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비관적 실적 전망에도 주가는 흥행 가도
엔비디아 호재 등 청신호…美-中 갈등 여전히 변수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서 증권사들이 목표주가 9만원대의 핑크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서 증권사들이 목표주가 9만원대의 핑크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여 만에 '7만전자'에 안착한 삼성전자가 다시 국민주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삼성전자의 하반기를 높게 평가하면서 목표가를 올리고 있다. 평균 9만원대로 상향조정된 목표가, 삼성전자는 다시 개미들의 국민주로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5일 장초반부터 7만 3000원을 돌파할 기세였지만 하락 전환하며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는 단기 주가 급등으로 차익실현을 한 투자자들의 주가 되돌림 현상이라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그 정점 역시 아직이라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초록불을 켜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5일 삼성전자에 대해 "2분기 DRAM(디램)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15~20% 증가될 것으로 추정돼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며 재고 감소 시작이 예상된다"며 "따라서 DRAM 출하 증가는 재고평가손실 축소로 이어져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의 이익 상향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가격은 3분기까지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가격 하락 폭은 현저히 둔화되고 4분기부터는 글로벌 메모리 3사의 감산 효과가 수급에 반영되는 가운데 출하 증가 효과로 DRAM, NAND(낸드) 가격은 상승 전환이 예상된다는 설명과 함께 삼성전자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매수와 8만5000원으로 유지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외국인의 삼성전자 머니무브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과 더불어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 대비 덜 올랐고 파운드리 사업가치와 환차익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매력적 투자처'라고 봤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2분기 실적 적자 예상에도 주가 기대, 이유는?

사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로 보자면 일반 투자자 관점에서 청신호라기에는 망설여지는 지점이 있다. 2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19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 분기 매출액이 60조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그치는 정도다. 특히 실적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최근 1개월 사이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11개 증권사 중 4곳이 -5000억원에서 -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예상했던 바다. 흑자를 전망한 증권사 중 최대 추정치도 6000억원 정도다. 

2분기 실적 발표가 다가오면서 하향 조정 움직임도 빨라지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3월 8530억원에서 4월 4725억원, 5월 2190억원으로 매달 절반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기대치가 오르는 이유는 뭘까.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하반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점, 엔비디아 등 AI 호재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 실적이 처참해보이는 2분기가 '반도체의 겨울' 중에서도 혹한기로 분류된다. 실제 증권가에서 예측하고 있는 2분기 이후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현재 3조6840억원으로 지난 3월 4조464억원, 4월 3조7092억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지난 3월 5조5767억원, 4월 5조998억원, 5월 5조290억원으로 안정적이다.

실적으로는 이미 저점을 지난 시기이기 때문에 가파른 하향세를 보이는 2분기를 지나면 실적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예상을 웃도는 출하량과 하반기 재고 하락 가속화, 이에 따른 재고 자산 평가손실 축소로 시장은 올해의 메모리 적자가 아닌 내년의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올해 4분기 메모리 가격이 반등하면서 내년 1분기 메모리 사업 흑자전환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9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송명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거의 모든 경기 선행지표들이 상승 반전한 상황에서 3분기 하순 이후에는 반도체 주문이 증가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9만5000원으로 높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 엔비디아, AI기술 수혜주 →외국인 폭풍매수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더해 또 하나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린 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수혜주로 주목을 받으면서다.

그 중심에 엔비디아가 있다. 엔비디아는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체의 주가 상승 기폭제가 돼줬다. 5월 24일 엔비디아는 1분기 주당 순익 1.09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인 92센트를 상회하는 수치였으며, 매출 역시 71억9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 65억2000만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기록이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고객사다. 최근 기존 HBM에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HBM-PIM(프로세싱인메모리)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슈퍼컴퓨터(HPC), 데이터 센터 등 초고속 데이터 분석을 요구하는 인공지능의 산업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AI 성장에 따른 반도체 업종 수혜 기대감이 현실화되고 엔비디아의 2분기 깜짝 실적 가이던스 및 하반기 긍정적 전망이 외국인 매수로 이어졌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UBS증권 등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한달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1조4375억원어치 사들였다. 올해 누적으로 보면 1~5월 9조2760억원 규모다. 외국인의 이같은 매수는 한국거래소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물량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증권가 역시 엔비디아발 AI 호재가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점프대가 돼줄 것으로 판단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챗GPT 등 AI 반도체 개발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엔비디아의 주가 랠리 영향이 강했다"면서 "매크로 측면에서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하나씩 풀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I 서비스 고도화에 따른 중장기 수혜가 전망된다"면서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독보적인 것으로 파악되며,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메모리반도체의 입지는 재차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2000원에서 9만원으로 높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 투자자들 대내외 변수 꼼꼼히 고려, 신중하게 투자해야

이렇듯 증권가가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앞날은 밝지만 '9만전자'로 향하는 길에는 위험요소도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무조건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에 대외 변수 요인 및 내부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대외 변수는 중국시장에 대한 미국의 압박 요구를 들 수 있다. 중국은 지난달 21일 보안 위험을 이유로 자국 중요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자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했다. 그러자 미국은 이를 경제적 강압으로 규정하고 동맹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지난 2일(현지시간)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이 홈페이지에 공개되며 파장을 일으켰다.

서한에는 "상무부는 중국의 금수 조치를 타파하기 위해 미국의 협력국과 동맹국을 결집해야 한다"며 "우리는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이 마이크론이 중국의 부당한 보이콧으로 잃은 매출을 가져가 마이크론을 약화하지 않도록 신속히 일본과 한국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즉, 중국 반도체 때리기에 일본과 한국도 동참하라는 말이다. 

우리 정부도 기업 수익의 기회를 강하게 주장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사업을 하니 양쪽을 감안해서 잘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이 영국 경제지에 '한국 정부가 중국의 마이크론 금지로 인한 시장의 공백을 한국 기업들이 채워도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정부는 '기업이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해 국내 기업을 두둔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중국 공장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 공장 운영에 필요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계속 수입하려면 미국 정부에서 수출통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내 생산능력을 10년 동안 5% 이상 확장 못하는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문제도 걸려 있다. 

물론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는 일시적인 호재로 작용할 수는 있다. 메모리반도체 중 D램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이 세계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 일부에서는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질 경우 주가 상승 폭이 제한될 여지 등 대외 변수 요인도 존재한다. 

삼성전자 내부 변화로는 이재용 회장의 등기 임원 복귀 가능성과 함께 경영전략상 변화가 꼽힌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5월 30일 보고서에서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 증대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며, 아울러 올해로 종료되는 주주환원 정책의 후퇴 없는 연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실적 악화기에 책임경영 필요성은 오너 일가의 등기임원 복귀로 연결될 것"이라고 이 회장의 등기 임원 복귀 가능성을 높게 봤다.

경영전략에 대해서는 "공급 중심의 치킨게임의 결과로 낸드플래시 업황이 재편되고 경쟁사들의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상대적 경쟁력 강화의 근거가 될 것"이라며 "이후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으로 급선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삼성전자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8만7000원이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