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상반기 분양 하반기로 연기…건축인허가 신청 건수도 4년째 급감

PF 금리 상승과 미분양 위험 증가로 인해 건설업계의 주택사업 기피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공급물량이 크게 줄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장 내년 이후 주택 공급난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PF 금리 상승과 미분양 위험 증가로 인해 건설업계의 주택사업 기피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공급물량이 크게 줄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장 내년 이후 주택 공급난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 금리 상승으로 인해 주요 건설사들의 주택 건설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택 공급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114 관계자는 22일 “주택 공급물량 하락은 이미 시작됐다. 다만 주택담보 대출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었고 역전세난 등으로 기존 다주택자들의 보유 주택 매각이 이어지면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건설 실적 중 공동주택 분양실적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다. 지난 2월 분양실적은 전월 대비 391.0% 늘어났고 3월과 4월에도 각각 45.9%와 13.2%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월부터 3월까지 30% 이상 감소했지만 4월에는 10.3% 증가하면서 반등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비수도권 지역의 분양실적은 처참하다. 강원도,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등 6개 지역에서는 올해 들어 단 한 채도 분양하지 못했다. 세종시 경우 2013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24개월 중 64개월 동안 분양실적이 없.

국토교통부에서 집계한 주택건설 실적통계. 올해 지방의 분양실적은 사실상 전멸에 가깝다. 표 = 박현군 기자
국토교통부에서 집계한 주택건설 실적통계. 올해 지방의 분양실적은 사실상 전멸에 가깝다. 표 = 박현군 기자

건설사들은 상반기 중 계획했던 주택 건설 사업을 일단 하반기로 미루고 있다.

부동산 114가 2022년도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 1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2일과 지난 5월 10일 두 번에 걸쳐 2023년도 분양계획을 알아본 결과 1월부터 4월까지 예정됐던 물량은 6월 이후로 연기됐다. 특히 강원도는 예정됐던 3396호에 대한 분양계획을 하나도 집행하지 않았다. 5월 분양계획의 경우 6월과 7월로 분양을 늦췄다. 또 경기도는 2월과 3월 분양계획을 하반기로 미뤘다.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인허가 확보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축허가 및 착공통계’에 따르면 주택착공허가 건수는 2016년 7월 1만3150건, 2017년 4월 1만1238건, 2018년 7월 1만1605건, 2022년 4월 7599건을 기점으로 등락을 거듭하면서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

2023년 들어서는 1월 4729건, 2월 4657건, 3월 3626건, 4월 3375건 등으로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지만 이 또한 전년 동월 대비로는 감소폭이 30%대에 달한다. 2021년 동월 대비로는 최대 40%대에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동월 대비로 2월 기준 대구광역시에서 68.8%, 4월 기준 세종시에서 71.9% 감소했다.

현행법은 건설사들이 대한민국 내에서 건설 활동을 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가 착공허가를 받은 이후부터 분양권자들에게 주택이 공급되기까지 3~4년 정도 걸린다. 건축허가 및 착공통계는 3~4년 후 공급될 주택 물량의 최대치를 추정할 수 있는 선행지표인 셈이다.

건설사들의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3~4년 후 공급 부족을 예고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래프 = 박현군 기자
건설사들의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3~4년 후 공급 부족을 예고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래프 = 박현군 기자

‘건축허가 및 착공통계’에 따르면 주택 건축 허가 건수의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는 2022년 2월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 개발 공사기간에 해당하는 4년 전과 비교하면 2018년 9월부터 지난 4월까지 무려 4년 8개월 동안 하락해 왔다. 당장 내년부터 공급물량이 크게 부족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공급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주택시장은 대기업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리스크가 있다”며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과도한 리스크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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