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사태로 신일·대창 법정관리행…1년 간 월 평균 35개 건설사 문 닫아

도급순위 100위권에 속한 중견 건설사들이 미분양, PF금리 상승, 자재값 인상 등 악재를 버티지 못하고 줄폐업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문을 닫은 종합건설사는 총 454개 사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지역의 공사가 중단된 건설 현장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도급순위 100위권에 속한 중견 건설사들이 미분양, PF금리 상승, 자재값 인상 등 악재를 버티지 못하고 줄폐업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문을 닫은 종합건설사는 총 454개 사에 달한다고 밝혔다. / 사진 = 연합뉴스

[뉴스워치= 박현군 기자] 부동산 경기침체와 PF금리 상승 여파로 건설업계에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수주 확대와 디지털 전환 등으로 대응에 나서는 반면 중소 건설사들은 줄폐업 위기에 놓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3년 6월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3개월 동안 부도 혹은 폐업한 종합건설업체는 총 454개 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 미분양 주택이 폭증하기 시작한 것에서 기인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8월 3만2722가구에서 올해 4월 7만1365가구로 118.1%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 대비 10% 이상 폭증했다.

이로 인해 시공능력평가순위(이하 도급순위) 100위권 대의 중견 건설업체들도 부도를 피하지 못했다. ‘해피트리’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진 시공능력 평가순위 113위의 신일건설이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일건설은 지난 4월 울산 사업장 중 울산 울주군 온양읍에 위치한 ‘울산 온양발리 신일해피트리’ 분양에서 93가구 모집에 6가구만 분양을 신청해 미분양 사태에 접어들었다. 이로 인해 건설자재 대금을 지불하지 못한 채 공사가 일시 중단됐고 단 한번의 미분양 사태로 결국 회생절차에 이르게 됐다.

2022년 시공능력 평가결과 도급순위 109위를 기록한 대창기업도 지난달 회생철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미청구공사금액이 폭등하면서 부채비율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이 밖에도 에이치앤아이앤씨도 지난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에이치앤아이앤씨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장손자이자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남편인 정대선 씨가 경영하던 곳으로 현대그룹,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범 현대가 건설 3대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도 지난해 8월 강원도 속초 ‘속초헤리엇 THE228’에서 발생한 미분양 사태로 인해 법정관리행을 선택하게 됐다. 당시 에이치엔아이엔씨는 ‘속초헤리엇 THE228’에 대해 214가구 일반분양을 진행했지만 95가구만 분양을 받으면서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은 미분양과 PF금리만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충북 지역에서 지난 3월까지 건설사를 운영하다 최종 폐업한 A씨는 “미분양, 중대재해법, 건설노조, 자재값 인상 등 경영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A씨는 “이러한 것들은 회사에서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예방하기 어렵고 단 한번만으로도 경영위기까지 몰릴 수 있는 돌발사고”라며 “결국 사고  때문에 회사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2022년 5월~2023년 5월 건설사 폐업 현황
2022년 5월~2023년 5월 건설사 폐업 현황

실제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부도·폐업 러시는 현실화되고 있다. ‘2023년 6월 건설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월 평균 종합건설업체 35개 사가 문을 닫았다.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는 부도·폐업 업체 수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안정세를 접어든 듯 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문을 닫는 건설사가 꾸준히 늘기 시작했다.

올해 4월 한 달 간 폐업한 건설사 수는 지난해 8월 대비 166.7% 증가했다. 또한 월 평균 부도·폐업 건설사 수는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는 21개 사였지만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는 42개 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박철한 한국건설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4월에는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준공을 앞둔 현장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되며 경기가 살아가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원자재 가격과 공사비 상승으로 비용 증가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미분양 증가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현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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