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격화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투를 한 치의 양보 없이 이어나가고 있으며 코로나의 공격 앞에 무력했던 인류는 그간 소리높여 외치던 글로벌리즘과는 다른 생존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야당 대표를 앞에 놓고 15분에 거쳐 한국 정부를 비난한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은 한국민을 분노하게 하였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외교원칙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또한, 여당 대표는 중국 국적 영주권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거론하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국가들이 변화하는 정치적 지형과 진화하는 글로벌 역학에 맞서 싸우면서 세계는 주목할만한 민족주의의 부활을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부활은 사회가 더욱 다양해짐에 따라 두드러진 개념인 다문화주의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 민족주의는 정체성과 통일감을 조장할 수 있지만, 민족주의의 재부상은 포괄성과 공존의 원칙에 대해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미묘한 변화를 바라보면서 민족주의적인 세계에서 다문화주의의 전망을 찾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해졌다.

민족주의는 본질에서 특정 국가나 공동체의 이익과 정체성을 강조한다. 그것의 부활은 종종 경제적 불확실성, 문화적 불안,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포함한 다양한 요인에 의해 촉진된다. 민족주의는 소속감을 고취하고 문화유산을 보호하며 국익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의 어두운 면은 배타적 이데올로기, 외국인 혐오증, 내집단 외집단 편견 등의 사고방식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다문화주의는 다양성을 포용하고 사회 내의 다른 문화, 종교 및 전통의 가치를 인식한다. 모든 시민의 포용성, 관용 및 평등권을 장려한다. 다문화사회는 다양한 관점의 풍부함을 활용하고 혁신과 사회적 조화를 촉진하는 활기차고 국제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주의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려는 민족주의 정서와 부딪히면서 잠재적으로 다양성과 포괄성의 이상이 훼손당할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총인구는 5174만 명으로 전년 같은 월 대비 9만 명(0.2%) 줄었다고 한다. 이렇게 총인구수가 감소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실시한 1949년 센서스 집계 이후 사상 처음이다. 인구가 줄어들거나 생산량의 증가를 감당해내지 못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해외 인력을 유입하는 방식으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게 된다. 민족주의가 부활하든 어쩌든 한국을 구성하는 인구의 다양성은 증가하게 되어 있다.

다문화주의는 민족주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개념이지 민족주의와 대립하는 개념은 아니다. 이제 민족주의의 부활 와중에서 다문화주의의 전망을 보존하려면 지혜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민족주의가 긍정적으로 표현될 때 이 역시 통합의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전한 형태의 민족주의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개인의 권리와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가적 자부심과 공유된 목적의식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 방식은 우리에게 국가 정체성과 다문화적 가치와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통점을 찾아낼 것을 요구한다.

교육은 태도를 형성하고 고정관념을 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화 간 이해를 촉진함으로써 학교와 교육 기관은 시민 의식과 공감을 공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열린 대화를 장려하고 분열을 연결하고 편견에 도전하는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지한 토론을 통해 사회는 다문화주의의 이점과 가치를 강조하면서 민족주의자들의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은 민족주의와 다문화주의를 조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다양한 공동체의 권리와 복지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민족주의 정서를 다루는 포용적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평등 및 비차별의 원칙과 국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세계화, 경제적 상호의존 및 진화하는 인구학적 환경의 현실을 고려하여 신중한 정책 수립이 필요한 섬세한 작업이다.

민족주의의 부활은 다문화주의의 미래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이 복잡한 환경을 우리 사회가 슬기롭게 견뎌내기 위해선 배타적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민족주의에 대해 면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포괄성, 관용 및 다양성을 강조하는 다문화주의는 조화로운 사회를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틀이 될 수 있다. 교육, 대화 및 포용적 정책 구조를 촉진함으로써 우리는 국가 정체성과 다문화주의 원칙을 모두 보존하도록 균형을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보다 포용적이고 회복력 있는 세상을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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