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문제없다’ 슬로건 무색…협회 “약속한 적 없다”
30억 원 적립금 사용하려고 해도 상환 절차 ‘걸림돌’로 남아

대한승마협회가 아시안게임 출전비 명목으로 선수들에게 1억 원 상당의 참가비를 요구해 논란이 불거졌다./사진=연합뉴스
대한승마협회가 아시안게임 출전비 명목으로 선수들에게 1억 원 상당의 참가비를 요구해 논란이 불거졌다./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정호 기자] “이거는 선수들 궁지에 몰아넣고 협박하는 겁니다.”

승마 국가대표 A씨의 말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하 아시안게임)’ 출전비 1억원과 참가동의서를 제출하라는 일방적인 통보가 선수들 앞에 놓인 상황이다. 앞서 대한승마협회가 아시안게임 출전비 명목으로 선수들에게 1억원 상당의 참가비를 요구해 논란이 불거졌다. 협회 이사회의 재정 상태 악화가 이유였다.

협회는 지난 23일 대책 회의를 진행했지만 선수들을 위한 개선 사항은 없었다. 참가동의서마저 항목이 그대로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5년간 연습에 매진해 온 선수들 입장에서는 “꿈을 이루고 싶다”는 목표도 불투명해졌다. B선수는 “5년간 준비하고 기대해 온 아시안게임이지만 승마협회와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불안한 상황에서 연습조차 제대로 집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참가동의서./사진=대한승마협회
아시안게임 참가동의서./사진=대한승마협회

지난해 12월 대한승마협회의 집행부가 교체됐다. 한 정보통에 따르면 당시 집행부는 ‘아시안게임 문제없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협회는 “그런 약속 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9월로 예정된 아시안게임을 두고 참가 선수 확정도 되지 않고 있다. 24·25·30일로 참가동의서 제출일이 미뤄지고 있지만 협회 측은 새로운 스폰서와 선수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집행부가 약속한 참가비 지원은 지켜지지 못했다. 집행부는 출범 당시 경기 출전비가 비싸다고 문제 삼은 바 있다. 국내 대회는 유소년 3만원, 고등 부문 6만원, 성인 8만원으로 대회 비용이 책정돼 있다. 협회 관계자는 ”참가비 문제는 경기력향상위원회와 이사회 절차를 거쳐야 할 문제”라며 “선수들의 참가비 문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가비 문제는 아시안게임에서 또 다른 논란을 발생시켰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경비는 5억원 수준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경비가 2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가 항공 수송을 독일의 대행사와 독점계약하면서다. 이 대행사는 벨기에를 경유해 항저우까지 말을 옮기게 된다. 말 운반 비용이 약 13억원까지 높아진 이유다.

협회는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 선수별로 1억원의 참가 비용을 요구하게 됐다. 이 금액도 추정치일 뿐 말 관리 비용을 비롯한 금액을 합산했을 때 5000만원 상당의 추가 부담금이 늘어난다.

참가 안내 조항./사진=대한승마협회
참가 안내 조항./사진=대한승마협회

협회 측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고 적립금 사용도 어렵다는 것이다. 승마협회 관계자는 “우리도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농림축산부가 중국 정부와 협의를 통해 해결책 마련을 도와줘야 하지만 그런 지원도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자금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적립금을 사용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7억5000만 원의 비용을 적립금에서 사용됐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30억원가량의 적립금이 남아 있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도 선수들이 문제 없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며 “적립금을 사용하려고 해도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상환 때문이다. 협회 측은 “지난 집행부가 적림금을 10년간 상환하지 않아서 문제가 불거졌다. 새로운 상환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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