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자본확충에 주가하락…투자자 불만도 높아져
변화한 환경, 재정악화 개선 위한 혁신적 노력 필요해

CJ CGV가  지난 20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모회사 CJ의 현물출자(4500억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CJ CGV가 지난 20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모회사 CJ의 현물출자(4500억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CJ CGV가 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 나선다. CJ그룹 지주회사 CJ㈜는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멀티플렉스 자회사 CJ CGV에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소액 주주들의 충격이 크다. 재무상황이 악화한 데 대한 시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문화가 미래 먹거리'라는 신념을 가진 이재현 CJ 회장이 CGV를 살리고자 사활을 걸었지만 체질개선 없이 이전의 영광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CJ CGV는 3060원(21.10%) 내린 1만1440원에 거래를 마쳤고, 22일 오전 11시 기준 1만710원까지 주가가 내려앉았다. 

■ CJ CGV "재도약 기회"…투자자 "채무상환용"

주가 하락은 CJ CGV가 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CJ CGV는 지난 20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모회사인 CJ의 현물출자(4500억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1조원대 규모의 자본을 투입해 CJ CGV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CJ의 CJ CGV에 대한 대규모 지원은 2020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영화관 산업이 초토화됐던 2020년 당시 3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했고, 그해 8월 CJ CGV 유상증자에 828억원 규모 참여, 12월 2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 매입 등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2021년에는 연 1000억원대 매출을 내는 CJ올리브네트웍스 광고 사업 부문을 떼 내 CJ CGV에 넘겨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유상증자 및 현물출자를 결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CJ CGV 측은 이번에 지원받은 자금으로 고객들에게 극장에서의 새 경험을 제공하고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는 '넥스트(next) CGV'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과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르다. 이번 유상증자를 '새로운 기회를 위한 발판'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투자업계에서는 CJ CGV의 부채비율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이번 유상증자를 부채 청산용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상증자 규모가 클수록 주가 하락폭도 크다. 그럼에도 유상증자를 했다는 건 그만큼 자금 사정이 급한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실제 상황이 좋지 않다. CJ CGV는 오는 10~12월에만 세 차례에 걸쳐 총 2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중도 상환일을 맞게 된다. 이 신종자본증권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자본으로 분류하지만 실제로는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 하는 부채에 해당한다. 발행 당시 투자자와 정한 중도 상환일에 원리금을 갚지 않으면 연 이자율이 2%포인트 이상 높아지게 된다.

CJ CGV가 2021년 12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발행액 1600억원)을 예로 들자면 1차 중도 상환일인 오는 12월 상환하지 않을 경우 연 이자 부담은 기존 88억원에서 120억원 이상이 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CJ CGV의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잔액은 1조300억원,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은 3383억원에 이른다. 반면 비축해둔 현금성 자산은 3669억원에 불과하다. 현재로선 적자 구조인데다가 신종자본증권을 부채에서 제외하더라도 이미 CJ CGV 부채비율이 912%에 달해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 목적을 채무상환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전환사채(CB) 물량에 대한 부담도 배제할 수 없다. CJ CGV는 2021년 3000억원, 2022년 4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만기일은 2051~2052년으로 주식 전환가는 2021년 발행 CB는 2만6600원, 2022년 발행 CB는 2만2000원이다. 전환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게 되면 총 2649만6210주의 주식이 풀리게 된다. 다만 현재 CJ CGV 주가를 고려해 단기간 주식 전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CJ CGV 유상증자 소식 후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미지=독자 제공
CJ CGV 유상증자 소식 후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미지=독자 제공

유상증자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주주들도 신사업이라기보다는 궁여지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선부터 곱지 않다. 유상증자로 인해 주식가치가 희석되면 투자자들의 손해는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증자 규모가 7470만 주로 상장 주식 수인 4772만8069주의 1.5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신주 발행가 역시 7630원으로 유상증가 발표 전날 종가인 1만4500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의 분노 지수는 주가 하락과 반비례하고 있다. 

CGV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한 소액주주는 27% 넘게 손해를 본 상황이라며 "주가 희석이 도대체 얼마인지 모르겠다. 넥스트 CGV가 아니라 주주배정으로 채무를 갚고 청산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면서 "소액주주들은 안중에도 없다. CGV 주식 관련 단체 채팅방에서는 곡소리만 나온다"고 지적했다.

39%가 넘는 손해를 봤다는 다른 투자자는 "지난해 중반부터 코로나19 방역 완화 분위기가 시작되고 관객수가 늘었다는 뉴스가 이어지기에 당연히 영화관 주가가 오를 거라 생각하고 투자했다"면서 "실제 엔데믹으로 극장 관객수가 회복되고 해외 실적도 개선됐다고 들었는데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다고 해 CGV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은 건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CGV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및 채팅방에서는 유상증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CGV 개선을 기대하기보다 투자금을 회수할 시점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이다. "파란색의 두자릿수에 가슴이 미어진다.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평균단가가 낮아 -10%선이지만 너무 고민된다" "CGV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 지금이라도 빨리 털어야 한다" "지금 팔아야 하나, 아니면 CJ 믿고 좀 더 있어야 하나" 등 CGV 주가 회복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이같은 투자자들의 실망감에 CJ 주가도 4%대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CJ ENM, CJ제일제당, CJ씨푸드, CJ대한통운, CJ프레시웨이 등 계열사 주가 역시 유상증자 발표 다음날인 21일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일부계열사는 22일 다시 반등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해외투자 변수에 재정악화, 돌파구는? 

