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전체 매출 비중 중 해외 매출 높아 가격 인하 영향 적을 듯
삼양식품, 국내 생산 비중 높아 불닭 가격 인하 결정 쉽지 않아
오리온, 안정적인 해외 수익 구조에도 국내 가격 인하 단행 안해

마트에서 판매되는 라면 제품들.사진=연합뉴스
마트에서 판매되는 라면 제품들.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정호 기자] 라면 가격을 내리라는 정부의 압박에 농심을 필두로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제과업계도 선제적으로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한 상황이다.

가격 인하는 농심의 대표 제품 신라면·새우깡 등에서 시작됐다. 반면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가격을 인하했지만 대표 상품인 불닭볶음면과 진라면 등의 가격을 동결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회사별로 공개한 라면 가격 인하률은 ▲농심 신라면 4.5%, 새우깡 6.9% ▲오뚜기 스낵면 5.9%, 참깨라면 4.3%, 진짬뽕 4.6% ▲삼양라면·짜자로니·열무비빔면 4.7% 등이다.

회사별 가격 인하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해외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양식품의 경우 생산기지가 밀양 공장 등 국내에 집중돼 있어 가격 인하를 결정하면 해외 수출 제품도 예외로 둘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농심은 이미 미국 법인과 현지 생산기지를 통해 제품을 수출하기 때문에 해외 매출 비중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가격 인하와 해외 가격 인하는 별도의 문제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0년 4200억원, 2021년 5000억원, 2022년 6200억원 규모로 커지고 있다.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농심은 미국 LA에 2개의 생산기지를 확보했으며 지속적인 미국 시장 성장세에 공장 수를 늘리는 것을 고민 중이다.

불닭볶음면과 진라면 또한 해외 라면 시장이 성장하면서 꾸준히 입지를 넓히고 있다. 삼양식품의 이번해 1분기 실적만 봐도 매출 64%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불닭볶음면 비중만 80%다. 다만 해외 수출분 대다수가 국내 생산분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생산분의 가격을 내리면 해외 생산분의 가격도 인하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결국 해외 매출에도 지장을 주게 된다.  

오뚜기의 지난해 진라면 전체 수출액 300억원 중 베트남 공장에서만 100억원 상당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 3월 ‘진라면 베지’를 출시하며 일본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는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북미와 중국·일본 시장 확대를 예고한 오뚜기의 계획과 부합하는 면이 있다. 진라면을 통해 해외 입지를 늘리고 있는 오뚜기는 아직 내수 시장에 기댈 수밖에 없다. 또 중국과 일본 시장 진출에서는 국내 생산이 유리하다는 점을 들어 진라면이 가격 인상 품목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라면에 이어 과자 가격도 조정되고 있다. 농심이 새우깡 가격을 내린 상황에 맞춰 롯데웰푸드도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롯데웰푸드는 빠다코코넛, 롯데샌드, 제크 등 제품의 편의점 기준 가격을 1700원에서 1600원으로 인하했다. 롯데웰푸드는 주요 제품군 중 빼빼로와 꼬깔콘 등의 가격은 그대로 뒀다. 롯데 웰푸드 관계자는 “애초에 빼빼로는 카카오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으며 꼬깔콘은 옥수수가 주요 재료이기에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가격 인하에 대한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오리온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가격 인하에 대한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제과업계 1위인 오리온은 가격 체계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2013년 이후 9년 간 제품의 양은 늘리고 전 품목의 가격을 동결해 왔다”며” 지난해 9월 60개 생산제품 중 16개 제품만 가격을 인상했으며, 기존 30여개 제품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리온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가격 인하에 대한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오리온은 매출 중 65.5%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중국 법인의 매출액은 1조2749억원으로 14.9% 올랐다. 베트남 법인은 매출액 4729억원으로 전년 대비 38.5% 높아졌다. 영업이익도 각각 26.1%, 40.3%를 기록했다. 특히 러시아법인은 영업이익만 106.9% 껑충 뛰었다.

오리온은 많은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베트남에 1000억원, 러시아에 300억원 상당의 비용을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다. 오리온도 국내 가격 인하를 단행했을 때 매출에 타격은 상대적으로 적은 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이 내려가도 아직 다른 원부자재들의 가격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기에 가격 인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다만 고객 신뢰를 위해 가격 인하를 단행하게 됐고 그 지표는 결국 3분기 실적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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