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경우 해외매출 비중 높아 실질적 타격은 크지 않을 듯
다른 식품에 대한 가격 압박 언제 시작될지 몰라 예의주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방송에 나와 라면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있다./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방송에 나와 라면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정호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라면 가격 인하를 거론하면 식품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8일 방송에 나와 “지난해 9~10월 라면값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는 밀 가격이 50% 안팎으로 내려갔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인하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라면제조사들은 모두 라면 가격 인하를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라면 3사는 지난해 라면 평균 가격을 각각 11.3%, 11%, 9.7% 수준으로 인상했다. 물류비, 인건비, 밀가루를 포함한 재료값 인상 등으로 불거진 수익성 악화가 주된 이유였다. 만약 식품업계가 라면 가격 인하를 받아들인다면 이명박 정부 이후 13년만에 가격 인하가 이뤄지는 셈이다.

다만 식품업계가 라면 가격을 내리더라도 매출액 규모에 직접적인 타격은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식품업계의 1분기 영업이익을 따져봤을 때 내수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라면 가격 인하가 매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라면 3사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농심이 매출액 8604억원·영업이익 63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5.8%·16.9% 증가했다. 오뚜기는 매출액 8568억원·영업이익 6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10.7%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매출액 2455억원·영업이익 239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21.5% 증가, 영업이익은 2.6% 감소했다.

이처럼 매출이 증가한 배경은 수익구조에 있다. 농심은 미국 제2공장 가동으로 해외 실적이 큰 폭 성장했다. 특히 미국 법인은 총매출 1647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증가분 294억원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수치다. 농심은 미국 라면 시장에 힘을 싣기 위해 공장 증설 여부를 논의 중이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도 계속 높아졌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3264억원으로 19.2% 증가했다. 전체 매출 중 약 10%를 차지한다. 해외 매출 비중이 다른 회사에 비해 작아 라면 가격 하락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의 매출 비중이 25% 정도라 라면 가격 인하로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액이 급증했다. 특히 일본 내 K-푸드 확산과 올해 2월부터 중국 법인이 영업을 개시하면서 더 탄력을 받았다. 반면 국내 매출은 876억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의 30% 정도다. 다만 생산 기지가 전부 국내에 있어 판관비 부분에서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는 13년 전처럼 결국 라면 가격 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보다는 라면 가격 인하로 시작해 제빵과 과자 등 다른 식품으로 가격 인하 압박이 확산될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이외에 다른 원재료와 인건비, 전기료 등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서민 음식인 라면이 가격을 내리는 만큼 다른 식품을 대상으로도 언제 가격 압박이 시작될지 모르기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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