국내 1위 영화관 업체로 잘 나가던 CGV를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뜨린 주요요인으로는 튀르키예 영화관 기업 인수와 코로나19 여파가 꼽힌다.

CJ CGV의 재정 악화는 2016년 튀르키예 영화관 소유 기업인 '마르스 엔터(MARS ENTERTAINMENT GROUP INC.)'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여기서 발생한 TRS(총수익스와프) 악재로 실적 부담을 겪은 데다 리라화 가치까지 추락하면서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극장 규제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 등으로 구조적인 어려움도 겪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가 끝난 시점에서도 영화관 산업이 기대했던 만큼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악화일로였던 CJ CGV 사정을 더욱 나빠지게 만들었다.

문제는 회복할만한 '반등'의 기회가 좀처럼 보이지 않다는 데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OTT에 익숙해지고 편리해진 이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데다 영화티켓값이 올랐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한 이유로 꼽힌다.

실제 CJ CGV 유상증자 소식 후 "CGV가 왜?"라는 반응보다 "그럴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20~30대는 OTT를 선호하는데다 40~50대 역시 가격적 부담에 다른 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 보자' 같은 일상적인 분위기는 확연히 줄어들었다"면서 "젊은층은 대형스크린, 실사감 등 영화관이 갖는 메리트보다 시간·장소 제약이 없고 저렴한 OTT를 선호한다. 중장년층은 보통 가족단위 관람이 많은데 높아진 티켓값에 나들이 수준이 아닌 목돈 쓰는 느낌이라며 부담감이 생긴 상황"이라 지적했다.

10대 두 자녀를 둔 조모(40) 씨는 "얼마 전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보러 갔는데 4인 가족이다 보니 티켓값과 팝콘·음료 등 간식값만 해도 10만원이 넘게 들었다"면서 "보통 영화시간이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잘 맞춰지지 않아서 식사라도 할라치면 20만원은 훌쩍 넘기게 된다"고 말했다. 조씨는 "예전처럼 '영화나 볼까'라기보다는 영화관에서 꼭 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 가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이모(36) 씨는 영화관이 예전처럼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영화관을 찾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씨는 "원하는 시간대를 맞추기도 힘들 뿐더러 막상 영화가 재밌다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여러편으로 나뉜 OTT가 질적으로도 월등하고, 내 시간에 따라 보고 싶을 때 본다는 점에서 편하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은 '문화가 미래 먹거리'라는 신념으로 CJ CGV 사업 실적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이재현 회장은 '문화가 미래 먹거리'라는 신념으로 CJ CGV 사업 실적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이렇듯 소비자들의 시선이 바뀌고 산업환경이 달라진 이상 CJ CGV는 유상증자를 넘어 혁신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J 역시 CGV의 새로운 사업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재현 회장이 '문화가 미래 먹거리'라는 확고한 신념을 보이고 있어 CJ CGV의 생존을 통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지가 가능했다. CJ CGV 측 역시 유상증자에 대해 "영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계속해서 제공하고 미래사업 발굴을 통한 넥스트 CGV 전략 추진"이라고 밝힌 바다.

이를 위해서는 상영관 생태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영화 한편이 상영관을 지배하는 몰아주기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고 킬러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OTT 서비스와 공존할 수 있는 신사업 모델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화 외에 다른 콘텐츠를 선보인다든지, 준 OTT 형식으로 회차가 여러개인 작품을 영화관에서만 상영한다든지, 소비자가 영화관을 찾을 수밖에 없는 방법들을 지속해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CJ로선 CGV를 살려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현재 CJ그룹 주요 계열사 중 호실적을 내며 선방하는 곳은 CJ올리브영, CJ대한통운 등이다. CJ제일제당은 원재룟값 상승 여파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 급감했고, CJ ENM도 티빙 부진과 비슷비슷한 프로그램 반복 등으로 인해 1분기 50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그나마 엔데믹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있는 CGV 실적 회복을 노리는 게 당연한 수순으로 보는 분위기다. 

다행히 해외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CJ CGV에 따르면 1분기 베트남 시장 점유율 1위인 CGV 베트남 법인이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증권가에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개선 가능성에 의미를 부여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극장업에 대한 시장 의구심과 유상증자의 규모가 매우 큰 만큼 단기 주가 불확실성은 피해가기 어렵다"면서도 "가장 큰 리스크로 꼽혀 왔던 재무구조를 안정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본확충을 통한 순차입 축소로 이자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며 "매년 100억원 수준의 올리브네트웍스 배당, 점진적인 본업 턴어라운드로 자금사정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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