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얼마 전 명동의 길거리 음식값이 가파르게 올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서울 명동의 노점상들은 떡볶이와 어묵, 붕어빵 등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간식부터 스테이크, 양고기꼬치, 랍스터 꼬리 구이 등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다. 점포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점포에선 군만두 3개에 5000원, 붕어빵 4개에 5000원에 팔고 있었고 닭꼬치도 대부분 노점상에서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명동 인근의 남대문 시장 가게에서 군만두를 6개에 5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리고 명동에서 2000~3000원이던 호떡은 1500~2000원 정도였고, 꼬마김밥도 명동은 6개 6000원이지만 남대문 시장에선 5개에 3000원이라고 한다. 상인들은 재룟값과 부자재 가격이 코로나19 이후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상인들이 과한 욕심을 부려 가격을 더 올려 받는 건 절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면서 남대문 시장의 상인들은 재룟값을 싼 가격에 공급받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 아닐 것이다. 보도를 보면 명동 노점상들은 구청에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는데 1년에 내는 도로점용료는 노점상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1년에 100만~150만원 정도라고 한다. 도로점용료가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아니었다.

최근 지역 축제장과 전통시장 등에서 ‘바가지요금’ 논란이 불거졌다. 전남 함평 나비대축제장 인근 노점상에서 어묵 한 그릇에 1만원의 가격을 받고, 지난달 경북 영양군 산나물축제에선 한 상인이 옛날 과자 1.5L 한 봉지를 7만원에 판매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오면서 “소고기보다 비싼 과자”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으며, 영양군은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경남 ‘진해 군항제’, 전북 남원 ‘춘향제’에서도 돼지고기 한 접시에 4만원, 파전 1개에 2만원 등을 받아 SNS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제주도에 손님이 줄어든 데에는 바가지요금이 한몫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는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는 18~25일 열리는 올해 강릉단오제에는 약 300개의 난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강릉단오제위원회는 최근 다른 지역 축제장과 전통시장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물의를 빚은 일이 발생하자 난장 입주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져 감자전은 2장에 1만2000원, 막걸리인 단오주는 6000원을 받도록 했고 어묵, 꼬치 등을 파는 상가에서는 가격을 공시하도록 했다고 한다.

전북 무주군도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5일 동안 무주군 무주읍 지남공원 일원에서 열린 ‘무주 산골 영화제’에서 올해부터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군이 축제장의 간식 부스를 직접 관리하면서 음식 가격을 통제했다고 한다. 지역 음식점을 대상으로 영화제 간식 부스 운영권을 공모할 때 참여하는 업체에게 20~30대를 대상으로 하는 메뉴를 개발하고 음식 단가를 1만 원 이하로 책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으며 음료와 주류 가격을 참여 업체 전체가 통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것이다. 바가지요금의 근절을 위해 이렇게 행정이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여행을 계획할 때 웅장한 랜드마크를 가보고, 문화를 체험하고, 경이로운 광경을 목격하는 것을 꿈꾼다. 그러나 화려한 브로셔와 매혹적인 광고 뒤에 숨겨진 일부 관광 명소는 가격이 비싸다는 비난을 얻고 있다. 이러한 장소는 높은 가격과 제공되는 실제 가치나 경험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방문자들은 금방 신기루의 허상에 현혹된 데 대한 실망감과 후회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우뚝 솟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힐 수 있지만 비싼 가격은 방문객들을 위축시킨다. 박물관은 종종 목적지의 예술적, 역사적 부를 보여주는 문화적 보물로 칭송받지만, 일부 박물관은 엄청난 입장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관광 명소들은 순진한 방문객을 현혹하고 비교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나 독특한 경험을 약속하며 유혹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붐비는 공간, 촌스러운 기념품, 일반적인 공연 외에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현명한 여행자는 미리 조사하고 현지인의 추천을 구하고 현지 문화와 유산을 반영하는 보다 진정한 경험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자연의 경이로움은 부인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바가지요금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 매력은 반감된다. 예산에 민감한 여행자들이 이 멋진 풍경을 탐험하려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럴 때 여행자는 아예 외국으로 나가거나 조금은 덜 알려진 유사한 대안을 고려하게 된다. 일생에 한 번뿐인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자랑도 하고 싶은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이러한 명소와 얽혀 뒤따르는 가격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체 옵션을 찾고, 지역 사회와 연결하고, 인적이 드문 경험을 수용함으로써 우리는 지갑을 비우지 않고도 진정성 있고 기억에 남는 모험의 세계를 열 수 있다. 여행의 진정한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경험과 추억에 있기 때문이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