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부 장관 “건설사 대표 불공정행위” 벌떼입찰 전쟁 선포
“이전 정권들도 시도했다 실패” vs “장관 의지 어느 때보다도 강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벌떼입찰’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긴장감이 치솟고 있다.

원 장관은 “벌떼입찰은 건설사들의 대표 불공정행위”라며 “모든 제재조치를 통해 공공택지 시장에서 페이퍼컴퍼니를 퇴출하고 벌떼입찰을 차단해 공공택지 시장의 공정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26일부터 호반건설을 비롯해 대방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등 주요 중견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2013년 이후부터 공공택지 낙찰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입찰 자격조건이 되는지 등에 대해 철저한 검증 절차에 착수했다”며 “늦지 않게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벌떼입찰과의 전쟁 선포는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반건설 오너일가의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공정위는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호반건설은 소위 ‘벌떼입찰’을 통해 공공택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장남 김대헌 씨가 운영하는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김민성 씨가 소유한 호반산업 등에 입찰지원금을 414회에 걸쳐 무상으로 대여해 줬다”고 지적하고 이를 통해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이 총 1조3587억원의 분양이익을 얻었다고 적시했다.

다음날 원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화가 난다. 2013∼2015년 벌어진 호반건설의 벌떼입찰로 공정위에서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지만, 호반건설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들은 분양이익만 1조3000억 이상을 벌었다”며 “국토부에서 해당 시기에 등록기준 충족여부를 조사하고, 더 자세한 불법성 여부는 경찰, 검찰 수사로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원 장관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며 “제도적 보완을 통해 벌떼입찰을 원천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원 장관이 공정위에서 발표한 호반건설의 조사결과를 지목했지만 사실은 벌떼입찰 행위를 관행으로 만들어 온 건설사들을 지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미 벌떼입찰 관련 업체들을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한편 제도개선 작업에 나섰다. 지난 4월 벌떼입찰로 의심되는 13개 중견 건설사들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공택지를 추첨 공급받은 101개사 133필지에 대해 입찰 과정을 조사해 이 중 111개 필지를 낙찰받은 81개 건설사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들을 설립한 중흥산업개발, 명일건설, 심우건설 등에 5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국토부는 벌떼입찰 과정에서 실정법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를 근거로 택지매매계약해지 후 택지환수와 공공택지 청약 제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국토교통부가 건설업계의 ‘벌떼입찰’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원희룡 장관은 벌떼입찰과 관련해 “화난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며 강한 청산 의지를 밝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건설업계의 ‘벌떼입찰’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원희룡 장관은 벌떼입찰과 관련해 “화난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며 강한 청산 의지를 밝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연합뉴스

원 장관의 벌떼입찰 근절 행보에 대해 건설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벌떼입찰 규제는 문재인·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도 시도했지만 근절에는 실패했다. 벌떼입찰 방식이 건설사 입장에서 위험도 있지만 그만큼 효과도 있기 때문”이라며 “제도 자체를 손보지 않는 한 벌떼입찰과의 전쟁 선포는 이번에도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업계 한 관계자는 “벌떼입찰 근절에는 장관이 정치적 책임까지 감수할 정도로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데 이번에 원 장관은 그같은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며 “다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새로운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국토부로부터 벌떼입찰 업체로 지목받은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지만 과도한 규제는 침체된 부동산·건설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국토부는 벌떼입찰 근절을 위한 조치로 택지입찰 제한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

LH는 2016년 8월 공공택지 입찰 자격에 대해 ‘최근 3년 간 300가구 이상 주택건설 실적’과 ‘일정 수준의 시공능력’을 보유한 업체에 1순위 자격을 부여하는 안을 마련했지만 중소·중견업체들의 반발 속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도 이전까지 공공택지 입찰에 자격조건을 두는 것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기류가 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찰자격을 도입하는 것이 중소 건설사들에게 허들이 될 수도 있지만 벌떼입찰 등 편법과 위법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보다 공익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