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사퇴에도 키움증권 불매운동 번져, 2분기 실적 불확실성↑
신성장 동력으로 공들여온 초대형 IB인가, 오너 리스크가 걸림돌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지고 사퇴했다.=연합뉴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지고 사퇴했다.=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키움증권을 향한 매서운 눈초리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온·오프라인 상에서 키움증권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이 심상치 않다. 개인고객 비중이 커 '리테일 명가'로 불려왔던 키움증권이기에 이같은 여론의 움직임은 사업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키움증권의 빅픽쳐였던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도약도 불투명해졌다. 오너 리스크가 너무 큰 탓이다.

키움증권 전경=연합뉴스
키움증권 전경=연합뉴스

"키움 사태로 인해 주식에 문제는 없다지만 불매하고 싶어 증권사 옮기려는데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
"키움증권 괘씸해서 물려 있는 것만 두고 증권사 옮겨 새 계좌 열었습니다."

최근 주식 커뮤니티 및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볼 수 있는 글 중 일부다. 키움증권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휘말리면서부터 이같은 의견을 보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논란의 시발점은 오너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 회장은 SG사태를 부른 주가 폭락일로부터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지분 3.65%)를 매도했다. 주당 처분가는 4만3245원, 확보한 금액은 605억원. 이후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가 김 회장을 폭락 배후로 지목하면서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소송 등 강경대응을 시사했던 김 회장은 돌연 사퇴를 발표했다. 지난 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다우키움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난 여론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키움증권은 매물이 나온 SG증권과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계약을 체결한 국내 증권사 중 한 곳인데 SG증권 물량이 교보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5181억원에 달하는 키움증권 CFD 잔액' 이에 금융당국은 김 회장 혐의와 더불어 키움증권이 CFD 반대매매 정보를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집단 소송 움직임도 보인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가 손해배상 소송을 의뢰한 2명을 포함해 집단소송 원고 모집에 나섰다. 증권사의 허술한 CFD 계좌 관리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 골자다.

김 회장 사퇴에도 키움증권을 향한 논초리는 거둬지긴 커녕 늘어나고 있는 셈인데 이같은 분위기는 키움증권이 개인투자자들을 많이 품고 성장해온 리테일명가라는 점에서 여론의 배신감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증권사들의 국내 주식 시장 점유율이 10% 수준인 데 반해 키움증권의 국내 주식 시장 점유율은 2배 가까이 높은 편이다.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배신감이 더 컸을 것"이라 진단했다. 실제 지난해 말 키움증권 사업보고서를 보면 키움증권의 해외 주식 시장점유율 35.4%, 국내 주식 시장점유율 19.6%다. 무려 18년 연속 국내 주식 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4일 가진 기자회견 당시 고개를 숙인 김익래 회장 = 연합뉴스
지난 4일 가진 기자회견 당시 고개를 숙인 김익래 회장 = 연합뉴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았기에 여론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경우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키움증권의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미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 김 회장 주가 연루 의혹이 발생한 뒤 키움증권 주가는 9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도 CFD발 손실 우려 등을 이유로 줄줄이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CFD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미수채권 발생과 일부 충당금 전입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키움증권 목표주가를 기존 13만7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내렸고, 신한투자증권 역시 13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내려 잡았다.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는데도 불구하고 오너리스크와 CFD발 손실 우려로 2분기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82.39% 증가한 3889억원 규모다. 

개인투자자들을 압도적으로 확보했던 탓에 브로커리지 부문 강세가 이어지며 2분기 실적 역시 지난해에 비해 좋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고객 이탈 변수가 실적에 미칠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개미의 힘으로 호실적을 거뒀지만 그 개미들의 신뢰를 잃은 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최근 들어 다양한 마케팅으로 고객 이탈을 막고자 노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 회장 사퇴 이후만 보더라도 키움증권은 월별 상시 수익률대회 '키움영웅전'의 5월 정규전 홍보, 연금 ETF, 5만원 수수료 할인 쿠폰 이벤트, 연금콘텐츠 제공 등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내놨다. 미국 주식 정보 제공 서비스를 재홍보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배당주 투자의 장점을 소개한 보도자료를 통해 키움증권이 "투자정보플랫폼으로서 고객의 자산을 WM(Wealth Management) 관점에서 보다 안전하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신뢰도를 어필하기도 했다.

ETF 쿠폰 이벤트는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행사지만 최근의 보도자료를 보면 키움증권이 고객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그러나 성난 여론은 쉽게 돌아설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키움증권의 이벤트 등을 소개하며 "애쓴다" "이미 배는 떠났다" 등 비아냥거리고 있다. 1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이렇게 돈을 잘 번다" "주가조작해서 올린 실적 아니냐"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오너인 김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키움증권의 토대인 개인투자자들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된 셈이다. 이뿐 아니다. 김 회장이 뿌린 재는 키움증권이 그려왔던 큰 그림에도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가 4월 28일 금융감독원의 증권사 CEO 간담회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매각 시점은 공교로울 뿐이었고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가 4월 28일 금융감독원의 증권사 CEO 간담회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매각 시점은 공교로울 뿐이었고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키움증권은 그간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에 자격 요건이 주어지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국내 아홉번째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를 받은 뒤 전략기획본부 내 초대형 IB 전담 조직인 종합금융팀을 신설하는 등 초대형 IB 인가를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말에는 IB인가 조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섰다. 종투사, IB까지 성장하며 발행어음 시장 진출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수익확대 동력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일단 올해 인가는 물건너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주주 적격성 여부 때문이다. 초대형 IB인가에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외에도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대주주 적격성 요건이 필요하다. 그런데 김 회장이 SG발 주가조작 연루 혐의에 휩싸였다. 때문에 김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에 대한 혐의 결론이 날 때까지는 IB인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주주 적격성 여부는 금융업계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 요건에 발이 걸려 사업에 차질을 빚은 금융사가 적지 않았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은 2017년 금융당국에 발행어음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하면서 관련 심사가 중단됐고 2021년에야 발행어음업 최종 인가를 받았다. 삼성증권도 같은해 발행어음 사업인가 심사보류 통보를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다. NH투자증권 역시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채용 비리 혐의 등으로 단기금융업 인가가 연기된 바 있다. 

결국 키움증권의 대들보였던 김 회장의 오너리스크가 키움증권이 그려온 신성장 동력을 멈춰세운 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리스크는 어느 기업이든 가장 꺼리는 리스크지만 금융업계에 더 치명적이다. 특히 경영의 투명성, 투자 부분과 연관되면 기업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키움증권이 수수료나 환전율이 좋다는 등 장점을 언급하면서도 불매를 하겠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오너란 말 그대로 기업의 소유자고 대표주자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기업을 따로 떼 생각할 수 없기에 오너의 언행이 중요한 것"이라 꼬집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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