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년여 만에 최고치, 증권사 줄줄이 전망치 상향 조정
강세장에 내년 3000 돌파 전망, 美 상황 등 변수도 남아있어

최근 증권사들은 줄줄이 올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올리는 등 코스피 3000에 대한 낙관적 전망들이 줄을 잇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증권사들은 줄줄이 올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올리는 등 코스피 3000에 대한 낙관적 전망들이 줄을 잇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코스피가 1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관련업계에서는 연일 '코스피 3000' 발언이 이어지며 30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주 강세 덕에 증시에 햇살이 들면서 많은 이들이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고, 투자자예탁금도 증가세다. 코스피는 모두의 기대대로 3000선을 돌파할 수 있을까.

최근 증권사들은 줄줄이 올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올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2350~2750으로 상향했다. 기존 전망치 2200~2600를 2주만에 상향조정한 것으로 내년에는 코스피가 3000선에 안착할 가능성도 높게 봤다. 코스피 상단으로 2800을 제시했던 KB증권은 2920으로 높였고, DB금융투자는 코스피가 3000까지 오를 것으로 가장 높게 전망했다. 대부분 증권사가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650~2900선으로 잡고 있는 상황, 이는 지난해 말 증권가가 전망한 2000~2600의 상한선보다도 높다.

최근 증시는 연초와 비교해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 드디어 코스피도 3000을 넘었다며 잔치 분위기였던 2021년 당시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코스피가 1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라서자 시장과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강세장에 진입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망한다. 최근 코스피 강세는 외국인 매수세가 한몫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6월 5일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수액은 13조7000억원에 이른다. 만약 이같은 흐름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코스피 전망은 매우 밝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부터 마이너스 행진이었던 연간 외국인 순매수액이 5년만에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고,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6년 이후 연간 외국인 순매수액이 1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외국인 매수세는 외부자금 유입뿐 아니라 경기회복에도 일조한다는 점에어 증시 부양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쓸어담으면서 증시가 눈에 띄게 활성화됐다. 삼성전자 등 대형 반도체주가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치를 훨씬 넘어서는 1분기 깜짝 실적을 내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회복이 애초 전망보다 빠를 것이란 예측이 이어졌다. 이에 삼성전자 주가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 이후 5~6만원대로 주저앉아 있던 삼성전자 주가는 약 1년 2개월 만에 7만원을 넘어서게 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한달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1조4375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증시가 기지개를 펴면서 투자자예탁금 및 신용거래융자금 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코스피 3000선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일종의 투자 준비금을 뜻하며, 신용거래융자금(융자금)은 투자자가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은 공격적인 성격의 투자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들어 예탁금 규모는 50조원대에 달한다. 이는 올해 1월 43조6927만원에 비해 7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4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주식투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48조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증시의 상승세에 힘입어 투자 심리도 살아나면서 다시 반등한 것이다.

투자자가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아 투자하는 적극적 성격의 융자금도 연초 15조~16조원 수준이다가 19조원을 향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더해 현재 증시를 두고 고점을 통과하는 피크아웃이 아닌 바닥을 통과하는 지점인 바텀아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바닥을 통과하는 턴어라운드 상황이 향후 국내 증시를 강세장으로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낙관적인 시그널에 증권사도 줄이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스피 등락 범위를 2350~2750으로 상향한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종전 전망에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시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정책금리 경로를 둘러싸고 나타났던 극단적인 괴리가 5월 중순부터 빠르게 축소되기 시작했다"고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높은 코스피 3000을 제시한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G20) 경기선행지수와 기업 수익성의 거시적 환경 등 두 가지 요인 모두 주가 상승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고 "주요국 소비가 구매력 제고와 맞물려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실적 장세에 따라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 전망치를 2920으로 상향 조정한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증시는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 넘어갈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실적장세에서는 큰 조정 없이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하반기 변동 폭을 2380∼2780으로 제시하면서 "미국 부채한도 상향 이슈와 추가 금리 인상 우려, 경기 불안 등의 불확실성으로 단기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으나 중국 경기 회복, 반도체 업황 저점 통과로 우리나라 수출과 기업 이익 호조 등 펀더멘털이 개선세로 돌아서 주가 상승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뉴스

다만 무턱대고 개미들이 몰릴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악재 요인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 상황을 봐야 한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고, 미국 의회의 대만 방문 및 이로 인한 중국과 갈등 증폭 가능성도 악재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증시에 직결되는 미국 증시 상황도 빅테크 주식은 상승세지만 실물경기와 밀접한 은행, 운송, 소비재 등 업종 주가는 여전히 부진해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도체 등 대형주가 끌어올린 증시 상승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지 여부도 변수다.

또 상반기 강세장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내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이라 연말 및 내년 증시는 기대보다 양호한 경제지표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코스피 3000 돌파라는 목표 실현이 가능하려면 추가 동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강했던 기간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1조4900억원 어치를 순매도 해 반대 흐름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추가 상승 동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코스피 3000을 위한 상승 동력 투입은 필요한 상황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강세장이고 전망이 좋은 상황이기도 하지만 이럴 때 사람들이 많이 사는 주식이라고 무턱대고 따라 사는 식의 투자는 코스피 상향 시점에서도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올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침체가 올해가 아닌 내년에 나타날 수 있고 여러 변수가 많은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코스피 지수 전망을 아예 내놓지 않고 있기도 하다. 시장에 상장된 종목에 대한 것이 아닌 코스피라는 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코스피 지수가 오르고 나서야 전망치를 조정하는 등 행위는 오히려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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