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협회 집행부 교체 당시 약속한 ‘한화 지원’ 이행하지 않아”
“김 전무 변호사 박서영 회장 ‘아시안게임 문제없다’ 공약해 당선”
한화 측 “그런 약속한 적 없다. 승마협회가서 따져라” 일축

2021년 도쿄올림픽 승마 마장마술에 출전한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전무./사진=연합뉴스
2021년 도쿄올림픽 승마 마장마술에 출전한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전무./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정호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 출전 파행 사태와 관련해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전무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김 전무가 당초 약속한 ‘아시안게임 지원’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승마 선수 출신인 김 전무의 ‘대한승마협회 전횡’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승마선수들은 김동선 전무의 말(지원 약속)만 믿고 지금껏 연습에 매진해 왔다. 남은 건 김 전무를 위한 허수아비들과 국가대표에게 1억원을 요구하는 승마협회의 무능함뿐이다.”

승마계 한 인사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아시안게임 출전과 관련해 승마협회는 재정난을 이유로 선수들에게 1억원의 자비를 들여 출전할 것을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를 두고 김동선 전무의 ‘약속 파기’와 승마협회 집행부의 ‘무능’이 문제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승마협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박남신 회장 해임안을 가결했다. 올림픽·아시안게임 참가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승마 지원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승마 대회 활성화 취지로 마련된 ‘축산발전기금’ 공모 사업도 참여하지 않았고, 시·도 협회 주관 대회 공인료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부터 박서영 회장의 현 집행부 출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 전무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승마계 인사들의 주장이다. 김 전무가 집행부 교체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승마계 인사들에 따르면 김 전무는 협회 대의원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승마인 전체가 원하면 한화가 할 수 있다” “ㅋㅋ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등 발언을 했다.

구체적으로 3월 24일 ‘한화가 집행부에 들어와 달라’는 한 대의원의 요청에 김 전무는 “승마인들 전체가 원하면 한화가 할 수 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한화 측 지원 금액은 최소 12억원에서 최대 60억원까지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약속이 지켜졌다면 아시안게임 참가비 1억원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승마계 인사들의 주장이다.

박서영 회장은 지난해 11월 30일 승마협회장에 당선됐다. 경쟁자가 없는 단일후보였다. 박 회장은 ‘아시안게임 문제없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승마협회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박 회장을 두고 ‘승마와 관련 없는 무능한 회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승마계 한 인사는 “그 사람은 승마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다”며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은 질타와 김동선 전무에게 가해질 승마협회 차원의 제재를 방어하기 위해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직접 그린 만화까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다. 사무국 직원을 제외한 회장·임원·대의원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이 없고, 대회에 출전할 말이 유럽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 운송 규정을 문제 삼았다.

승마협회 공문에 따르면 세 가지 운송 경로가 안내됐다. 유럽을 거쳐 가는 방법 외에도 ‘전세기로 왕복하는 방법’과 ‘출발은 유럽을 경유해서 간 뒤 복귀할 때만 전세기를 이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두 방법은 각각 8억5000만원, 8억8000만원의 예상 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승마선수협회 관계자는 “승마협회는 ‘검역지침’을 문제 삼았지만 이미 항저우 아시안게임 위원회는 한국·일본을 대상으로 검역지침을 완화했다”며 “심지어 한국과 일본이 공동 운항하는 방법도 허락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15년 ‘말전염성자궁염’을 문제로 한국과 일본은 서로 검역에 못 들어가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제한을 풀어줘야 가능한 부분이다. 일본 승마협회는 항저우 측이 한국말과 일본말을 같은 조건에서 검사받는 것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법을 통하면 운항 비용을 상당수 절약할 수 있다. 승마협회가 제시한 방법 외에도 운송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있는 셈이다.

박서영 승마협회 회장은 지난해 11월 30일 승마협회장에 당선됐다./사진=연합뉴스
박서영 승마협회 회장은 지난해 11월 30일 승마협회장에 당선됐다./사진=연합뉴스

박 회장은 한화라는 ‘뒷배’를 잃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마계 인사들에 따르면 제11회 정기룡 장군배 전국승마대회 2일차가 종료된 12일 대의원을 상대로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당시 일부 대의원들은 한화의 지원과 관련해 박 회장을 질타했다. 이에 박 회장은 “나도 (한화로부터) 팽 당했다”고 일축했다고 한다.

박 회장이 “일단 선수들이 자비로 대회에 출전하면 스폰서를 구해 갚겠다”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책임이 불거지자 박 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의원들은 박 회장을 두고 탄핵까지 고려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승마계 또 다른 인사는 “지금으로서는 박 회장이 자리에서 내려올 일은 없어 보인다”며 “집행부가 다시 교체되면 김 전무를 두고 불거진 징계 문제를 막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국내 법무법인 ‘삼율’, 싱가포르 법무법인 ‘운애바줄’의 파트너 변호사다. 김 전무는 과거 폭행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학생승마협회 회장 인준이 취소됐지만, 승마협회를 상대로 낸 인준취소결정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때 소송을 대리한 곳이 법무법인 삼율이고, 박 회장은 담당 변호사 중 한 명이었다.

집행부 교체 당시 김 전무의 학생승마협회 회장 해임 건이 상정돼 있었다. 김 전무의 폭행 이력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김 전무는 대한승마협회의 인준취소결정 무효확인 1심에서 ‘무변론’ 승소했다. 9월 30일 박남신 회장의 해임안이 가결되면서 승마협회의 항소도 이뤄지지 않았다.

승마계 인사에 따르면 해임건과 관련해 김 전무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ㅋㅋ개가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라며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 2월 20일에는 대표 선발전이 취소됐다. 기존의 대표 선수 리스트가 올해도 유지된 것이다. 당시 김 전무의 전국체전 등수는 6위, 앞선 선발전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승마계 관계자는 “4월 선발전 반대가 극심했는데 지금까지 규정에 없는 초유에 사태였다”며 “한화 관계자들로 꾸려진 집행부 구조상 투표도 불리했다”고 밝혔다.

한화 측은 승마협회 지원 약속과 관련해 “그런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집행부 교체 당시 김 전무의 ‘한화 지원’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승마협회와 관련해서도 선을 그었다. 한화 측은 관련된 질의에 “승마협회에서 확인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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