에 순응한다는 것은 민족주의와 대립하는 사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크게 동화주의나 다문화주의를 지칭하는 다문화 정책 모형을 아직 정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주민에 대한 정책 대부분이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의 소개에 대한 것이어서 동화주의적 요소가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따라서 민족주의의 부활은 일단 한국의 다문화 상황에 이롭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민족주의의 핵심은 국가, 문화 및 가치에 대한 강한 애착이다. 그래서 민족주의는 국민 사이에 통일감, 자긍심, 집단적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다. 지금 ‘국가 이익 우선주의’라는 외피를 두른 채 세계 곳곳에서 자국의 이익, 자국 자본과 노동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보호무역과 민족주의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그리고 과거 역사에 비춰 민족주의는 파시즘과 제국주의로 변질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게다가 민족주의의 부활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소외계층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극단주의 파벌은 종종 민족주의 정서를 이용해 분열적인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사회적 결속과 다문화주의를 약화한다. 민족주의는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결속력을 키우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을 가질 수 있지만, 배타적으로 변해 차별, 외국인 혐오증, 글로벌 협력의 침식으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혹자는 이민자와 소수 집단이 호스트 국가의 지배적인 문화에 전적으로 순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응집력과 단결을 촉진한다는 목표는 이해할 수 있지만, 동화주의는 중요한 도전과 윤리적 딜레마를 제시한다. 문화 다양성의 풍부한 태피스트리를 지우고, 개인의 정체성을 억누르고, 다문화사회의 근간을 훼손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동화주의는 문화가 고정되고 동질적이라고 전제하며 인간 정체성의 역동적인 본성을 무시한다. 동시에 개인이 새로운 이주국의 가치와 관습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문화유산과 강한 연결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동화주의는 문화적 다양성을 억누를 뿐만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자아를 표현할 권리는 거부당하고 소외감이 조장된다.

따라서 민족주의와 동화주의가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세심하고 또,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문화를 지배권을 놓고 경쟁하는 별개의 개체로 보는 대신 다양한 문화적 표현의 상호 연결성과 상호 의존성을 인식해야 한다. 다원주의 사회는 모든 구성원의 공헌을 소중히 여기며 대화, 이해 및 상호 존중을 촉진한다. 다문화주의가 이러한 동화주의의 실패를 경험 삼아 등장한 다문화 정책 모형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도 있다.

통합은 새 이주자들이 그들이 채택한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동시에 환영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사회는 완전한 동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언어 및 시민 교육 프로그램, 경제적 기회, 이민자가 문화적 정체성을 지우지 않고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사회 통합 우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사실 어느 국가도 완전한 동화주의를 시행해 성공한 사례는 없다. 다문화주의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보면 동화주의니 다문화주의니 하는 것은 마치 요즘 시대에 진보니 보수니 주장하는 것처럼 실없는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는 자신의 실정에 맞도록 두 이념을 조화시키려 하고 있다. 한국은 통합, 대화 및 상호 존중을 촉진하는 포용적 접근 방식을 수용함으로써 조화로운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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