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형 위스키 발베니 한국 12만원·일본 9만원
주류세 방식 차이…한국은 종가세·일본은 종량세
‘참이슬’ ‘처음처럼’ 대형주류업체 종량세 전환 반대

주류박람회  관객들이 지난 24일 증류식 소주 부스를 경험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정호 기자
주류박람회  관객들이 지난 24일 증류식 소주 부스를 경험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정호 기자

[뉴스워치= 정호 기자] “식당에서 소주 한병 마셔도 금방 6000원이다. 차라리 집에서 위스키를 일주일 정도 두고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게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다. 하지만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우리나라보다 4만~5만원이 저렴한 위스키 가격을 보고 놀랐다. 가뜩이나 고물가 때문에 부담인데 왜 굳이 해외에서 싸게 살 수 있는 술을 비싼 돈 주고 마셔야하는 지 모르겠다.”

서울시 오류동에 거주하는 김모씨(31세)가 위스키 가격을 두고 한 말이다. ‘2023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가 지난 24일 마무리됐다. 중소 규모 주류업체들이 자사의 술을 홍보할 수 있는 자리였다. 310여개 업체가 420여개 부스를 마련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국제전시에 따르면 올해는 위스키와 와인류 부스 비중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성장한 ‘홈술족(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문화)’이 행사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국내 주류 시장의 세금 제도에 대한 불만이 불거져 나왔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금복주, 보해양조 등 대형 주류 업체에서 판매하는 소주의 수익을 맞추기 위해 위스키와 증류식 소주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종량세 도입이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통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증류식 소주 시장을 위해 종가세를 종량세 제도로 변경해 품질 좋은 원재료를 활용한 주류를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위스키 가격은 일본과 비교해 비싸다. 중저가형 위스키 발베니를 기준으로 일본은 약 9만원, 국내는 약 12만원이 책정돼 있다.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는 주세법 때문이다. 일본은 종량세, 국내는 종가세를 적용한다. 종량세는 술의 알코올 도수와 용량에 맞춰 가격을 책정한다. 반면 종가세는 제조 원가에 맞춰 세금을 매긴다.

2023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현장.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정호 기자
2023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현장.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정호 기자

정확히 말해 한국은 종량세와 종가세를 혼용하고 있다. 맥주와 탁주 등을 대상으로만 종량세를 적용한다. 현행법상 위스키는 주세 72%, 교육세 30%, 부가가치세 10% 등 세금이 매겨진다. 배 이상으로 세금이 매겨지는 셈이다.

위스키뿐만 아니라 화요, 원소주 등 쌀과 보리를 비롯한 곡류로 만들어진 증류식 소주도 종가세에 따라 가격이 비싸진다. 제조 원가의 72%가 세금으로 매겨져 참이슬, 처음처럼 등 희석식 소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게 되는 셈이다.

종가세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우리 술의 가격 경쟁력을 낮춘다. 화요 관계자에 따르면 ‘화요엑스프리미엄’ 경우 해외에 위스키로 수출이 된다. 현재 이 술은 750ml 기준 16만원에서 20만원까지 가격대가 형성됐다. 종량세로 전환될 경우 가격은 30% 가까이 내려간다. 위스키에 대한 소비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맥주와 탁주 등을 대상으로만 종량세를 적용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사진=정호 기자
국내에서는 맥주와 탁주 등을 대상으로만 종량세를 적용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사진=정호 기자

종량세로 쉽게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는 식당에서 흔히 판매되는 참이슬, 처음처럼 등 주류 가격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종량세를 강하게 반대하는 곳이 대형 주류업체들이 회원사로 들어가 있는 한국주류산업협회”라고 지적했다.

주류산업협회는 종량세를 도입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식당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이 올라갈 경우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종량세 도입 시 상대적으로 국산 주류 시장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며 “흔히 식당에서 마시는 소주 가격이 높아지는 등 악형향이 생기지 않도록 조금 더 국민 정서에 맞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주류업체 관계자는 종량세 도입 시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경쟁에 대해 “게임이 되겠느냐”고 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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